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제생맥주 Dec 07. 2021

파산이 최선은 아니다.

끝나도 끝나지 않은 게임

갑자기, 정 씨가 죽었다는 부고.


'아니, 평소 지병이 없으셨잖아요.. 정 박사님 60세 아니세요?, 갑자기 왜..'


'저도 모르겠습니다, 사모님이 부검 이야기를 하시는데..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부검이라는 건, 사인이 평범할 때 하는 절차가 아니다, 보통 원인을 모르는 사고사일 때 부검을 하는데, 사모님이 왜 부검을 선택하신 걸까.


'변호사님, 이렇게 되고 보니. 저 좀.. 무섭네요, 저도 갑자기 죽게 될까 봐요.'


'아니 사장님, 그럼 저는요. 이 사건 속속들이 알고 있는 저도 안전할까요.'


다음 날 임 씨로부터 오 씨에게 전화가 왔다.


'아휴 이거 참, 정박사님 돌아가셨다면서요. 이런일이 다있죠? 참고인 조사 하루 앞두고'


'...'


'많이 놀라셨겠다.'


'누구한테 들었어요?, 사모님이 아직 아무한테도 말씀 안하셨다고 했는데'


'왜 제가 모를거라고 생각하세요 ㅎㅎ'


우리는 경찰에게 정 씨의 사망소식을 알렸는데, 경찰은 이미 알고있었다. 아쉽게 되었다고 했지만, 말 끝에서 후련함이 더 느껴졌고, 참고인이 사망하여 더 이상의 증거가 없자, 사건을 그대로 종결했다. 


오 씨는 방향을 잃었다. 그동안 의료법 위반으로 협상을 위해 상대방을 압박을 가해왔고, 그게 마지막 카드라고 생각했는데, 상황이 어그러진 것이다.


나는 나대로 오 씨와의 작전에 따라 상대방 변호사에게 문자를 보내 협상을 종용해왔는데, 오 씨는 신변의 위협을 걱정하며 그만둘 것을 요청했다.


'변호사님, 우리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그만하죠.'






300억 청구소송 마지막 변론기일이었다.


법원 앞에서 한층 수척해진 오 씨와 만났다. 


'변호사님, 막말로 민사 소송 이거 저희가 이겨도 상대방은 아쉽다 못 받게 되었네, 하고 말 거예요. 그냥 로또 안된 거에 불과하죠. 하지만 저는요, 저는 어떻게 보상받죠?.'


'그래도 일단 300억 방어하게 되면, 300억 줄 필요가 없잖아요.'


'만약에 상대방이 300억 승소했어도 제가 파산하면 줄 필요 없는 건 마찬가지잖아요. 전 파산 생각도 있었어요'


'사장님, 사업으로 재기 안 하실 거예요? 파산하면 신용 회복해서 다시 시작하는데 얼마나 오래 걸리는데요.'


'지금 수중에 한 푼도 없는데요? 어떻게 사업으로 재기를 해요'


'일단, 이 소송에서 완승하면 상대방한테 변호사 보수를 받을 수 있어요. 300억 청구잖아요. 그럼 1억 6천 정도는 상대방한테 변호사 보수로 청구할 수 있어요. 아마 상대방은 상고도 갈 거예요, 그럼 거기서 더..'


3억 정도의 금액이면, 큰 규모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사업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기필코 이겨보죠.'


그 사이에 상대방은 베트남어로 된 재무제표를 제출하였고, 우리는 번역 공증을 맡기고, 회계법인에 감사도 의뢰했다.


두 곳의 회계법인은 베트남에서 보내온 재무제표가 수치상으로도 문제가 많다고 하였고, 매출액 등이 기초 자료와 맞지 않다는 결론을 주었다.




'이 사건은 베트남 법인이 계약서의 미비한 사항을 노려서 한국 기술을 해외로 모두 빼돌렸을 뿐 아니라, 그것으로도 부족하여 한 사람의 인생을 회생 불가능하게 만들려는 소 제기입니다, 상대방의 청구를 반드시 기각해주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더 제출할 증거가 없었고, 그렇게 항소심이 끝이 났다.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완전히 뒤집는 것은 쉽지 않다. 판결의 맹점을 그대로 찔러야 하기 때문이다. 항소심에서 잘 싸우더라도, 지는 경우가 사실 더 많다.


그렇지만, 하늘은 오 씨를 완전히 버리지 않았고 오 씨는 승소했고, 대법원 상고까지 모두 승소로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드디어 상대방에서 3억여의 변호사 비용 및 기타 부대비용을 청구했다.


'띠리 리리-'


'변호사님, 저 임 00이라고 하는데요. 기억하시나요? 소송 끝난 지 좀 돼서 기억 안 나실 수도 있겠다. 베트남 A 투자법인 한국 실장입니다.'


'아 네,기억합니다. 안녕하세요. 어쩐 일이시죠?'


'잠깐 뵈었으면 해서요.'




사실 관계를 기반으로 하지만 약간의 각색이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의료인이 병원을 운영해야 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