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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가좋아서 Jun 13. 2019

객관적인 와인 테이스팅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감히 말하지만 객관적인 테이스팅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다. 앞서 밝힌 테이스팅의 변수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 사람의 입맛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맛이란 사람이 살아온 문화 와 환경에 따라 너무나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기에 맛으로 어떤 것을 평가하는 것에는 그 어떤 것도 완전한 객관성을 갖추기란 불 가능하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와 잰시스 로빈슨이 같은 와 인을 두고 완전히 상반된 평가를 한 적이 있다. 와인 업계에서 이 둘의 평가를 무시할 수 있는 와인은 없을 것이다. 이런 최고라 불 리는 사람들조차 하나의 와인을 가지고 저마다의 의견을 내는 것이 와인 평가의 현실이다. 이들은 프랑스 샤토 파비 2003 빈티지 의 와인을 테이스팅 하고 잰시스 로빈슨은 20점 만점에 12점을, 로버트 파커는 100점 만점에 98점을 준 것이다. 잰시스 로빈슨은 당시“파비가 전통 생떼밀리옹 방식을 고수하지 못하고 파커가 좋 아할 만한 메독 스타일로 바꿨다. 식욕을 완전히 떨어뜨리고 너무 익은 듯한 아로마와 풋내는 보르도 레드가 아니라 늦게 수확한 진 판델을 상기시킨다”라며 혹평을 했으며, 로버트 파커는“완벽주의 자인 오너의 노력으로 풍요함과 광물성, 표현력 그리고 고상함을 두루 갖춘 숭고한 와인이 탄생했다”라고 극찬했다.


이 같은 사례만 봐도 객관적인 테이스팅은 존재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게 한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들끼리 한 와인을 놓고 다르게 평가하는 경우는 이미 많은 사례가 있다. 아무리 권위 있 고 지위 높은 와인 평론가들이라고 해도 결국에는 자신이 배워오 고 근거로 삼는 기준이 조금씩 다르고 자신만의 기호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단맛을 싫어하는 사람이 단맛을 좋아하는 사람보다 단맛이 나 는 와인을 좋게 평가할리 없고, 신맛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 신맛 을 즐기는 사람보다 산도가 뚜렷한 와인을 좋게 평가할리는 없다. 테이스팅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그들 나름대로 언어를 순화 하고 자신의 혀가 대단히 객관적이라고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애 초부터 자신의 호불호에 따라 갈리는 맛을 객관성을 갖추어 이야 기하는 것 자체가‘어불성설’이다. 와인 생산국의 테이스팅 전문 가들은 최대한 객관성을 갖추기 위해 같은 와인을 일주일에 한 번 씩 테이스팅 하면서 같은 강도의 수치로 와인을 평가하는 훈련을 한다고도 한다. 굉장히 어렵고도 힘든 훈련이다. 


몇몇 사람들이 말하는 와인 테이스팅의 객관성은 맛에 대한 객 관성이라기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통용되고 있는 보편적인 기준에 맞춰 와인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게 더 알맞은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보편적인 기준이란 여러 와인 협회가 제시하는 테 이스팅 시스템에 맞게 와인을 이야기하거나 모두가 이해하는 테이 스팅 방법 기준에 맞춰 와인을 이야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언급했지만 테이스팅 가이드를 제시하는 협회마다 추구하 는 테이스팅 방법은 모두 다르기에 세세한 것 하나하나 같을 수는 없지만 그 큰 틀을 살펴보면 전혀 새로운 게 없고, 전혀 다른 게 없다. 꼭 보편적인 기준에 맞춰서만 이야기해야 하는가를 다시 묻 는다면 꼭 그렇다고 이야기할 수만도 없다. 앞서 말했듯 기호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보편적인 틀에 가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 만 그렇게 일정하게 합의된 약속 없이 개개인의 기준대로 판단을 한다면 한마디로 특정 와인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는 평가할 기준 과 척도가 사라지기 때문에 굉장히 난잡하고 복잡하게 얽혀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여러 와인 협회가 제시하는 테 이스팅 시스템에 따라 와인을 이야기하는 것이 서로가 그 와인을 평가함에 있어 기본적인 이해가 가능하다.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이렇다. 어떤 사람이 5kg의 아령으로 운 동을 한다고 하자. 그때 이 5kg 아령은 힘이 센 사람에게는 생각 보다 무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힘이 약한 사람에게는 버겁게 느껴질 것이다. 개인의 힘에 따라 무게를 어떻게 느끼는지 달라지기 때문에 5kg 아령을 들고도 누군가는‘무겁다’, 누군가는‘가볍 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우리가 5kg은 무겁다는 합의된 약속을 한다면 5kg 을 무겁다고 말하는 게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표현이 되는 것이다. 그 후 우리는 5kg은 무겁다고 표현할 수 있지만 이 5kg 아령으로 운동을 하는 것이 적당한지 아니면 좀 더 무거운 걸로 또는 가벼 운 걸로 운동하는 게 적당한 지는 개인의 취향이고 기호의 문제로 볼 수 있는 것이다. 


5kg 아령을 무겁다고 말하는 것은 와인을 보편적인 기준에 맞 춰 이야기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이 5kg 아령이 자신에게 적당 한지 적당하지 않은지 개인의 문제라는 것은 어떤 하나의 와인 맛 을 평가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세계일보 기사 참고 :와인평론 거목 잰시스 로빈슨 "내추럴 와인이 주목받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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