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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 Jan 23. 2020

세상을 떠난 토끼에게 쓰는 편지

랄라가 토끼별 여행을 간지 벌써 1년째


랄라에게.


어느새 토끼별 여행을 떠난 지 1년이 되는 날이야. 엄마는 아직도 내 작은 토끼, 랄라를 가슴 깊이 추억하고 기억하고 있어. 2013년 내 품에 온 너는 내가 가지고 있던 불안정한 감정들을 채워주는 존재였어.


우울해서 매일 밤 잠도 자지 못했었는데, 네가 온 후로 모든 것이 새롭고 즐거웠단다. 맛있는 풀을 입안 가득 잔뜩 넣고 배가 부르면 잠을 자는 너를 지켜보는 것이 좋았어. 그러다 나에 대한 경계심도 어느새 잊고 나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그 모습에 찡한 감동을 느낀 적도 있단다.


나의 20대는 불안한듯했지만 너와 함께 하면서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아. 벌써 2018년 일이 되어버렸구나. 작은 너의 얼굴에 농양이라는 몹쓸 병이 생겼던 것이. 미련한 엄마는 그 농양이 그렇게 커질 거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어. 농양은 커지고 또 커지고를 반복하다 작은 너를 삼켜버렸어.


몇 번의 수술도 1년이란 투병 기간도 엄마를 생각해서 견뎌줘서 고마워. 햇살이라는 이름을 가진 동생이 오자 이제 곁을 떠나도 안심이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토끼별 여행을 간 것 같아. 지금에서야 그런 생각이 들어.


토끼별은 어떠니? 어떤 곳일지 상상이 되지 않아. 아마도 맛있는 풀이 가득한 따뜻한 곳이겠지?


오늘은 많은 사람들이 너를 위해 귀한 시간을 내줬단다. 10초만 내어달라 했는데 어떤 사람들은 하루를 내줬어. 너와 함께 했던 기사들 때문에 토끼를 키우게 됐다는 사람도 있었고 또 어떤 사람은 너를 보면서 반려 동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해. 랄라가 세상에 남기고 간 것이 참 많은 것 같아. 그리고 너에 대한 얘기가 가득한 책도 이제 곧 마무리가 될 것 같아. 더 많은 사람들이 너를 기억하고 너로 인해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될 거야.


랄라야. 함께 있어줘서 참 고마웠어. 흠 많은 내게 흠이 세상을 등질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 줘서 고마워. 엄마는 여기서 랄라를 만날 때까지 더 열심히 살다가 갈게. 기다리지는 말고 잘 놀고 있어. 엄마가 찾아갈게. 사랑한다. 나의 작은 토끼야.




한국일보에서 [토끼랑 산다]라는 이름으로 연재를 했습니다. 2013년 가족이 된 랄라는 제 삶을 바꿔놓은 소중한 존재입니다. 랄라는 농양으로 투병을 하다 2019년 1월 23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랄라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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