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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vertheless May 05. 2020

나도 예쁘다.

너도 예쁘다.

주말의 늦으으은 아침


요즘은 자도 자도 별로 개운하지 않다.

하늘파란데 마음은 흐리다.


.

.

.


띠리리링.

(철컥)


문을 열고 불쑥  봄이 들어온다.


“봄아 왔니?”


봄은 대답도 없이 방에 들어간다. (새초롬한 녀석.)


닫힌 문을 잠시 바라보곤 약속이 있어 부랴부랴 집을 나선다.


현관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이상하게도 날이 보는 것과는 다르다. 봄이 새침하게 문을 닫고 들어간 이유를 피부가 먼저 눈치챈 듯하다. 날씨가 여름처럼 덥다. 걸음이 더 해질수록 땀이 흘러 오랜만에 찝찝함을 느껴본다. 이 끈적함.. 그래도 꽤 반갑다.



여름 같이 푸르러진 길을 걷다 보니 반가운 보폭이 자연스레 포개진다. 친구인 "혜"와 만났다.


혜와 함께 부쩍 푸르러진 나무들과 하얗게 피어오른 꽃들 사이를 걷는다. 마주치는 사람들이 모두 모두 예쁘다. 가벼워진 옷차림, 젊음이 가득 찬 곳곳에 웃음꽃이 만연하다. 스쳐 지나는 것들에 나도 모르게 자꾸 눈길이 간다.


“애들이 다들 너무 예쁘게 생긴 거 같아 남자도 여자도” 나의 무기력한 모습과 달라 보여 부러웠나 보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내 말에 “혜”야가 불쑥 말한다.



“너도 예뻐.”


“고마워 너도 예쁘다.”


“그래.”


:)


별 뜻 없이 흘러나온 그 한마디가 참 따듯하다.


언제부터일까 자존감이 부쩍 낮아진 듯하다. 없어질 기미가 없는 온갖 곳의 여드름 자국들을 시작으로 무기력하게 반복되는 하루를 되풀이하며 만든 다크서클을 보태 꿈에서 멀어지고 있는 몽상의 연속, 맥 빠진 눈동자가 내 겉모습에 드러나 보인다. 스스로 문제라 삼은 것들로 인해 자신감마저 내게서 달아난 듯 스스로가 별로다.


예쁘다는 표현은 어쩌면 은연중 스치는 모든 것에 시샘을 나타내었나 보다. 그 한마디에 외면했던, 잊었던 나 자신을 다시 본다.


남과 나를 비교하면 언제나 모든 게 상대적이다.

갖지 못한 걸 부러워해봐야 결국 바뀌는 건 없는데도 말이다.


걷다 보니 목적지인 카페에 도착했다. 카페 사장님은 오늘도 멋지다. 나도 칭찬을 나누어 본다.


오늘도 멋지시네요


그가 부쩍 쑥스러워한다. 그 모습을 보는 내 모습이 조금 예쁘다.


창문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빛들이 포근해서 공간이 더 예쁘다.


앉아있는 사람들이 참 예쁘다.


우리는 조용한 구석에 앉아 호로록 커피를 마신다. 주고 나눈 주제의 이야기들이 예쁘다.


.

.

.



시간이 흘러 흘러 나누던 대화 사이로 어느새 어둠이 드리운다. 벌써 집에 갈 시간이다. 집에 가긴 싫지만 화장실에 들렀다가 이곳을 나서기로 한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아침에 본 우중충한 나인데 왜인지 조금 예뻐 보인다. (흐뭇)


밖은 어느새 밤이 짙어졌다. 빛을 앗아간 어둠도 곳곳에 네온사인과 어울려 오늘은 예뻐 보인다.


집 방향이 다른 우리는 아쉽지만 짧은 인사를 하고 양갈래로 멀어져 간다.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혼자는 역시 싫다. 


여전히 나를 스치는 모든 것들이 예쁘다. 시샘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런 찰나에 창에 비친 내 모습이 예뻐 보인다. 다행이다.




오랜만에 날이 적당하니 따릉이에 몸을 실어 이 적당함을 누리며 집으로 가자. 달리며 맞이하는 온도도, 포만감도, 기분도 모든 게 적당하다. 기분이가 좋다.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며 나아지는 중이다.


.

.

.


띠리리링.

철컥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서니


봄이 빼꼼 인사를 건넨다.


“밤이 오니 좀 살 것 같다.”


":)"



봄이 떠나기 전에 오늘은 창을 열고 함께 잠을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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