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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윤 Apr 20. 2018

[1m²인터뷰] 소설 같은 음악을 만드는 'LLANO'

"누구나 제 음악 속으로 들어가 주인공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설렘과 긴장 그 중간에서 아슬아슬하다. 

조금 일찍 인터뷰 장소에 도착해 준비한 질문들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카메라 위치를 이리저리 바꿔보며 설렘쪽에 무게를 실으려 부단히 노력해보았다. 역시나 긴장은 쉽사리 무게를 잃지 않았다.

약속시간이 되어 오늘의 인터뷰이 'LLANO'가 도착했다. 짧게 악수를 나누고 음료를 주문하러 카운터로 내려갔다.
'여기 베이글 맛집인데 베이글 드실래요?' 그녀가 물었다. 내가 풀어가야 할 어색함을 그녀가 풀어주고 있었다.
이 한마디에 모든 긴장은 사라지고 '어떤 얘기를 나누게될까'라는 설렘만 남게 되었다.


#1. Leggo! LLANO!


반갑습니다. 오주영님! 독자 여러분을 위해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LLANO : 안녕하세요! 'LLANO'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28살 싱어송라이터 오주영입니다.

닉네임 LLANO의 뜻이 궁금했어요. 생전 처음 보는 단어거든요.

LLANO : 엄청난 뜻을 가지고 있는 닉네임은 아니에요. 제가 경상도 출신인데, '뭐라노', '와이라노'라는 사투리에서 따온 거예요. 자주 쓰는 문장이기도 하고 그 어감이 너무 귀엽더라구요. 처음에는 Rano로 할까 했어요. 근데 사전을 찾다 보니 스페인어로 '수컷 개구리'라는 뜻이 있더라구요. 뭔가 찝찝해서 'Lano'로 하자 마음을 먹었어요. 근데 'L'을 하나만 쓰니까 뭔가 허전하게 빈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L을 하나 더 붙여서 'LLano'가 되었습니다.

주영씨의 인스타 아이디나, 페이스북 주소를 보면 LLANO 앞에 leggo가 붙어요. 장난감 레고를 좋아해서 붙이시는 건가요?

LLANO : 하하. 제가 레고 장난감을 좋아하진 않아요. 이것도 큰 뜻 없이 붙인 단어입니다. LANO가 허전해서 L을 하나 더 붙여서 LLANO가 됐는데 이 앞에 또 무언가를 붙이고 싶더라구요. 이런 생각을 할 때 쇼미더머니가 한창이었어요. 거기서 도끼가 항상 'leggo! leggo!'하는 거예요. 'Let's go'를 줄임말! 오 멋있다. 해서 LLANO 앞에 lego를 붙이게 됐어요. 별거 없죠?(웃음)

사실 주영씨가 곡을 올리실 때 레고 장난감 머리를 쓰고 나오셔서 엄청난 연관성이 있는 줄 알았어요.

LLANO : 그 레고머리는 닉네임 앞에 'leggo'를 붙이고 난 후에 연결이 된 아이템이에요. 무엇으로 나를 어필해볼까 하다가 직관적으로 나온 아이디어입니다(웃음)

좋아하는 음악 장르가 어떻게 되시나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 올리시는 음원들은 대부분 흑인음악 쪽에 가깝던데!

LLANO : 흑인음악을 기반으로 좋아하기는 해요. 그루브가 주가 되는 음악이죠. 어렸을 때는 흑인음악 아니면 안 돼!라는 편식이 있었는데 미디와 작곡을 배우면서 편식을 덜 하게 됐어요. 여러 장르를 다 다룰 줄 알아야 진정한 작곡가라고 생각해요. 다른 장르가 흑인음악과 합쳐질 때 더 이쁘고 듣기 좋은 음악이 될 수도 있구요. 

주영씨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주영씨의 음악에 제일 영향을 많이 끼친 아티스트는 누구인가요?

LLANO : 사실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매번 바뀌어요. 요즘은 브루노 마스가 너무 좋아요!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언제나 좋고... 근데 저에게 영향을 준 아티스트는 보아랑 여성 작곡가 켄지에요. 중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음악프로에서 보아의 <My Name> 무대를 접하고 처음으로 누군가가 멋있고,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반복적으로 듣던 보아의 곡들을 ’켄지’ 라는 프로듀서가 만들었더라구요. 작편곡 뿐 아니라 가사에서 묻어나는 몽환적인 분위기가 좋았어요. 

조금은 팝적인 성격의 아티스트에게 영향을 받으신 거네요?

LLANO : 네. 제가 하고자 하는 음악들 과는 조금은 다른 분위기의 음악을 듣고 자랐지만, 그렇기 때문에 팝적인 요소와 흑인음악적인 요소를 결합하는 센스가 생긴 것 같아요.


#2. 상경소녀


'나의 음악을 만들어야겠다!'라는 생각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LLANO : 21살에 울산에서 서울로 올라왔어요. 삶이 진짜 재미가 없었고 '왜 태어났을까, 난 왜 잘하는 것도 없이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때였어요. 대학을 다니고 있었지만 흥미가 있는 전공도 아니었거든요. 생각 끝에 '잘 하는 것이 없으면 좋아하는 걸 해보자!'라는 결론을 내렸고 무턱대고 UFO 마이크를 샀어요. FL Studio로 녹음을 하고 싸이월드에 곡을 올렸죠. 그때는 싸이월드가 짱이었잖아요(웃음). 제 노래에 대해 사람들이 반응해 주는 게 참 신기했어요. 좋다고 해주는 사람들도 있고, '악플'이란 것도 처음 받아 봤어요. 그렇게 몇 곡 올리다 보니까 저의 노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늘더라구요. 그 사람들에게 더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무턱대고 마이크를 산 것처럼 작곡을 배우려 무턱대고 상경했습니다. 하하.

음악을 시작한 21살 이전엔 아예 음악에 관심이 없으셨나요?

LLANO : 음... 그냥 음악을 좋아하던 애였어요. 주변에서 노래를 좀 하던 애? 음악에 대한 흥미였지 그것을 능력으로 인정받을 정도는 아니었어요. 딱히 특출나게 잘하는 게 없는 그런 아이였죠. 

그럼 원래 다니던 대학을 포기하신 건가요?

LLANO : 상경해서 호서대 실용음악과로 편입을 했어요. 처음엔 부모님이 엄청 반대하셨어요. 너무 급작스러우니까. 하지만 '난 특별히 잘하는 게 없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거 하면서 살게!'라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드리니까 곧 수긍해주셨어요. 

일반적인 대학을 다니다가, 실용음악과로 편입하는 일이 힘드시진 않으셨나요? 전문적인 공부가 필요하잖아요.

LLANO : 피아노를 배울 땐 많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입학'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수월하게 공부했던 것 같아요. '이 산만 넘으면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겠지!' 입시곡의 커리큘럼을 따라야 하긴 했지만 그것마저 즐거웠죠.

엇! 지금 잠깐 사투리가 들린 것 같은데요?

LLANO : 아... 제가 편하면 사투리가 나와가지고(웃음).

편하시다니 다행이네요. 주영씨 페이스북에 다른 분들의 곡을 공유하고 들어보라고 소개해주는 글이 종종 보여요. 어떤 곡을 그냥 공유해준다는 느낌이 아니라 정말 정성을 들여 홍보해주시는 것 같았어요. 필력도 대단하구요!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적어주시나요?

LLANO : 같은 학교 선후배, 동기들의 음악을 공유합니다. 과 자체가 음악을 하는 과니까 공연도 같이 하고 살을 부대끼는 일이 많아서 그런지 대부분 다 친해요. 보통은 말씀하신 것처럼 그냥 공유하기 누르고 '제 친구의 곡이에요. 들어주세요~'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그 곡을 추천하고 들어보라고 권유하는 이유를 설명해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한마디 더 붙여주고, 진심 어린 말로 추천을 하면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들어줄 거라 생각해요.




#3. LLANO가 부르는 LLANO의 음악


작곡, 작사가로 활동하기 전, 그리고 지금까지 주영씨가 직접 부른 곡들이 꽤 많아요. 음원사이트에는 싱글이 2개나 있으신데, 개인적으로 부럽습니다(웃음). 첫 싱글 <영화 볼까>가 발매됐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LLANO : 첫 싱글을 낸지 6년이 지났으니까 지금 들어보면 부족함을 많이 느껴요. 살짝 오글거리기도 하고(웃음). 곡이 올라간 순간만큼은 되게 설레었어요. 아, 됐다! 이제 잘 되는 일만 남았구나!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설레발이었죠. 


첫 번째 싱글 '영화볼까'(좌) / 두 번째 싱글 '취했을까'(우)

두 번째 싱글 <취했을까>를 소개하는 페이스북 글에서 '어느 여름에 내가 신나고 싶어 만든 곡이다'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개인 작업물 중엔  <Summer Night>이란 곡이 있구요. 여름에 가장 영감을 많이 받으시나 봐요.

LLANO : 저에게 있어 여름은 제일 들뜨는 계절이에요. 제가 밤에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여름의 밤은 엄청 자유롭잖아요. 춥지 않으니 맘껏 돌아다닐 수 있고, 맥주를 한 캔 할 수도 있구요. 또 설레는 감정도 많이 느끼게 해주는데, 그래서인지 여름에 사랑에 관한 노래가 많이 나와요. 밝고 신나면서도 달달한 연인과의 관계! 여름에는 이렇게 신나는 에너지가 솟는데 겨울에는 약간 이성적이게 돼요. 그래서 인생에 관한 곡을 쓰게 되구요.

영상과 함께 음악을 올리시잖아요. 촬영이나 편집도 직접 하시는 건가요?

LLANO : 네. 제가 영상 수집을 많이 해요. 그 영상이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곡의 영상을 만들 때 수집한 영상 중에 어울릴만한 영상을 골라요. <Summer Night>은 남자친구랑 한강 가서 찍은 영상들을 편집한 거구요!

사실 남자친구분과 관련된 질문을 준비하긴 했는데, 너무 개인적인 영역이 아닌가 해서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여쭤보겠습니다! 남자친구분도 음악을 하시나요?

LLANO : 물어보셔도 괜찮습니다(웃음). 네. 남자친구가 같은 학교 과 후배예요. 어느 날, 제 성격과는 너무너무너무너무 다른 상큼한 걸그룹의 노래를 가이드 해야 하는 날이어서 굉장히 힘들어 하고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본 남자친구가 저를 위로하겠다고 제가 좋아하는 장르의 곡을 스케치 해서 들려줬어요. 제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곡을 써 준 것도 너무 기뻤지만, 트랙이 마음에 들어 얼른 달라고 했죠(웃음). 그 곡이 바로 <Summer Night>입니다. 아직 1절만 있는 곡이지만, 올해는 둘 다 시간나는 대로 작업해서 곡을 완성하기로 약속했습니다!

Dr.Mask X LLANO - Summer Night

제가 주영씨 페북에서 인상 깊게   ‘소음이라는 프로젝트에요. 소소한 음악 '소음'. 요즘 노래들은 너무 극적인 감정만을 표현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것과는 반대로 사소하고 소소한 이야기들을 음악으로 만든다는 게 신선했어요! 소음이라는 프로젝트는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나요?

LLANO : 싱어송라이터라는 것을 계속 어필하고 싶었어요. 긴 시간 공들여서 만든 음악을 딱 내놓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 되면 에너지 소비가 너무 크더라구요. 그래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소하고 소소한 이야기들로 음악을 만들어보게 되었어요. 곡이 굉장히 짧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센스도 기르고 싶었구요.

'소음'프로젝트를 소개하는 글에서 '너무 사소하고 소소해서 묵혀뒀던 이야기가 있으면 얘기해달라'라는 문구를 다셨어요. 만든 곡들이 본인의 이야기가 아닌 건가요?

LLANO : 가사는 반은 나의 얘기, 반은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생각이나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친구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내기도 해요. 음악이 글이 될 수도 있고, 글이 음악이 될 수 있듯 예술의 영역은 다 연결되어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예술적인 경험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책, 영화, 뮤지컬, 전시회, 콘서트 등등. 아 여행도 꼭 가야 하구요! 창작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경험을 귀찮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소소한음악:소음] EP01_나 빼고 다 얇아

 가장 최근에 인상깊게 본 책이 있으신가요?

LLANO : 작년에 읽은 'Eveything Everything(에브리씽 에브리씽)'이란 책이 기억에 남아요. 학생 때 느낄 수 있는 감정과 감성들, 그때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학창시절의 감정을 다시 되살아나게 해줬어요. 저도 이제 20대 후반으로 접어들어서 그런지 느끼지 못하는 감정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그런 감정들을 깨어나게 하는 방법으로 책이 참 좋아요. 영화나 드라마는 영상이 직접적으로 보이잖아요. 반면 책은 상상할 수 있게 해주니까. 글을 쓸 때 글의 재료를 얻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글을 보는 거라고 생각해서 책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해요.

주영씨의 가사들은 남자인 저도 공감할 수 있을 만큼 담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감의 포인트를 어떻게 끌어내시나요?

LLANO : 일단은 '나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와 비슷한 주제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찾아봐요. 요즘엔 SNS가 발달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과감히 표현하잖아요. 그런 매체를 활용해서 사람들이 어떤 것에 불안함을 느끼고 힘듦을 느끼고 설렘을 느끼는지 관찰해요. 그리고 가사를 쓸 때는 조금은 두리뭉실하게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그 가사에 누구나 들어갈 수 있고 주인공이 될 수 있죠. 조금은 거시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되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느낌의 포인트를 조금만 주는 거죠. 어떤 장소, 특정 시간, 혹은 특정 인물로요. 그 포인트에 누군가는 더 공감할 수 있고 누군가는 특이하다고 생각할 거예요.

주영씨 곡에 나레이션이 들어간 곡이 많았어요. 듣다 보니까 '나레이션도 나름에 매력을 가지고 있구나' 느껴졌어요. 나레이션은 어떤 효과를 노리고 쓰시는 건가요?

LLANO : 너무 미화해주시는 것 같은데... 사실 허전해서 쓴 거예요. 하지만 글이든 음악이든 무언가를 나타낼 때 연기력, 표현력이 필요하잖아요. 부끄럽지만, 집에서 혼자 영화 대사를 따라 한다거나 혼잣말을 한다거나 나레이션을 연습을 하면서 연기력, 표현력을 길러요. 그리고 저 스스로 말하는 목소리가 마음에 들더라구요(웃음). 그래서 부스 안에서, 부스가 흡음을 해주니까 혼잣말들을 타이트하게 녹음해 놓고 혼자 좋아하고 그래요. 

맞아요. 저도 혼자 책 소리 내서 읽고 그럽니다(웃음).  글로벌하게 작업하신 곡도 있어요! 독일 아티스트 'Kai Danzberg'의 <Back In Time>에 코러스로 참여하셨어요. 어떻게 참여하시게 된 건가요?

LLANO : 제가 브루노 마스의 <Chunky>라는 곡을 커버한 적이 있어요. 곡에 사용된 MR이 <Chunky>를 카피한 인스트루멘탈이었는데 그 인스트루멘탈을 만든 분이 'Kai Danzberg'라는 독일 아티스트예요. 그분이 제가 커버한 곡을 들으셨나 봐요. 얼마 후에 '자기가 앨범을 준비 중인데 곡의 코러스로 참여해달라'라는 연락이 왔어요. 저도 그분의 곡을 썼으니까 당연히 도와드렸죠.

작업은 어떻게 진행이 됐나요? 소통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LLANO : 외국 분이셔서 그런지 엄청 프리했어요. 만든 곡을 먼저 보내주고 '네 방식대로 코러스를 쌓아달라'라고 요청하시더라구요. 제가 코러스를 쌓아서 보내면 '이 부분이 좀 부족한 것 같다' 피드백이 오고, 더 쌓아서 보내주고 하면서 진행했어요. 개인적으로 특별하고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그 곡도 뮤지쿠스 부스에서 만드신 건가요?

LLANO : 네. 보통 부스 밖에서는 곡 작업을 하고 모든 녹음은 부스에서 해요. 

아마 뮤지쿠스 사용자들 중 유일하게 글로벌 앨범 작업을 하신 분이 아니실까 생각이 듭니다. 뮤지쿠스 부스는 주영씨에게 어떤 공간일까요?

LLANO : 사실 녹음을 할 땐 '노래 잘 불러야지!'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요. 그저께 녹음을 하다가 잠깐 쉬려고 문을 살짝 열어두고 부스 안에서 쉬고 있었어요. 제가 전구를 방향을 천장 쪽으로 두고 사용하거든요. 그러니까 이 공간이 더 아늑하게 느껴지더라구요. 또 소리도 퍼지지 않고 다 막아주니까 저 혼자만의 세상에 있는 느낌이었어요.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제 작업실 전체를 이렇게 꾸미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4. 다른 가수가 부르는 LLANO의 음악


지금은 어떤 음악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LLANO : 지금은 '작곡'만을 위한 크루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어떤 소속사에서 '우리는 이런 곡을 찾고 있다.'라고 공고가 내려오면 퍼블리싱 회사를 통해 그 소식을 받아요. 저희 크루가 만든 곡을 보내고, 그 곡이 컨택이 되면 그 소속사와 같이 작업을 하게 되는 시스템이에요. 크루 내에서 작곡 파트가 나누어져 있어요. 트랙과 편곡, 멜로디, 가사로 크게 나뉘는데 저는 '탑라이너'라고 불리는 멜로디와 가사를 만드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럼 '탑라이너'로서 음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LLANO : '멜로디'만 놓고 보자면, 센스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은 좋은 멜로디들이 너무 많이 나와 있잖아요. 기존의 멜로디와는 다르게 어떻게 꼬느냐, 어느 포인트에서 독특함을 보여주느냐가 센스의 영역이죠. 응용, 베리에이션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같은 멜로디라인이라고 하더라도 랩을 넣어준다거나 스킷 형식으로 탁탁 쳐준다거나 하면 곡이 확 다르게 느껴지거든요.

헬로 비너스의 송주희씨가 부른 <재미없을 나이>가 가장 최근에 작업하신 곡이더라구요. 너무 잘 들었습니다. 멜로디도 가사도 너무 좋았어요. 가사가 참 절절하던데, 어떻게 이 곡을 쓰시게 됐나요?


LLANO : 좋게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웃음). 일반적인 사무 업무를 보는 회사에 출근하던 때가 있었어요. 직장이 있으면 그 일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지 아시잖아요. 음악이랑도 점점 멀어지고... 어느 날 집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생각했어요. '참 재미없다. 재미없을 나이인가?' 그 생각을 메모장에 적어뒀어요. 
이 곡은 메모해둔 '재미없을 나이'라는 주제를 제목으로 적어놓고 써 내려간 곡이에요. 앨범 소개에는 '이 시대의 청춘들의 삶을 노래한다'라고 나와있지만,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인 것 같아요.



#5. LLANO답게. LLANO스럽게.


Childish Gambino의 <Redbone>을 리믹스한 곡이 있어요. 그 곡을 'LLANO스럽게 바꿔봤다'라고 소개하셨는데, 어떤 것이 LLANO스러운 것일까요?

LLANO : 저는 멜로디를 그냥 다 부르기보다는 랩이나 스킷처럼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요. 끝 음을 '에이!'이런 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특징이에요. 그런 것들이 저의 음색에 자연스럽게 묻어 나오는 것을 'LLANO스럽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목소리가 개성 있는 것은 정말 축복인 것 같아요.

LLANO : 근데 또 같은 업종에 있는 분들은 '너의 특징을 좀 내려놨으면 좋겠다'라고 하세요. 가이드 녹음은 플랫해야 어떤 가수들에게도 잘 묻어들 수 있고 그 곡을 부르는 가수들이 편하죠. 저는 아무래도 멜로디라인도 제가 만드니까 많이 특이하다고 느끼시는 것 같아요. 어느 날은 저를 가르쳐주셨던 전공 교수님한테 전화가 오셨어요. '야 이 노래 가이드 네가 불렀지?'하시는 거예요. '어떻게 아셨어요?' 하니까 '딱 네 목소리야!'하시더라구요. 가이드로서는 목소리가 좀 튀는 편이긴 한가 봐요. 이런 상황들에서 딜레마가 오는 것 같아요.

그럼 주영씨가 진짜로 하고 싶은 장르나 음악은 어떻게 되나요?

LLANO : 예전에는 정말로 '흑인음악'이어야만 했어요. 근데 요즘 저를 돌아보니 가사에 신경을 많이 쓰는 타입이더라구요. 제가 쓰고 싶고 표현하고 싶은 무드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에 집중하고 싶어요. 그래서 이제는 장르보다는 어떤 가사를 써서 보여주는가가 중요해진 것 같아요. 그래서 꾸준히 제 음악을 만들고 업로드하면서 '이런 음악을 하고 있는 LLANO입니다!' 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꾸준히 어필하고 싶어요. 매년 다짐하는 일이긴 하지만 이번 연도엔 꼭 앨범을 낼 겁니다. 그 앨범이 싱글이 되더라도 멈추지 않고 계속 작업하면 EP가 될 테니까.

사실 그런 개인적인 음악들을 사운드클라우드나 유튜브, 페이스북에 올려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지 않잖아요. 그런 무관심 때문에 음악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요. 저도 느끼고 있는 갈증이구요.

LLANO : 진짜 뻔한 얘기긴 하지만 음악을 만들고 올리는 일 그 자체를 즐거워하지 않으면 포기하게 되는 것 같아요. 유명해지고 싶은 욕구가 있으면 유명해진 누군가를 공부하고 연구하고 벤치마킹하는 노력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그 관심을 받기까지의 행위들이 힘들잖아요. 해시태그도 많이 해야 하고, 어떤 튀는 행동이나 오그라드는 일들도 해야 하고. 제가 레고를 썼을 때 그런 감정이 들었어요. 별로 쓰긴 싫었는데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많이 봐주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죠. 근데 많이 봐주진 않더라구요(웃음). 
어쨌든 자연스럽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군더더기 없이 올리다 보면 자신의 흔적이 쌓이겠죠. 그러면 이렇게 뮤지쿠스에서 인터뷰를 하러 찾아와 줄 수도 있는 거고, 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늘 거라고 생각해요!

꾸준하고 진득하고 우두커니 자신의 이야기를 쌓는다는 게 참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LLANO : 그렇죠. 근데 그걸 버텨내면 어느 순간 터지는 거죠. 마케팅하는 사람들도 어디서 터질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을 거예요.

LLANO는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나요?

LLANO :  제 꿈은 ‘소설같은 노래를 쓰는 싱어송라이터’가 되는 것이에요. 소설은 읽다보면 책 속으로 빠져들어 실제로 겪지 않았더라도 인물의 기분을 간접적으로 체험 할 수 있잖아요. 저는 그것을 노래로 표현해서 듣는이들을 어디로든, 어느 시간으로든 데려다 주고 싶어요. 저와 다른 연령대의 분들에게도 추억과 공감을 전해주고 싶고, 훗날 제가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소설 같은 노래를 쓸 수 있는 싱어송라이터’였으면 좋겠습니다.

꼭 그렇게 되실 거예요! 꿈을 위해 힘들게 음악 하고 있는 아마추어 뮤지션들이 지금 그들의 현실을 '재미없을 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생각에 우울하고 있을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곡을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LLANO : 카디비가 피처링한 브루노 마스 <Finesse Remix>요! 이 노래는 어느 때 들어도 신나요. 걸어가면서 들으면 파워워킹 되구요(웃음). 저는 하나에 빠지면 하나만 들어요. 브루노 마스의 이번 앨범은 레트로한 음악을 올드하지 않고 신선하게 느끼게 해주니까 너무 좋더라구요. 하나에 빠져서 그 곡만 듣는 습관이 작곡을 하기에 좋지 않은 습관이긴 한데 저도 행복해야 하니까요. 음악을 들을 땐 즐기는 게 가장 중요하죠! 앨범 커버 사진으로 타투도 예약해 놨습니다.

부러워요. 저는 부모님의 강경한 반대로 타투의 ㅌ자도 꺼내지 못하는데...

LLANO : 저희 부모님도 그러시지만, 들키면 '해버렸어~'라면서 애교로 넘어가려구요. 그럼 상윤씨 부모님은 상윤씨가 음악 하는 것도 반대하셨나요?

제가 갑자기 인터뷰이가 됐네요(웃음). 워낙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하는  아셨으니까제가 하는 음악에 대해 응원을 많이 해 주세요. 제가 만든 음악의 첫 번째 팬이시기도 하구요. 지금은 음악보다는 뮤지쿠스 일에 집중하고 있어요. 이렇게 뮤지쿠스에서 일하게   대표의 철학이나 뮤지쿠스 부스가 만들어진 이유에 매료됐기 때문이에요. 뮤지쿠스는 부스를 만드는  말고도 하고 싶은  많아요아마추어 아티스트를 위한 커뮤니티도 만들고 싶고부스를 사용하는 뮤지쿠스인들끼리 앨범 작업도 하고 싶구요. 만약 앨범 작업이 진행된다면 많이 도와주셔야 해요!

LLANO : 그럼요! 저야 흔쾌히! 만약에 이 부스가 없었다면 제가 따로 작업실을 잡고 음악을 했었어야 했는데 그러면 돈이 엄청 많이 들었을 거예요. 그래서 이 부스를 만들어 준 뮤지쿠스가 너무 고마워요. 그래서 뮤지쿠스가 저의 재능을 원하시면 언제든지 흔쾌히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허재경 대표님이 처음 일을 시작하셨을 땐 막 혼자 힘으로 모든 걸 다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후기에 ‘직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했었는데, 상윤씨가 직원이 되신 거네요! 정말 진심으로 뮤지쿠스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제가 인터뷰를 하러 왔는데 제가 용기를 얻고 가네요이것도 연인데주영씨랑 음악 하는 좋은 친구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LLANO : 저두요. 상윤씨가 랩을 하시니까 서로 피처링 하면서! 화이팅!


인터뷰가 끝난 뒤 인터뷰 공책을 덮은 뒤 나눈 30분의 대화에서, 나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눈빛에서 그녀가 하고자 하는 음악의 방향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음악은 대화이고 이야기다. 


'밝음'에서 뿜어 나오는 에너지가 있다. 두 번째 인터뷰는 그 에너지로 가득했고 동갑내기 친구를 만나 음악 얘기로 수다를 떠는 것처럼 편했다. 그 수다 속에서 툭, 진심 어린 얘기가 나오면 아무말 없이 커피를 홀짝이다가 이내 곧 서로에게 '화이팅!'을 외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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