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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탁건 Oct 19. 2018

제목을 정하지 말고 주제를 정하라

심플한 글쓰기


처음부터 제목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제목보다는 내가 쓰고자 하는 책의 주제를 확실히 정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주제를 확실히 정하고 그다음 원고 구성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책의 제목, 각 챕터의 제목, 챕터 속의 소제목 등은 주제에 대한 적당한 제목을 가제로 정하고 그에 대한 내용을 적어나가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모든 제목은 원고가 완성되고 책이 출간되기까지 끝없이 수정하게 된다. 책의 제목은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정해지기도 한다. 이것은 출판사의 고유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판사는 책의 제목을 정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고심하고 회의를 거친다. 내가 지은 제목이 아주 매력적이라면 출판사는 내가 지은 제목을 선택하기도 할 것이다.   


내가 쓰고자 하는 주제의 장르를 알고 있는 것도 좋다. 자기 계발인지, 인문이나 철학, 처세, 심리, 경제, 경영, 재테크, 종교, 고전, 예술, 요리, 건강... 수많은 장르 중 내가 쓰고자 하는 책이 어떤 장르인지 알고 있으면 참고 도서를 고르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난 뒤, 내 책이 어떤 독자층을 타깃으로 할 것인지를 정확히 파악한다. 20대, 30대, 40대, 50대, 남성, 여성, 주부, 직장인, 자영업자, 학생 등. 이렇게 장르와 독자층을 디테일하게 정하면 글이 큰 맥락의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게 된다.  


주제를 정하고 장르를 파악하고 주 타깃 독자층을 정하였다면 이제 책의 콘셉트는 정해졌다.

많은 예비 작가들은 책을 쓰겠다 마음을 먹고 주제를 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첫 책의 주제를 정함에 있 첫 책의 글을 비교적 수월하게 완성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는 주제 선정이 필요하다. 무턱대고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데 관심이 조금 있다고 하여 주제를 잘못 정하게 되면 중도에 지치고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내가 하고 있는 일, 내가 속해 있는 조직 내에서 많은 경험을 사례로 풀어낼 수 있는 주제여야 다양한 콘텐츠로 글을 술술 적어 나갈 수 있게 된다. 독자들은 쉽게 알아챈다. 저자가 이 분야에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알고 있으며 자신이 그에 대한 여러 지식과 감정을 알리려 하는구나 하는 것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첫 책의 주제는 꼭 내가 잘 알고 있고 자신 있고 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주제로 정하는 것이 좋다. 한마디로, 내가 쓰고 싶은 주제여야 하고 동시에 내가 쓸 수 있는 주제여야 한다.


우리가 사회에 나와 취업을 하고 다시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등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회사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작가가 돠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하고 독자들에게 내 책을 어필하기 위해서는 출판사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독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무턱대고 ‘시작하고 보자’는 식의 태도는 좋지 않다. 책을 쓰기 전에 반드시 출판사와 독자의 니즈를 찾아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친 뒤에 글을 쓰기 시작해야 막힘이 없고, 지치지 않고, 중도 포기하지 않게 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출판사와 독자가 원하는 것이다. 나의 니즈를 찾는 것이 우선시되는 것은 좋지 않은 책 쓰기 방법이다. 그보다는 지구 상에 단 한 명 만이 존재하는 '나'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가장 좋은 책 쓰기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출판사에 투고한 원고가 독자들의 니즈를 충분히 만족시키고 있다면 출판사의 편집자와 기획자 등 전 직원은 나의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 하지만 원고의 내용이 앞서 말한 것들을 덜 만족시킨다면 나의 원고는 메일함의 휴지통 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주제를 정함에 있어 시기적인 관심사도 상당히 중요하다. 지금 내가 쓰고자 하는 주제가 한 때 휘몰아친 열풍처럼 유행이 지나버린 주제라면 쉽게 독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독자들은 책이 자신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주길 원한다. 출판사도 마찬가지이다. 출판사는 이 책이 세상에 나왔을 때 독자들의 지갑을 열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 출판사도 이익을 내야 함은 분명한 사실이다. 책의 내용이, 글의 짜임새나 문장력이 아무리 훌륭하다 한들 유행이 지나버린 주제이고 독자들이 원하는 시기적 선택 사항이 아니라면 출판사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이 출판을 거절할 수밖에 없다. 이건 예비 저자들의 꼭 명심하였으면 한다. 실제로 한 출판사의 편집자는 이런 말을 하였다.

 

“저는 저자들이 보내온 원고들을 검토할 때 독자들이 지갑을 열어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먼저 살핍니다. 그러기 위해서 생산자의 입장에서 원고를 검토하게 되죠. ‘내’가 보기에 괜찮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타깃 독자’의 관심도를 충족하고 기호에 부합하는지, 독자들과 만나 화학반응을 일으킬 원고인지 계속 고민하게 됩니다.”


주제를 정하면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나는 과연 이 책의 주제를 탐하기 위해 나의 지갑을 열 것인가?

사실 책의 제목을 고민해야 할 시기는 바로 원고를 출판사에 투고하기 전일 것이다. 요즘은 이메일로 원고를 많이 투고한다. 출판사에서 나의 출간 기획서라든지 원고가 든 파일을 열어보게 만들려면 아주 매력적인 제목이어야 한다. 오랜 시간 고민하여 주제를 정하고, 오랜 시간 원고를 쓰고, 많은 시간을 들여 탈고를 마친 자식 같은 소중한 원고가 쉽게 지어 버린 제목으로 인해 출판사의 외면을 당할 수도 있다. 출판사의 편집자들은 ‘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책의 제목’이라고 말한다. 생각해보라 서점에서 책을 집어 들기까지의 과정에서 나를 움직이게 만든 것은 책의 무엇인가? 물론 나의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은 매력적인 표지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말하자면 단연코 제목일 것이다.


책 제목의 길이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제목 속에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콘셉트가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제목 속에 강한 임팩트로 콘셉트를 나타내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끌렸던 책의 제목에는 무엇이 있는가 생각해보라.


 -이지성 <리딩으로 리드하라>

 -김난도 <아프니까 청춘이다>

 -한근태 <일생에 한번은 고수를 만나라>

 -가미시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미움받을 용기>

 -김어준 <닥치고 정치>

 -김정운 <남자의 물건>

 -나카시마 다카시 <20대 리더가 지금 꼭 해두어야 할 일>

 -한동일 <라틴어 수업>

 -이지성 <독서 천태가 된 홍대리>

 -선정근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이민규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

 -캔블랜차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문요한 <굿바이 게으름>

 -폴 칼라니티 <숨결이 바람 될 때>

 -고영성 <어떻게 읽을 것인가>

 -복주환 <생각 정리 스킬>

 -함규정 <감정을 다스리는 사람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

 

나는 이 책들은 단지 제목만으로도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궁금해졌고 나의 지갑을 단번에 열게 만들었다. 이 중 단연 최고의 제목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이다. 다음은 이 책의 제목에 관한 일화이다. 책 제목을 신중하게 짓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21세기 북스는 수많은 토론과 브레인스토밍을 거쳐 원제 ‘Whale Done!(고래가 해냈어!)‘의 국내 출간 제목을 ’YOU Excellent!(당신 정말 훌륭해!)‘로 정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미치치 못했다. 하지만 희망의 불씨는 책을 읽어본 독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결국 판사는 고심 끝에 제목을 바꿔서 재출간키로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게 되는데, ’칭찬의 힘‘이라거나 ’칭찬의 마력‘ 등 ’YOU Excellent’보다는 나은 듯하나 어딘지 모르게 부족한 제목들뿐이었다. 관건은 ‘칭찬 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는 콘셉트를 제목으로 연결할 수 있는 적절한 말을 찾는 것이었다. 혼신의 노력 끝에 불현듯 떠오른 제목이 바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였고, 이로써 재차 도전하여 초대형 베스트셀러로 성공하게 되었다. -추상엽 <100권 읽기보다 한 권을 써라>

 

멋진 제목에 내용까지 잘 꾸며져 있다면 작가로서의 첫출발은 그야말로 성공이다. 제목은 중요하다. 그런 만큼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을 하여야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제목을 짓는 것에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지 말라는 것이다.  제목을 짓는 것은 글을 완성한 뒤 생각해도 늦지 않다.


책의 원고를 완성한 뒤 제목을 짓는 데에 많은 공을 들이자. 아무리 많이 한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노력은 크나큰 보상으로 돌아온다.  지금 책의 제목을 매력적으로 짓기 위해 고심할 시간이 즐거워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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