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랄라 Dec 18. 2019

서울 '몽마르뜨 공원'에 토끼 천국이 있다고?

햇살이도 몽마르뜨 출신 이랍니다

한국일보에서 '토끼랑 산다'라는 이름으로 토끼 관련 연재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몽마르뜨 공원의 토끼들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소중한 가족 햇살이를 발견했죠. 국내 어쩌면 세계 최초로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이 모여 버려진 토끼들을 구조하고 정부 기관에서 나서 토끼 지키기를 시작한 곳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많은 봉사자들이 이기심으로 버려진 토끼들을 살피고 돌보기를 이어가고 있답니다. 오늘은 몽마르뜨 공원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토끼야 너는 어디서 왔니?"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아래에는 작은 공원이 있답니다. 낮에는 도서관을 찾는 할아버지들이 무료함을 달래려고 올라오기도 해요. 밤에는 퇴근한 직장인들이 가족 손을 붙잡고 반려견을 산책시키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이 공원은 다른 공원과 다른 점이 있어요.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토끼들을 볼 수 있답니다.


이 토끼들은 우연히 어쩌다 이 곳에 나타나지 않았어요. 누군가 토끼 한쌍을 이 곳에 버렸어요. 그때부터 '토끼 공원'이라는 이름을 얻었죠. 처음에는 누구도 이 토끼들에게 깊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어요. 그저 푸르른 풀밭에서 잘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거죠. 하지만 사실이 아니었어죠. 중성화도 되지 않은 토끼들은 아기 토끼들을 낳았고, 이 토끼들은 "귀엽다"를 한마디 외친 사람들 집에 보내지기도 했죠. 이 사람들은 토끼들을 끝까지 책임졌을까요? 아니요. 토끼가 크면 다시 공원에 풀어뒀어요. 야생성이 없는 이 아기 토끼들은 추위와 배고픔, 낯선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죽음을 맞기도 했어요. 여기에 식빵을 토끼에게 주는 사람들까지 생겨나면서 토끼들의 삶은 점점 힘들어졌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나섰답니다. 서초구청에 끝없이 민원을 넣었어요. 이 토끼들은 야생 토끼가 아니랍니다. 사람들이 버린 토끼들이죠. 공원에 버리고 자신을 위로했겠죠. "공원에 버렸으니깐 잘 살 거야. 토끼들은 원래 이런 곳에 살아야 하는 거 아니야?" "네. 아닙니다." 반려 토끼로 개량된 토끼들은 공원이 무서워요. 척박한 환경이죠. 거기다 중성화 없이 버려진 토끼들은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불행은 불행을 낳았죠.


서초구청과 수 없이 상의를 하고 동물단체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손길로 '몽마르뜨 공원'은 자리를 잡아갔답니다. 큰 어른 토끼들은 전부 중성화를 했어요. 작은 케이지에 갇혀 있었던 아기 토끼 약 40마리는 전부 입양을 떠났답니다. 마음씨 좋은 몇몇 사람들은 아기 토끼들이 차가운 바깥 생활을 할까 걱정돼서 한번에 3-4마리를 데려가 보살피기도 했어요.


그때 저희 집에 햇살이가 왔답니다. 햇살이는 케이지에 거의 마지막까지 있었던 아기 토끼랍니다. 얼룩덜룩한 무늬에 태평한 성격. 운명처럼 저희 집에 왔어요. 


봉사자들은 이제 '몽마르뜨 공원'을 토끼는 물론 모두가 행복한 공원으로 만들고 있답니다. 이렇게 토끼 급식소도 만들었어요. 저도 얼마 전 봉사를 다녀왔답니다. 겨울에는 특히 일손이 많이 부족하다고 하네요. 제가 가서 하는 일은 간단해요. 청소도 하고 먹이도 준답니다. 집에서 몽마르뜨 공원은 1시간 30분 정도가 걸려요. 어떤 봉사자는 지방에서 올라오기도 한데요. 




귀여운 토끼들은 간식을 주는 사람을 어떻게 아는지, 쪼르르 달려와요. 햇살이를 닮은 토끼들도 있답니다. 공원에 풀이 맛있는지 당근은 쳐다보지 않아요. 그래도 달콤한 사과는 좋아한답니다. 봉사를 하면 힘들어요. 공원 여기저기를 뛰어다녀야 하니깐요. 하지만 토끼들이 사과를 한입 베어 먹는 순간 모든 힘듬이 순식간에 사라진답니다. 이게 바로 '토끼 힐링'인가요?


'몽마르뜨 공원'은 이제 토끼들의 천국이 조금씩 되어가는 것 같아요. 물론 아직도 이런저런 일들이 많아요. 토끼가 귀엽다며 여기저기 배춧잎을 뿌려놓는 손길에 민원이 들어오기도 해요. 여기에 토끼를 버리는 사람이 아직도 있답니다. (CCTV 있습니다. 걸리면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또 봉사자들이 구조를 해요. 누구는 일을 저지르고 누구는 해결한다 표현하죠.


그래도 몽마르뜨 공원에 있는 토끼들은 행복해 보여요. 자신을 예뻐하고 돌봐주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으니깐요. 




당부의 말:

몽마르뜨 공원에 더 이상 토끼를 버리지 마세요. 마트에서 청계천 거리에서 아무런 지식도 없이 작고 귀엽다고 토끼를 사고, 다 크면 버리는 상황. 집에서 큰 토끼는 공원이 춥고 무서워요.

야생성을 키운다는 이유로 강아지에게 토끼몰이를 시키지 마세요. 토끼들은 강아지가 무서워요. 물론 모두가 함께 사는 공원이라는 것을 알아요. 그래도 토끼들은 그 장난 한번에 생명을 잃기도 해요. 토끼 학대시 수십명의 봉사자가 가만 두지 않을겁니다. 형사 처벌까지 갑니다.

토끼가 귀엽다는 이유로 공원 여기저기에 귤껍질, 배춧잎을 뿌려놓지 마세요. 공원은 모두가 이용하는 공간이랍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469&aid=0000326277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469&aid=0000316348


매거진의 이전글 똑똑한 토끼를 보고 놀라지 마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