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가을 사이. 계절의 틈이 생겼다. 정확히 언제부터 생겨난 지 모르는 이 시간들은, 몇몇 사람들만이 먼저 눈치채기 시작했다.
이 틈새는 세상 처음 만나는 것이었다. 정오의 열기는 한 여름보다는 가셨고 오후의 잔열은 새벽까지도 이어졌다. 때문에 하루 종일 후끈함이 피부를 감쌌다. 와중에도 세지 않고 서늘한 바람은 언제라도 불어왔다. 낮은 여전히 밤보다 길지만 유독 어둠이 빨리 찾아오는 것 같다는 사람도 있었다.
학자들은 환경 파괴로 인한 이상 현상이 확인되는 건 사실이나, 새로운 계절의 탄생은 아니라고 발표했다. 원래 계절이라 하는 것이 비슷한 시기의 구분이기에 이 일시적인 변화만으로는 일반적인 통념까지 바꿀 만한 사건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계절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예민한 혹은 공상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에 소란 때문에 시간 낭비했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운동가들은 환경을 지키기 위해 더 강력한 규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었다.
명 씨는 뉴스를 볼 때마다 기분이 이상했다. 이미 새로운 탄생에 마음을 뺏겨버린 뒤였기 때문이다. 어둡고 뜨거우면서도 한 번씩 서늘한 이 세상은, 분명 본 적 없는 달콤한 나른함이 숨어있었다. 마음이 한없이 열렸고 다 괜찮을 것 같은 용기도 생겼다. 무엇을 사랑해도 괜찮았다. 이 놀라운 첫 경험들이 단순 해프닝으로 이름 붙다니! 그저 못마땅했다. 그러면서도 곧 감정을 추스르기 위한 생각을 이어갔다. 반항아가 된 기분에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내가 정말 계절의 틈을 만났었을까? 어쩌면 사람들의 말에 휩쓸리며 나도 모르게 한 착각이었을까. 그렇게 마음은, 머리로 되받아 칠 때마다 조금씩 작아질 수 있었다. 그리고 슬퍼졌다. 봄 여름 가을 겨울만 반복되던 세상에서 어쩌면, 이 시간은 다시 올 수 없지 않을까. 다시 찾아온다 하더라도 알아채고 입 밖으로 꺼내면 안 될 것만 같았다. 명 씨는 그때부터 이 계절의 틈새를 애달파 하기 시작했다. 밤마다 베개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네 시간을 겨우 잤을까. 명 씨는 눈도 채 뜨지 못하고 더듬거리며 창문을 열었다. 방충망에 머리를 기대고 찬찬히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내 미소를 지었다. 잔열 속 바람이 여전히 느껴졌다. 누가 뭐래도 그에게는 분명 새로운 계절의 틈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