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첫째주
두달동안 매달린 일이 끝이 보인다. 쉬엄쉬엄 마무리 할 겸 집에서 작업했다. 월초는 설레고 조급하다. 무언가 시작해야할 것 같고 너저분했던 주변과 기분을 정리해야 할 것만 같다. 종일 같은 화면만 보느라 찌뿌둥한 몸과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카페로 나간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초여름이 오는 듯 하더니 찬 바람에 금새 콧물이 난다. 좋아하는 근처 카페에서 아이스 라떼를 마셨다. 추운 날씨지만, 지는 해가 쨍하게 쏟아지는 창가에 앉아 몸을 녹이며 아이스를 마시니 기분이 몽글몽글해진다. 잠깐 일에서 도망왔더니 그림도 잘 그려지고 글도 잘 써진다. 이 시간에는 한동안 하얀 벽에 진하게 묻는 주황빛 노을이 좋다. 낮동안 시끌시끌하던 소음이 잦아든 방과 후 학교 계단에 덩그러니 서 있는 기분처럼 묘하다. 특유의 따뜻함과 느긋함이 느껴진다. 노을을 닮은 흙당근을 반쪽 해모양으로 썰어 호박과 감자를 더해서 수제비를 끓였다. 밀가루 반죽은 공들여 얇게 떼어낼 수록 촉촉하게 먹을 수 있다. 손에 붙는 반죽을 집중해서 떼어내며 끈적이는 고민을 팔팔 끓는 소리에 녹인다. 후추 향이 잠깐 스친 국물과 속까지 뜨거운 야채 조각을 후루룹 맛 봤다. 하얀 수제비 위에 덜 익어서 배추 풋내가 남은 겉절이를 얹었다. 차고 뜨겁고, 아삭하고 쫀득하고, 식감과 맛이 다른 것들이 만나면 행복함이 배가 된다. 따뜻하고 짭쪼름한 하얀 국물 덕에 조급했던 마음도 가라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