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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 Dec 14. 2020

겨울을 준비하는 토끼의 자세

세상 모든 티모시를 저에게 주세요


어느새 햇살이의 2살이 지나가고 있어요. 차가운 바람도 배고플 일도 없는 집에서

햇살이는 하루하루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답니다. 햇살이가 입꼬리를 살짝 올려 웃을 때면, 몽마르뜨 공원의 토끼들이 생각나요. 이 추운 겨울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토끼들은 보통 몸을 웅크리고 서로의 체온에 유지하며 무서운 추위를 이긴답니다. 친구를 찾지 못한 토끼들은 그저 바람을 피할 나무를 찾을 뿐이죠.


저는 토끼를 키우면서 이 녀석들이 얼마나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답니다.

추위를 많이 타는 저는 조금만 추워져도 보일러를 틀어요. 더위를 많이 타는 동생은 보일러 좀 끄라고 하지만, 손발이 차가운 저는 이 추위를 조금도 견딜 수 없답니다.


한참 보일러를 켜놓고 일을 하다 뒤를 돌아보면, 푹 퍼져 있는 햇살이와 마주쳐요. 바닥에 몸과 턱을 기대고 눈을 반쯤 감고 있답니다. 어찌나 나른해 보이는지 저도 의자에서 툴툴 일어나, 햇살이 옆에 누워요. 햇살이 머리를 손으로 한참 쓰다듬어 준답니다.



토끼의 겨울도 사람과 다르지 않아요. 따뜻한 곳에 있고 싶고, 맛있는 것을 잔뜩 먹고 싶어 해요. 털이 보송보송하게 나고,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해요. 다행히 먹성이 좋은 햇살이는 티모시를 잔뜩 먹고, 영양제도 신나게 먹고 있어요.


그 모습을 보면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난답니다. 햇살이의 겨울은 참 따뜻해요. 거리에 있는 다른 토끼들의 삶도 햇살이와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직도 많은 유기동물 애플리케이션에는 버려진 토끼들 사진이 올라온답니다. 이 추위에 먹을 것 하나 없이 공원에 버려지고 또 도로 옆에 버려져요. 좋은 가족을 다시 찾으면 좋겠지만, 많은 수의 토끼들이 자연사, 안락사라는 이름으로 토끼별 여행을 떠나요. 


이번 겨울에는 작은 생명들이 추위 속에 떨다 죽지 않기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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