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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딸기체리수박 Jul 16. 2022

33년 동안 모태솔로인 이유는 뭘까?

내가 알던 아영이

아영 - 현주야, 지금 그 남자한테서 카톡 왔어. 이거 어떻게 대답해?

아영 - 나 진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 인사했는데, 내가 약속 잡으면 되는 거야?

아영 - 내가 여기다가 언제 만나냐고 물어봐? 어떻게 해?

 

 소개팅남에게 ‘안녕하세요. 소개받은 김지훈이라고 합니다.’ 라는 카톡을 받은 아영이는 완전 고장나버렸다. 아영이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내게 카톡을 날려댔다. 


 무심코 시간을 확인해보니 10시 30분쯤이었다. 평일 10시 반? 이 시간이면 아영이가 회사에서 한참 열심히 일하고 있을 시간이다. 평소에는 이 시간대에 아영이랑 연락이 원활하게 된 적도 거의 없다. 근데 얼마나 급했으면... 이 시간에 이렇게 나에게 폭풍 카톡을 하는 것이 굉장히 사랑스럽고 귀엽게 느껴졌다.


나 - 아영아, 일단 진정해. 진정하고 그냥 평범하게 인사하고, 이름 말하고, 음... 그리고 약속은 그분이 먼저 말할 것 같으니까 기다려.

아영 - 아, 그냥 기다리면 되는 거야?

나 - 응. 소개팅남이 물어볼 거야.

아영 - 현주야... 나 완전 고장 났어. 부정맥 올 거 같아.. 심장 터질 거 같아. 그냥 기다리면 되는 거 맞지? 아 토할 거 같아.


 부정맥?


 아영이의 부정맥 발언에 나는 회사에서 일하다 현실에서 웃음이 터졌다. 도대체 소개팅남의 저 카톡이 뭐길래 아영이의 심장이 그토록 뛰는 걸까?


 서른이 넘은 나이에 누군가의 안부 카톡으로 저렇게 심장이 쿵쾅거릴 수 있다는 것. 그건 흔한 경험은 아니었다. 괜히 내가 더 떨렸다. 소개팅 당사자가 아닌 나까지도 이렇게 설레게 만들 수 있다니.


 내가 저 정도 감정을 느낀 건 언제였을지 제대로 기억나지도 않았다. 아마 한 18살쯤이었을까? (솔직히 18살 때도 저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아영이의 소개팅을 돕기로 한 이후부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궁금했다.


 도대체 아영이는 왜 모태솔로인 걸까? 그것도 33살이 될 때까지?

 친구들 중 누군가는 진작 결혼은 물론 이혼까지 해서 돌싱으로 복귀하기도 했고, 누군가는 애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기도 했다. 그게 흔한 케이스는 아니었지만, 최소한 연애를 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은 열심히 연애를 잘 하고 살고 있다. 근데 왜 우리 아영이만 모태솔로란 말인가?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있다. 선택적으로 모태솔로로 살아가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니까 별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아영이가 이렇게 소개팅을 준비하는 것을 보니, 기회만 닿았다면 연애를 썩 하고 싶었던 상황 같았다. 연애를 하고 싶은데 모태솔로라면 뭔가 어떤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보통의 사람들이 연애를 함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외모나 성격의 측면에서 아영이는 큰 문제가 없었다. 솔직히 외적으로 매력이 있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연애하는 데에 있어서 문제가 될 정도는 절대 아니었다. 게다가, 외적으로 뛰어나지 않은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건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많은 연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외적으로 뛰어나지 않아도 서로에게는 최고가 되는 것이 연애라는 것 아닌가?


 하지만 연애에 있어서 제약 사항이 될 수 있는 점은 분명 있었다. 아영이는 낯을 많이 가려서 사람들과 편하게 이야기를 시작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즐기는 편도 아니었고, 먼저 말을 꺼내는 타입도 아니었다. 그 대신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 몇 명과 오래 연락하며 지내는 편이었다.


 나도 아영이의 오랜 친구 중 하나였다.

 어? 근데 좀 이상했다. 분명 내가 처음 만났을 때, 아영이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내게 먼저 다가왔던 것도, 먼저 친구가 되자고 했던 사람도 아영이었다. 게다가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 아영이의 모습은 대부분, 복도에서 친구들과 뛰어다니며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린 시절이 떠오르자 더 이해할 수 없었다. 내게 먼저 친구로 지내자고 다가왔던 아영이가 이렇게 낯을 많이 가리는 사람이 된 것도, 그 활발했던 성격으로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하고 모태솔로로 지냈다는 것도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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