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가족이 되고 싶다면? 준비해야 할 5가지
1. 아기 토끼는 알팔파를 먹어요�
토끼의 주식을 당근으로 아시는 분들이 많아요. 당근을 좋아하는 토끼들도 물론 있답니다. 그런데 알고 계셨나요? 토끼의 주식은 알팔파와 티모시랍니다. 평생 이갈이를 하는 토끼에게는 영양분이 가득한 건초가 삶을 결정지을 정도로 중요해요. 아기 토끼는 알팔파, 생후 6개월이 지난 토끼들은 티모시를 먹는답니다. 아주 싱그러운 향이 나는 풀이랍니다. 아기 토끼를 데려올 계획이라면 당근 대신 알팔파를 꼭 준비해 주세요.
2. 물통이 없다고요? 좌절 그 자체
물을 많이 먹는 토끼에게 물통이 없다면? 타는 목마름에 고통을 받는 건 당연한 얘기겠죠? 우리 토끼들은 물을 정말 좋아해요. 물을 좋아하는 토끼들은 물통 가득한 물을 하루면 다 먹어버려요. 아, 물그릇 고르기가 어려우시다고요? 반려 9년 차, 제가 팁을 드리자면요. 무거운 그릇이 좋아요. 힘이 센 토끼들이 입으로 물통을 잘 뒤집거든요� 마트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슬이 들어있는 물통은 추천하지 않아요. 혓바닥을 굴려야만 물이 나오는데, 양이 워낙 적어 토끼들이 고통스러워한다고 하네요. 요약하자면, 무겁고 물을 많이 담을 수 있는 큰 그릇이 좋답니다�
3. 화장실이 없다면, 온 집안을 화장실로 만들겠어�
"냄새가 지독하다며?" 토끼 키울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죠.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토끼 오줌 냄새는 다소 지독합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토끼도 화장실을 가릴 수 있다는 사실을요. 토끼용 화장실이 따로 나와요. 화장실은 선택이 아닌 필수랍니다. 화장실만 있으면 냄새에서 해방될 수 있어요. 물론 청소는 매일 해줘야겠죠�(오늘도 부지런히 똥을 주워봅니다)
4. 토끼를 위한 충분한 공간을 준비해주세요�
토끼를 데려올 때 토끼 몸의 5배도 되지 않는 토끼집을 같이 사는 경우가 많아요. 몇 개월만 지나도 그 집은 토끼가 움직이기도 힘들 만큼 작은 집이 되어버린답니다. 여기에 철로 만들어진 케이지(cage)는 토끼에게 비절병을 안겨 줄 가능성이 매우 커요. 울퉁불퉁 딱딱한 바닥에 노출된 여린 토끼 발에 상처가 생기는 무시무시한 병이랍니다. 토끼를 위해 크고 넓고 부드러운 바닥을 가진 집을 꼭 마련해 주세요.
5. 집 주변에 토끼 병원이 있는지 확인은 필수
작고 여린 토끼는 이유도 없이 아플 때가 많답니다� 토끼가 아프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람처럼 병원을 가야겠죠. 그때 동물병원을 찾으면 정신 없을 확률 1000%. 동물병원이라고 토끼를 전부 진료하지 않아요. 두꺼운 수의학 책에서 토끼를 다룬 부분은 불과 1페이지라고 해요. 입양 전에 토끼 전문 병원을 꼭 찾아두세요. 비상 상황에 꼭 대비해야 한답니다. 저는 토끼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병원 정보를 확인한답니다. 포털 사이트에 토끼만 쳐도 많은 커뮤니티가 나오니까요. 꼭 가입해보세요.
배봉산 공원에서 생긴 일�
�서울 동대문구에는 배봉산 공원이 있답니다. 깡충깡충 토끼들도 그곳에 있는데요. 사람에게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며 2019년에 만든 토끼장이 있어요. 처음에는 토끼가 20마리에 불과했대요. 아시다시피 토끼는 무서운 속도로 번식한답니다. 20마리였던 토끼가 100여 마리로 늘어나자, 동대문구청에서는 토끼들을 어떻게 했을까요? 토끼들을 무료 입양 보내버렸어요. 입양된 토끼 중 일부는 토끼별로 여행을 떠났고, 일부는 파양돼 다시 배봉산 공원으로 돌아왔어요.
지난해 여름에는 비가 어마어마하게 왔잖아요? 토끼장은 비도 피하기 힘들 만큼 열악한 환경이었답니다. 그때 수많은 아기 토끼들이 세상을 떠났어요. SNS를 타고 소식이 퍼져나갔어요. 동물단체와 토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동대문구청에 문제 해결을 요구했어요. 토끼장 환경도 개선하고 중성화도 하고 점점 토끼장도 폐쇄하기로 했죠. 토끼가 더 이상 죽거나 버려지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배봉산 공원이 떠들썩하답니다. 요지는 이렇습니다.
동물단체�"지난해 토끼장서 구조한 토끼들 중 기증 절차를 밟지 않은 토끼들을 계속 돌볼 수 있게 기증해달라"
동대문구청�"동물 단체와 입장 차가 있다. 좋은 환경을 제공하겠다. 토끼장에 토끼가 부족하니 더 이상 기증은 안된다"
물론 각자의 입장과 이유가 있겠죠. 그런데 저는 토끼 입장에서만 생각해 볼게요. 여러분들도 토끼 입장에서만 생각해 봐 주세요. 첫째, 구조 후 실내 생활에 익숙해진 토끼들이 다시 산에 돌아가 적응할 수 있을까요? 둘째, 영역 동물인 토끼들이 산에 돌아가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셋째, 토끼는 사람들의 볼거리일까요?
배봉산 공원의 토끼들에게 언제쯤 행복이 찾아올 수 있을지,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이번 주 햇살이는요�
안녕하세요, 토끼랑 산다 뉴스레터 구독자님들. 저는 햇살이라고 합니다� 2018년에 태어난 토끼랍니다(흠흠). 우연히 서울 몽마르뜨 공원에서 지금의 엄마(ask. 이순지)를 만나 가족이 되었어요. 저의 취미는 맛있는 사료 먹기랍니다. 특기는 물론 예쁜 외모랍니다. 랜선 이모, 삼촌들이 제 사진만 보면 "귀엽다"고 소리 질러요� 엄마 말로는 첫 뉴스레터가 소개된데요. 이제 더 많은 랜선 이모, 삼촌들이 생기겠죠? 그래서 어제는 춤도 췄답니다. 토끼 세계에서는 빙키라고 부르는데요. 온몸을 흔들면서 높이뛰기를 하는 걸 말해요. 룰루랄라�
장수 토끼 '복길이'
우리 복길이는 토끼계의 전설로 불려요. 나이가 무려 15살이랍니다. 냠냠, 맛있는 것도 잘 먹고요. 눈빛도 초롱초롱해요. '복길옹'이라고 부르는데요, 유튜브 깡총깡총HopHopBunny 친구도 2000명 넘게 가지고 있답니다.
요즘 제일 유명한 멍멍이 '경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른바 '택배 사건'으로 유명해진 강아지랍니다. 택배 노동자로 일하는 아빠와 항상 함께 다녀요. 이름만큼 귀여운 외모로 사랑 받고 있어요. @gyeongtaeabuji
도심 속에서 살아가는 오리 '치즈'
빵실한 치즈, 다정한 아빠와 함께 사는 오리랍니다. 콜덕이라는 종이래요. 때로는 솜사탕 같고 때로는 밀가루 반죽 같아요. 그만큼 몽실몽실 귀엽다는 거죠. 오리가 그리는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요? (유튜브 도시오리 CityDuck)
*이 콘텐츠는 한국일보 '토끼랑 산다' 뉴스레터입니다. 구독과 원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Letter/rabb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