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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제생맥주 Nov 19. 2021

알 수 없이 새는 돈

내가 모르는 출금 행렬


"수고하셨습니다. 대표님, 여기는 직원 다시 충원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오 씨가 출국할 때 강남 사무소를 재정비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갔는데, 귀국해서 보니 사무소는 다시 예전에 활발한 모습을 띄고 있었다. 어쨌든 예전의 휑한 모습보다는 훨씬 그럴듯했다.


"매출은 어때?"


"오늘 예약 손님은 총 세 분이요. 두 분은 피부관리고, 한 분은 쌍꺼풀입니다."


턱 없이 적은 매출이었다. 강남 사무소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오 대표는 S 대표에게 연락하여 강남 사무소의 지역 이전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 좀 임대료가 저렴한 곳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S 대표는 강남이라는 자리의 상징성과 기존 인테리어 등이 마음에 든다며, 오 대표의 의견을 만류했다. 그리고 자신이 곧 대거 베트남 관광객을 보내겠다고 하였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정말로 S 대표가 보낸 베트남 관광객들이 대거 방문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베트남에서 어느 정도 재산을 형성한 고객이 대부분이어서 그들이 소비하는 규모는 상당했다. 단순히 시술만 받는 것이 아니라 전신 성형을 하고, 화장품을 대규모로 구입해갔다. 


이렇게 해외 관광객 대응을 신경 쓰다 보니 모든 마케팅이 외국인 관광객에 집중되었고, 직원을 뽑을 때도 베트남 말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뽑다 보니, 아무래도 내국인 대응이 서툰 어린 직원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고 직원을 무한정 늘릴 수는 없었기에 결국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매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 북한 문제가 있어서요. 매출 타격이 있을 것 같습니다. 대표님"


국내외 세계 정세의 이슈나, 관광객에 대한 출입 정책의 변경이 있을 때마다 매출은 흔들렸다. 베트남 법인은 너무도 굳건한데, 강남 사무소는 점점 주체할 수 없는 큰 짐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찌어찌 일 년을 파산을 면하며 버텼지만,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논의를 위해 오 대표는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S 대표는 오 대표가 선물한 벤츠를 타고 공항에 마중을 나왔다. 오 대표는 S 대표의 환대에 순간 방문의 목적을 잃을 뻔했다. 사실 늘 오 대표는 베트남에서의 화려한 생활에 한 껏 심취할 때마다 한국 사무소의 고민을 잊곤 했다. 어찌 보면 잊기 위해 베트남에 오는 건지도 몰랐다.


그는 만찬 자리에서 베트남에서의 매출이 한국에 왜 들어오지 않는지 질문했다.


"계약서에 그렇게 되어있나요?"


그녀는 처음 듣는 말이라는 듯, 반문했다. 


'계약서? 당연하지, 당연한 걸 왜 물을까.'


"한국 사무소가 파산 직전에 있습니다. 임대료와 임금도 많이 밀렸고요. 베트남 법인에서 좀 입금이 돼야 할 것 같은데요."


S 대표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알 수 없는 미소를지었다. 그리고 알겠다고 했다. 오 대표는 베트남에서의 행사 일정에 참여하고 일주일 뒤 다시 한국으로 향했다.


한 달이 지나도 베트남 법인으로부터의 송금은 없었다. 그가 여러 차례 전화를 했지만 S 대표는 받지 않았고, 메시지도 읽지 않았다.


"저, 대표님. 아무래도 베트남 법인의 입출금 내역을 확인하시는 게 어떨까요? 매출이 많이 쌓여있을 텐데요."


그러게.


왜 지난번에 확인을 하고 오지 않았지? 벤츠를 사는 데에 온통 정신이 팔려 은행업무는 까맣게 잊었었다. 그리고 직전 방문 일정에도 은행 업무는 없었다. 


갑자기 서늘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설마,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겠지?'


채 비서와 함께 급하게 베트남으로 출국을 했고, 둘은 은행에 방문했다. 채 비서는 능숙한 베트남어로 은행 계좌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모든 내역을 뽑아 든 채로 근처 카페에 갔다. 


그러고 보니 S 대표 없이는 오 대표 혼자,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현지 사무실도 없었다.


매출(입금)은 상당했다. 가맹점으로부터 매달 걷는 로열티 금액이 많았고, 화장품 판매 대금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잔액이 적었다. 필요 경비가 많은가?라고 생각하기엔 어차피 베트남 법인은 단순히 본사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력도 장비도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의심을 갖던 차, 채 비서는 같은 법인으로 불규칙하게 일정한 금액이 출금되는 것을 확인했다



"대표님, 이 돈이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요?"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하지만 약간의 각색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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