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단이

by 미연 MIA




애초에 이름이라는 게 스스로 고르지 아니하고 주어지지 않던가. 단(單). 적당히 무거우면서도 부드럽고 유연한, 하지만 결국에는 단호함이 느껴지는 이 이름은 단이가 제 자신에게 직접 붙였다. 세상에 기댈 곳 없는 유일의 것이자 짝이 되지 못하는 홑 것이라는 의미로 말이다. 쉽지 않은 사연과 따라붙는 삶의 고충이 짙게 물든 아이. 고독과 슬픔, 결핍, 외로움 그리고 우울함을 숙명이자 전부로 여기는 부정의 생물. 미소에 가까운 게 전부인 단이의 웃음은 매번 내 마음을 찌르르 울게 만드는데, 이게 안쓰러움과 설렘 중 어느 것으로부터 비롯된 것인지가 좀 모호했다.


그 아이의 맑은 피부와 날렵한 콧날, 길고 가는 다리는 매번 시선을 끌었다. 가만히 쳐다보다가 "너 참 예쁘다?" 하며 말을 던지면 살아남기 위한 처절함의 잔재일 뿐이라며 시큰둥해했다. 그런 대꾸 앞에선 할 말이 없어진다. 아무리 가까워져도 내일의 만남을 기약하지 않는 길고양이를 마주한 느낌이었다. 말을 줄인 대안으로 쓰다듬기를 시작했다. 단이는 손길을 허락하면서도 예상보다 조금 더 다가오는 거리 안에서는 겁을 잔뜩 먹고 저 멀리로 도망쳐버리곤 했다. 그럼에도 끈질기게 따라붙어 오해의 여지가 생길 틈을 주지 않아야 했다. 홀로 생각하는 시간을 주는 순간 다시 눈 맞춤부터 시작해야 했으니까. '절대 착각하지 마. 이건 연민이 아니라 사랑이야. 사랑이야 단이야.' 손에 마음을 담아 천천히 움직였다. 환하게 반겨줄 날을 기대하며, 이름은 남몰래 단(但)으로 고쳐 불렀다.


고집 센 단이의 매일은 위험했다. 작은 웅덩이도 눈앞에 보이면 기어코 발을 담가보고야 마는 이 습성은 언젠가 큰 바다를 마주하게 되는 날 이 바보를 깊은 곳으로 끌고 갈 것이 분명했다. 애초에 왜 물에 빠지면 안 되는 가를 이해하지 못하였기에, 피하는 방법 대신 그 속에서 유영하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했다.

"그리고 단이야. 올라오고 싶어질 때는 숨을 멈추고 눈을 감은 채로 가만히 있으면 돼. 자연스레 수면으로 올라와질 거야. 그렇게 둥둥 떠오르면 돼."

고개를 끄덕인 단이는 예고 없이 바다로 떠나버렸다.


"언니 내가 해봤는데, 이미 빠져버렸을 땐 수영도 그저 발버둥이더라." 단이가 처음으로 먼저 말을 걸었다. 꿈속에 단이는 하염없이 버둥거렸다. 어떻게든 도망치는 방법을 알려줬어야 했을까. 단(斷)이의 모습은 그렇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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