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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제생맥주 Nov 23. 2021

영원한 적은 없다

이제 역전이 가능한 걸까?

베트남에서는 'Beauty project M' 가맹점 사업이 성행하자, 여기저기 한국을 기반으로 한 뷰티 프랜차이즈가 생기기 시작했다. 


한국 뷰티 산업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베트남 본사는 오 씨와의 분쟁이 생기면서 한국과의 교류가 단절되어 모든 제품을 스스로 제조하여 공급하기 시작했는데, 손님들은 품질이 달라졌다며 점점 발길을 끊었고, 가맹점들은 종전과 같이 한국 선생님이 출장을 와서 교육을 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갖기 시작했다.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면서 몇 군데 가맹점은 본사와 마찰을 빚다가 다른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Xin chào, lâu rồi không gặp, tôi là OH'

'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시죠, 한국에 오 00 대표입니다.'


가맹점주들은 대부분 오 씨를 단번에 알아챘다. 예전과는 다르게 손을 덥석 잡으며 반기는 사람도 있었다. 작년과는 달라진 환대에 오 씨도 많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예전엔 한국 본사에서 선생님이 와서 교육도 하더니, 이제 안 해요? 화장품 품질도 예전 같지 않다고 손님도 많이 줄었어요'


'아이고, 어려움이 많으시구나.. 본사가 예전에 제가 할 때만 못하죠?'


오 씨는 통역사와 함께 특유의 미소로 가맹점주들과 대화를 했다. 물론 오 씨도 그동안 간단한 베트남어는 할 수 있게 되어 좀 더 수월하게 대화를 나눴다. 


'대표님은 아예 사업을 안 해요? 베트남에서 다시 하세요. 브랜드를 바꾸고 싶어요.'


'아 해야죠, 그럼 점주님이.... 좀 도와주셔야 되는데...'


이렇게 운을 띄우고는 오 씨는 다섯 군 데의 가맹점에서 예전에 자신과 계약했던 '가맹점 계약서' 사본을 받아냈다.


'올게요 다시, 그땐 점주님부터 도와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정말로'


나와 이변호사는 그 사이 베트남 포털 사이트의 달인이 되어 오 씨가 가맹점 사업을 할 당시의 사진들을 샅샅이 찾아내었다. 생각보다 방대한 양의 증거를 확보했고, 1심보다는 확실한 증거를 제출할 수 있게 된 사정에 안도하였다. 






항소심의, 첫 번째 변론기일이 되었다.


'원고, 베트남 가맹점 사업은.. 망했어요?'


재판부는 원고인 A 투자법인에게 베트남 법인에서는 어느 정도의 수익이 났는지 질문을 했다. 


'됐다..!'


방향이 성공적으로 가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판부가 베트남 가맹점 사업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은, 오 씨의 베트남 가맹점 사업이 베트남 법인에게 인수되었다고 보고 있는 것이었고, 베트남 가맹점 사업이 성공했다면 수익보장 약정을 지킨 걸로 보겠다는 뜻이었다.


상대 측 변호인은 생각치 못한 질문에 놀란 기색으로 연신 안경을 만지며 대답했다.


'그건.. 좀 더 알아보고 제출하겠지만, 베트남 가맹점 사업은 오 씨가 하던 사업을 인수받아서 한 게 아니라 베트남에서 독자적으로 한 것입니다'


'피고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아닌 것 같은데요. 오 씨가 하던 사업을 인수받아서 한 것 같은데요. 가맹점 계약서도 그렇고.'


'저희가 자료 정리를 더 해서 주장 보강하도록 하겠습니다.'


상대방 측은 서둘러 재판을 속행(다음 기일로 넘김)시켰다.


변론기일이 끝나고 방청석을 보니, 역시나 A 투자법인 관련자들의 표정이 매우 굳어있었다. 1심 때는 볼 수 없던 표정이었다.



임 씨의 역할


A 투자법인 측에는 한국어와 베트남어가 완벽히 호환되는 남자가 한 명 있었는데, 그 사람은 임 씨였다. 임 씨는 넉살 좋게도 항상 한국법인 쪽 사람들에게도 밝은 웃음을 잃지 않았고, 완벽한 포커페이스가 되는 사람이었다. 


임 씨는 계약 초반부터 저쪽을 대변해서 대화를 주도했던 사람이었고, S 대표의 임 씨에 대한 신뢰는 상당했다. 물론 오 씨도 이런 일이 있기 전에는 임 씨를 무한히 신뢰했다.


법정 앞에서 나를 보고 미소를 짓던 임 씨는 고개를 획 돌려 오 씨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오 씨를 갑작스레 불러 세웠다. 


'안녕하세요, 오 대표님. 오래간만입니다. 얼굴이 더 좋아지셨네요! 잠깐 대화 좀 하실까요?'



1년 만에 처음으로, A 투자법인 측에서 오 대표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사실 관계를 바탕으로 하지만, 약간의 각색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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