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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물꽃 Mar 04. 2024

요가_06

안되던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

요가는 참 신기한 운동이다. 하고 나면 확실히 몸보다는 머리가 개운해진다. 또 종종 요가 선생님이 해주시는 말씀이 마음에 콕 박히는 경우가 있는데 몸에 대한 말이 꼭 마음에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건 내가 그 말이 필요했던 상태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 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특히 허리가 뻣뻣하고 허벅지 근육이 수축되어 있다. 다리를 쭉 뻗고서 손을 발끝에 닿도록 몸을 접는 자세는 내가 제일 싫어하고 힘들어하는 동작이다. 일단 하는 동안 그 고통을 느끼면서 버티는 시간이 즐겁지 않고 (물론 너무 아파서 헛웃음이 나기는 한다.) 또 내가 못하는 걸 알고 있는 만큼 의욕이 떨어진다. 


의욕이 꺾이는 이유 중 하나는 해도 해도 안 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허리를 접고 내려갈 때마다 내 한계가 여기라고 알게 되는 그 기분은 역시 즐겁지 않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으려 해도 왠지 부럽고 억지로 허리를 접어서라도 바닥에 딱 붙고 싶어 진다. 오늘도 역시 그런 마음으로 일단은 되는 곳까지만 접어 부들부들 버티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안 되는 동작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억지로 하지 않아도 결국은 하게 돼요.”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힘든 순간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야만 해결된다는 건 고통스러운 동안에는 그걸 견뎌내는 수밖에 없다고 들렸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상태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혔었다. 아마도 그건 지금도 많은 부분에 물들어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대로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거라는 공포는 잊었다가도 한 번씩 훅 하고 올라온다.


하지만 그건 내가 그만큼의 시간을 제대로 기다려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불안함은 아직 다가오지 않은 시간들을 너무 무겁게 생각하느라 다가오기도 전에 겁을 먹어버린 것이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마음들까지도 모두 시간을 흘려보내면서 자연스럽게 떠내려갔다. 내가 가지 못하게 붙잡는 것이 아니라면 불쑥 찾아왔다가도 또다시 떠내려간다. 


면접을 준비하면서 내가 불안했던 순간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너무 긴장해서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모습, 왜 진작 시작하지 않았나 부족한 것들만 보여 후회하던 모습들, 대답을 했지만 나조차도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고 면접관도 제대로 귀 기울여주지 않는 모습들까지. 말보다는 글이 편하다는 이유로 숨으려 했지만 사실은 이대로 말하기 실력이 굳어있을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나 보다.


오늘도 선생님의 말에 위로받는 건 내 몸이 아닌 마음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거라는 말을 들으니 오히려 편해졌다. 시간이 지나면 안 되던 것들도 할 수 있다고 믿으면 나는 지금 딱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서 계속 나아가면 된다.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다. 영원히 멈춰있을 거 같은 시계라면 내가 바늘을 돌리면 된다. 영원히 멈춰있는 시간은 내가 붙들지 않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몇 주간 머리에 구름이 낀 것처럼 뿌옇더니 좀 개운해졌다. 생각이 많으면 많은 대로 흘려보내고 요가와 명상으로 정리도 하다 보니 그새 회복이 됐나 보다. 덕분에 막혔던 면접 질문들도 금세 준비할 수 있었다. 다시 또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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