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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제생맥주 Nov 23. 2021

무너진 하늘의 솟아날 구멍

결국엔 때가 오기 마련이다. 

프로그램에서 취재한 A투자법인은 이러했다. 한국의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를 명목으로 접근하고, 해외에 신설법인을 설립해서 그 스타트업의 핵심 기술 등을 이용하여 영업을 하고, 스타트업의 경계가 느슨해 질 때 쯤, 상표권, 특허권 등 모든 등록을 해외 법인이름으로 마치고 원하는 모든 정보를 거둬들인 후에는 한국 법인을 버려두는 방식이었다.  


남게된 한국 법인의 끝은 파산이었다.  


오 씨는 프로그램의 중반 쯤 초췌한 얼굴로 등장해서 자신이 어떻게 A 투자법인으로 부터 투자를 받고 현재 어떻게 곤욕을 겪게 되었는지 설명을 했다. 나 역시 프로그램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A 투자법인과 같은 방법으로 국내에 투자하여 핵심 기술을 빼가는 해외 법인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믿음'에 의거한 계약서 소홀주의는 해외 법인에게는 좋은 타겟이 되었다. 


오 씨는 연이은 언론 행보를 시작했고, 그 것과는 별개로 항소심이 시작되었다.






'이거 문구가... 문구가 좀 애매하지 않아? "기존의 사업부분을 합해.... 30억의 순이익"'


항소심을 준비하며, 이 변호사와 나는 새로운 소송 진행을 위해 이틀에 한 번꼴로 미팅을 했다. 수익보장 문구를 곱씹던 나는 이상하게 문구가 불편했다. 

 

'기존의 사업 부분이라는 건 오 씨가 양도한 강남 영업소와 베트남 가맹점 사업일테고, 30억의 순이익은 상식적으로 재무제표 기준이겠지?'


'그래, 재무제표 기준.. 그렇지만 어떤 회사의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판단하는지가 적혀져있지 않은게 이상하지 않아? 회사가 두개인데..' 


'그러네? 새로 생긴 법인은 한국과 베트남 총 두 개, 그런데 왜 1심에서는 법원이 한국법인에서 적자가 발생했는지만 본 거지?'


'내 말이 그 말이야. 1심 법원은 베트남 법인은 아예 언급도 안했어.'


정말 이상했다. 항소심에서 이걸로 비틀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의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무너진 하늘에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사장님, 지금 베트남에서 'Beauty project M' 가맹점 사업이 시작 된지 얼마나 된거죠?'


'제가 한 1년 하다가 베트남에서 인수해서 1년 반 .. 2년 좀 넘었죠?'


우리나라도 가맹점은 보통 2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데, 계약 기간의 말미가 되면 가맹본사와 분쟁이 생기는 가맹점이 하나 둘 발생한다. 


대부분의 인간 관계가 그러하듯이 익숙해질 때 쯤 소홀함이 발생하고, 높았던 기대에서 실망감이 발생한다. 


가맹본사가 잘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맹점주도 지나친 욕심을 부리다 본사의 매뉴얼을 어기고, 독자적인 마케팅을 하는 등으로 가맹 사업을 그르치는 경우도 많다. 결국 이러한 양자 간의 갈등이 쌓이면 결국 계약 해지의 수순을 밟게 되는 것이었다. 


'이 때 쯤... 한 번, 베트남 가맹점 다시 방문해보세요. 이번에는 협조해주는 가맹점이 있을거에요.'


'설마요, 그렇게 매몰차게 거절했는데..'


1심에서는 오 씨가 아무리 노력해도 베트남에 있는 가맹점주로부터 협조를 받을 수 없었다. 오 씨가 얼굴을 내밀기만해도 주변을 연신 살폈다. 


그 들은 대부분 오 씨와 가맹계약을 했다가 오 씨가 베트남에 가맹점 사업을 넘기고 난 후 베트남 법인이 인수한 가맹점들이었는데, 현재는 본사가 베트남 법인이기 때문에 오 씨를 잘못 도와줬다가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 것이 두려워 도움을 주저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대부분의 가맹점이 영업 기간이 2년이 되었기 때문에 본사와 감정이 안좋은 매장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 씨는 출국 계획을 세웠다. 베트남에서는 가맹사업 본연의 문제 외에도 오 씨와의 갈등에서 촉발된 또 다른 문제도 있었다






사실 관계를 바탕으로 하지만 약간의 각색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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