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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 Dec 26. 2020

토끼를 '장난감' 취급하는 아이들과 부모에게

몽마르뜨 공원에서 만난 부모들

당신의 아이가 소중하다면, 혼내세요


누구나 행복한 크리스마스, 토끼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랍니다. 한동안 제 인스타그램은 화려했어요. 산타 모자를 쓴 토끼들도 있었고, 반짝반짝 전구로 꾸며진 집을 가진 토끼들도 있었답니다. 우리 집 햇살이도 루돌프 그릇에 특별히 청경채와 케일, 샐러리를 넣어줬어요. 



크리스마스, 저는 특별한 곳으로 향했답니다. 서울 서초구 몽마르뜨 공원입니다. 햇살이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죠. 이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어요. 이 곳의 토끼들은 사람 손에 버려진 토끼라는 것을요. 사람들 손에 버려진 토끼들을 구해서 치료하고 입양 보내고, 중성화시키고, 다시 돌보는 것도 아이러니하게 또 사람들이랍니다.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잔뜩 준비해서 몽마르뜨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코로나19로 갈 곳이 없는 가족들이 공원에 가득했어요. 


저는 몽마르뜨 공원에서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을 절실히 깨닫는 사람입니다.


1. 나뭇가지를 들고 토끼를 찌르는 아이들

2. 토끼를 향해 죽어라 뛰는 아이들

3. 가만히 살펴보는 아이들

4. 토끼를 어루만져 주는 아이들


정말 다양한 종류의 아이들이 존재합니다. 저는 남에게 말을 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랍니다. 싫은 소리는 더더욱 그래요. 그래도 봉사를 하러 가는 날에는 싫은 소리를 해요. 아이들이 상처 받지 않게 달랜답니다. 아이들에게 바른 지침이 되어주는 부모들도 많답니다. 토끼들이 아프지 않게 멀리서 보라고 달래는 부모도 있고, 봉사를 하고 싶다며 물어보는 분들도 계세요. 때론 자신의 행동이 토끼들을 아프게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있답니다.


그런데 모두 그러면 좋겠지만,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본인에게는 작고 귀여운 아이겠지만, 토끼에게는 자신의 몸의 10배는 족히 넘는 아이가 죽어라 쫓아오면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공포심을 느낍니다. 실제로 많은 토끼들이 이렇게 죽어가고, 죽지 않으면 골절을 당하기도 한답니다.


어제 그런 일이 있었어요. 행복해야 할 크리스마스에 눈이 보이지 않는 토끼를 향해 죽어라 뛰는 아이가. 다급해진 저는 "쫓지 마" "그러면 안돼"라고 소리를 쳤답니다. 그 부모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죽어라 저를 노려봤어요. 그리곤 이렇게 말했죠. 


"뭐하시는 분인데요? 나뭇가지로 찌르는 애들한테나 뭐라고 해요." (전 이미 그 아이들에게도 한소리 했습니다. 그 부모들은 이 부모와 반응이 아예 달랐지만요. 그리고 제가 뭐하는 분이라뇨. 그냥 시민입니다)


저는 더 할 말이 없었어요. 그 눈빛으로는 토끼를 잡아먹을 것 같았거든요. 여기에 싸우면 토끼를 해코지 할 것 같았고, 기분 좋은 크리스마스에 아이에게도 공포를 주고 싶지 않았어요. 그저 자신의 딸에게 그런 말을 한 자체가 기분 나쁠 수는 있다는 생각에 사과를 했고, 토끼에게 다가가 아프지 않은지 살폈습니다.


자신의 아이는 남에게 한마디를 듣는 것도 싫어하면서, 생명의 소중함은 한 번도 고려하지 않는 부모였습니다. 글쎄요. 전 남에게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지만, 저런 부모가 되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작은 생명의 소중함도 아는 아이를 키우고 싶거든요.



무조건 혼내는 것이 방법이 아니라는 것도 물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필요한 순간 육아 철학을 가지고 아이를 혼내는 것도 중요한 육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아이들은 호기심이 정말 많아요. 알면서 토끼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이 미쳐 잘못됐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랍니다.


"이렇게 하면 토끼가 아파, 눈으로 보자" 혹은 토끼 먹거리를 건네주면 소중해서 어쩔 줄 모르는 경우도 있어요.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건 부모의 몫이랍니다. 내 아이가 바르게 자라길 원한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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