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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제생맥주 Nov 25. 2021

오 씨의 마지막 탄환

어쩌면 나도 마지막일 수 있다.

'혹시나 솔깃한 제안을 해도 덥석 잡으시면 안 되는 거 아시죠. 상대방이 내민 손.'


나는 오 씨와 법원 앞에서 헤어지기 전, 당부를 했다. 협상의 대원칙에 따라, 일단 상대방이 어떤 말을 하는지 들어보라고 했다. 현재 정신이 몹시 피폐한 오 씨가 행여나 실언을 하거나, 간과 쓸개를 다 빼주는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되었다.


어쨌든 재판의 방향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을까, 상대방이 먼저 대화를 제안한 것이 신기했다.


오 씨는 어두컴컴한 조명에, 방이 있는 초밥집으로 초대되었다. 혹시 문을 열고 들어가면 S 대표가 함께 있을까 생각했지만, 임 씨만 있었다.


'흠, 흠. 아니 뭐.. 소송하고 사이 안 좋아질 대로 안 좋아지고 갑자기 무슨 대화예요'


'아유, 오 대표님 잘 지내시나.. 이래 저래 사실 인간적으로 궁금해서 말씀드린 거예요.'


'잘 지내 보입니까?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말씀하시죠'


'저도 이 회사 나오려고요. 마음에 안 드는 게 많아서.. 아무래도 혼자 한국사람이라서 그런지 어렵네요'


임 씨는 갑작스러운 고백을 했다.


오 씨는 임 씨를 가만히 들어다 보았고, 갑작스레 웬 퇴사 고백일까 의아했지만 이렇게라도 내부 핵심 인력이 자신의 편이 된다면 나쁠 건 없었다.



전달한 마지막 패



'갑자기요?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는 없었어요?'


'그냥.. 뭐.. 역시 생각대로 제가 갖고 있는 한국 법인 주식을 넘길 생각이 없냐고 하더라고요, 좋은 값을 준다고 하고'


'나쁘지 않다고 했어요. 어차피 저희도 마지막 남은 건 의료법 위반 고소뿐이고..'


'그걸 설마, 말씀하신 건 아니죠? 의료법 위반 고소 준비하고 있다는 거'


'... 술 취해서 기억이 잘 안나는데, 말.. 한 거 같은데. 뭐 어때요 임 씨도 회사 나온다는데'


'?!'


아무래도 임 씨는 매우 효과적으로 오 씨와 대화를 한 것 같았다. 


'퇴사를 한다고 하면서 마음을 누그러트렸겠지, 공공의 적을 만들면 대화하기 편하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 걸 말하다니.. 고소에 대비할 것 같은데?'


우리는 오 씨의 마지막 탄환이 발사되기 전에 망가질까 두려워졌다.


오 씨의 최종 목적은 한국 법인을 다시 살리려는 것은 아니었다. 스스로의 힘으로 한국 법인을 살리기에는 자금이 너무 부족했기 때문에 불가능한 목표였다. 


그보다는 한국 법인에 있는 자신의 지분을 정리하고 싶었다. 모든 분쟁을 해결하고 나면 아직 베트남에서 가치가 있는 한국 법인의 지분을 살만한 사람에게 팔 계획이었다.


사실 오 씨의 지분에 가장 관심이 있는 회사는 당연히 베트남 법인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회사의 모태가 되고 있는 한국 법인의 지분 장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협상을 위해선 베트남 법인의 S 대표에 대한 총공격이 필요했다.






며칠간 오 씨가 궁리한 사안은 횡령과 의료법 위반이었다.


그들이 회사에서 빼돌린 재산이 상당해요. 여기저기 CCTV를 제가 몰래 달아놨었거든요. 회사의 이런저런 자산들이 밖으로 많이 반출이 되었고, 무단으로 이체된 현금도 상당합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베트남 국적인데 횡령 고소가 그렇게 타격이 클까요?'


'아니죠, S 대표가 국내 상장사의 최대주주이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S 대표의 오빠가 그 상장사의 대표이사입니다. 뉴스에 오르내리면 당연히 주가에 영향을 줄 테고요.'


그러나 이 것만으로 부족했다.


'변호사님 .. 혹시 의료법 위반 고소는 어떨까요. 우리나라에서 사무장 병원은 되게 큰 이슈잖아요. 외국인이 운영하는 사무장 병원이라.. 말 만 들어도 섬뜩하지 않아요?'


'그건 맞죠. 그런데 그렇게 되면 오 대표님도 무사하진 못할거에요. 오 대표님 때부터 그러한 방식으로 운영을 해왔잖아요.'


'불구덩이로 같이 들어가야 하면, 그렇게 해야죠.'



이렇게 오 씨는 마지막 탄환을 준비했다. 



사실 관계를 바탕으로 하지만 약간의 각색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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