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은 우리가 세워나간다 그렇게 성장한다
우리 회사가 생긴지는 3년이 채 되지 않았다.
작년 초까지만해도 직원이 4명인 아주 작은 규모의 회사였다. 그래서 회사 규정을 수립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다 요 근래에 조금씩 직원들이 늘어났고 현재 직원은 8명.
인원이 적을 때는 서로 봐주면서(?) 일을 해나갔던 터라 큰 문제가 없었다. 회의를 하고, 서로의 업무를 공유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매번 각자의 의견을 공유하고 논의할 수 없는 법. 각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보니 문제를 해결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누군가는 당연하다고 생각한 일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은 일이 되곤했다. 그러다보니 오해가 쌓이고 회사에 불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우리 회사는 상당히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가진 로컬 스타트업이었기 때문에, 일하는 시간에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서 업무를 보지 않는다. 미팅도 많고, 갑자기 현장에 가야하는 상황도 많기 때문이다. 근데 어떤이는 이를 핑계로 카페에가서 쉬다오기도하고, 업무시간에 다른 일을 하다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처음에는 업무환경을 자유롭게 해주고, 각자의 일하는 방식을 존중해줬었는데 그걸 당연하게 여기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회사 생활을 몇번 해본 사람이라면 알테지만 우리 멤버들은 다른 회사에서 일을 해본 사람이 적었다. 프리랜서식으로 일한 사람들이거나, 사회초년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환경이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게 된 것. 이건 그들의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회사 측에서도 기준을 세우지 않았던 것도 문제인거니까.
사람이 많아지고 하다보니 예전에는 별일 아니었지만 이젠 별일이 되는 상황이 종종 생겼다. 기준을 알고 행동하는 것과 모르고 행동하는 건 정말 큰 차이이기 때문에 기준을 세워 공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스타트업이고, 이런 기준을 세울 사람도, 시간도 여건도 되지 않았던 터라 우리회사는 조직문화만 있고 기본적인 연차 사용 방법, 결제 방법조차 매뉴얼이 없었다. 따라서 올해 초에는 이런 것들을 정리하고 기준을 세우는 주간을 가졌다. 회사차원에서 세워야 하는 기준(재무, 회계, 인사, 노무, 경영전략 등) 그리고 각자 업무에 대한 기준, 크게 두가지로 나눴다. 사람들에게 업무가 나눠졌고 주어진 시간 2주.
2주동안 자신이 맡은 부분의 기준을 세우고 업무를 매뉴얼화 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선 기본적으로 모든 멤버들에게 각자 맡고 있는 업무를 문서로 매뉴얼화 하는 작업이 주어졌다. 신입이 들어왔을때 문서만 보고도 일을 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어떤 기술을 사용하고 개발하는 사업이 아닌 대부분 공간을 운영하고, 콘텐츠를 만들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엄청 전문적이거나, 어려운 일이 없다. 따라서 누구나 할 수는 있는 일이다. (물론 각자의 역량에 따라 드는 시간, 비용, 질적 측면에서 결과는 다를 것.) 따라서 매뉴얼화 하여 누군가가 휴가인 날에도 옆에 있는 직원이 그 일을 대신 해주거나, 응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다.
나는 홍보, 마케팅 부분을 담당하고 있었기에, SNS 채널별 운영방법, 보도자료 작성법, 작년 콘텐츠 작성 및 광고 데이터 결과보고 등을 정리했다.
또한, 파일명을 어떻게 쓸것인지, 사진, 문서, 영상 등은 어떤 드라이브에 어떻게 정리하는지, 우리회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슬랙, 노션, 드롭박스, 구글캘린더 등 프로그램의 이용방법 등의 기준을 수립했는데,
항목들이 상호 배타적이면서 모였을 때는 완전히 전체를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겹치지 않으면서 빠짐없이 나눈 것. 이걸 목표로 기준을 잡아나갔다.
예를 들자면 파일명의 경우 사람마다, 회사마다, 업무마다 작성방법이 다 다르다. 상황에 따라 또 다르게 쓰는것이 더 효율 적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샘플은 만들어서 이걸 응용하여 사용하게끔 기준을 잡았다. 누구든지 그 파일을 찾기 쉽게 하기 위함이다.
ex) [파일분류]행사명_날짜_버전_수정자
마지막으로 작년에 PM을 맡아 2박3일 행사를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행사 운영 계획서 양식을 만들고, 앞으로 일어나는 어떤 행사든지 간에 이 양식을 보고 기획서를 작성하면 되게끔 준비했다.
내가 이렇게 정리한 양식들의 샘플을 공개하는 이유는, 내가 제일 어려웠던 부분을 사람들에게 공유하고자 하기 위함이다.
사회초년생에게 보고서를 써와라라는 말은 정말 크나큰 부담이라는 것을, 그 막막함을 알기 때문이다. 대체 뭘 어떻게 써야하는거지?? 학교에서 썼던 리포트와는 다른.. 비즈니스 보고서, 기획서, 계획서들. 네이버에 양식을 찾아보려 해봐도 생각보다 찾기 어렵다.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공개한다.
어떤 분은 우리 회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공간들의 요금수납, 비품, 설비 등의 현환을 파악하고 문서화하였고, 어떤 분은 인사부분을 담당하셔서 복지, 연차사용방법, 이체요청 등의 기준과 양식을 만들어주셨다. 또한 대표님이 요청한 업무 중 재미있었던 부분은 공간을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만약 새로운 공간을 만들 때에 그 곳에 어떤 사업을 진행하면 좋을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라는 것이었다.
수익이고 뭐고, 다 상관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아이템을 펼쳐보라 하셨다. 대표님께서 이걸 시키신 이유는 공간에 새로운 무언가를 넣기 위해서 어떤게 좋을지 한번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실제 자신이 운영하고자 하는 상황이 왔을 때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 기준정립은 상당히 머리를 써야하는 부분이고(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을 변수로 두어 그 모든 상황에 적합한 최적화 작업을 거쳐야하기 때문), 재미있는 일도 아니었는데 상상의 나래로 자신이 해보고 싶은 일을 구체화 하는 일도 시키셔서 업무간 균형이 잘 맞았던거 같다. 이런거 까지 고려하는 대표님.. 항상 내가 천재대표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이런 업무로 가득채웠던 2주, 사실 이것만 한것 이아닌, 다른 일도 있었기 때문에 며칠은 야근을 하며 준비했다. 2주가 되었을 때, 전체회의를 통해 각자가 만든 기준들을 설명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공유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보다 팀원들이 더 쉽게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을 잡아나갔다.
2주가 지난 뒤 나는 또 한단계 성장해 있었다.
단 한번도 내가 주도적으로 회사의 기준을 잡을거라고 생각해보지 못했다. 회사는 이런 기준이 다 잡혀있는 채 설립이 되는 줄 알았으며, 없었던 우리회사도 일단 잘 돌아가긴 했었기에 그냥 그렇게 하는 건 줄 알았다. 하지만 작은 문제들이 발생함으로 인해 다시 회사 시스템을 돌이켜보게 되었고, 내가 맡은 부분은 내가 주도적으로, 나의 논리에 맞게 정리해보았다. 또한 회사라는 건 나 혼자 잘 한다고 해서 될게 아닌, 다른사람들간의 약속에 의해 움직여져야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기에 가능한 많은사람들에게 효율적인, 좋은 방법으로 기준이 있어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을 하다보면 '와 이런거까지 해야한다고?', '뭐 이런거 까지 결정해야한다고?' 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 작은 일과 결정들이 모여 더 단단한 기준이 생겨났다고 생각한다.
회사라는 것은 정말 많은 부분을 알아야하고, 정해야하는 것도 많고, 누군가 정해놓은 틀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무슨일을 하는 회사인지에 따라 다 다른 방식을 가진다는 것, 그래서 절대적으로 좋은 기준이라는건 없다는걸 알았고, 나는 우리 회사에 맞는, 로컬 스타트업다운 기준을 세우기 위해 앞으로 더 노력해야겠다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