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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 May 08. 2020

토끼 랄라가 보고 싶은 금요일 밤

#책 교정하느라 허리가 휘겠어


랄라야. 나는 요즘 너를 주제로 한 책의 2차 교정을 얼마 전에 끝냈어. 3년이 걸린 책이란다. 문학이라고는 잘 모르던 내가 에세이를 쓰게 됐어. 이 책에는 너를 만난 순간부터 마지막이 담겨있어.


나는 너를 만나고 작가라는 이름을 하나 가지게 됐어. 작가라. 글쎄 이게 나랑 어울리는 이름인지는 모르겠어. 너에 대한 글을 쓰고 너에 대한 말을 적는단다. 교정을 하면 첫 페이지에 항상 너의 사진이 있단다. 얼굴보다 큰 검은색 귀를 쫑긋 세우고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너의 모습.


이별은 생각하지 못한 순간 왔고, 내 삶도 송두리째 바뀌어 버렸어.


나는 요즘 신문사에서 편집 기자가 되어 일을 하고 취미는 그림 그리기, 와인 마시기, 클래식 듣기가 되어버렸어. 이런 나를 보고 너네 오빠는 (나의 동생)은 나이가 들고 있다고 말해. 랄라 너는 아마 그냥 가만히 쳐다봤겠지. 얼마 전에 책의 교정을 끝냈어. 마지막에는 너에 대한 편지가 담겼단다. 물론 많이 보고 싶다는 얘기가 대부분이었어. 이 얘기를 쓰는데 왜 나는 한쪽 귀가 먹먹할까. 이게 참 이상하단 말이지. 아니 사랑도 수 없이 하고 이별도 쉼 없이 겪었는데, 왜 너를 생각하면 자꾸 귀가 먹먹할까.


누군가는 그러겠지. 아니! 토끼잖아요? 알지. 나도 잘 안다. 근데 달라. 너는 나에게 전부였고, 너는 나에게 한 손에 쥘 수도 없는 존재였어. 야 이놈아! 왜 꿈에라도 안 나타나니. 어느 날은 오빠 꿈에 나타나서 투정을 부리다가. 또 어느 날은 엄마 유튜브 추천 영상에 뜨더니. 이렇게 엉뚱한데 왜 나한테는 한 번도 안 나타나니.


나는 네가 참 많이 보고 싶단다. 너에 대한 책을 고치고 또 고치면 또 보고 싶어. 


내가 동물을 좋아하지 않았거든. 근데 이제 유별한 동물 기자가 됐단다. 나 네 덕분이야. 이타심이 많은 사람이 됐잖아. 랄라야. 엄마가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 수 있을까. 글을 쓸까. 무엇을 할까. 어렵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 이대로 살 거야. 너를 기억하며 세상의 모든 소중한 존재들이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게 노력해볼게. 고맙다. 랄라야. 보고 싶다. 랄라야.


-불금의 철없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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