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물꽃 May 20. 2024

건강

매일이 100점짜리 인간

요즘 건강한 삶을 되찾으려 노력 중이다. 한동안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어댔다 보니 체중이 조금 늘었다. 다행히 아직 조절하면 금방 돌아갈 정도이긴 하다. 몸무게보다 더 문제가 된 건 식단이었다. 작년에는 언니 결혼식을 목표로 하고 한동안 닭가슴살만 먹었다. 질리지 않냐고 주변에서 물어도 소스 닭가슴살이라 매끼 다른 맛으로 먹으니 물리지 않고 먹을만했다. 체중 유지가 목적이었던 그때가 가장 건강한 식단을 유지했던 때인데 돌아보면 가장 정신적으로 건강했던 것 같다.


닭가슴살만 챙겨 먹을 필요까진 없었지만 소설 과제가 있는 동안은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이려고 그때그때 먹고 싶은 걸 먹었다. 매번 배달을 시키진 않았지만 대체로 건강하지 못한 음식들이었다. 맵고 짜고 달고 일상에서 찾을 수 없는 도파민을 음식에서만 충족시키고 있었다. 그렇게 입이 자극적인 맛에 절여져 있으니 수업이 끝나고서도 한동안 건강하지 못한 식단을 유지했다. 그러는 동안 배는 과하게 불렀고, 그럼에도 음식이 계속 당겼고 소화는 안되고 몸은 피로하고 결과적으로 잠도 잘 못 잤다. 그런 악순환이 반복됐다.


그 고리를 끊어내고자 얼마 전부터 정신을 차리고 건강하게 먹으려고 노력 중이다. 우선은 조리 과정을 알고 있는 집밥으로 최대한 챙겨 먹고 있다. 자극적인 혀를 씻어내는 게 관건이었다. 냉동고에 잔뜩 쟁여둔 닭가슴살 소시지도 잘 활용했다. 아무래도 소스 닭가슴살은 거의 1년 내내 먹은 탓인지 이젠 좀 질린 것도 같다. 대신 닭가슴살 소시지를 맛별로 바꿔가며 먹고 있다. 


며칠 그렇게 혀한테 교육을 시켜주니 좀 정신을 차렸다. 입이 심심하다는 이유로 간식을 물던 것도 줄였다. 공복시간을 늘리며 위가 드디어 휴식을 취했고 덕분에 식사량도 원래 먹던 정도로 돌아오고 있다. 아직 완전히 건강한 식단과 식사량은 아니지만 며칠 내면 금세 자리 잡을 거 같다.


행복한 삶을 위해선 행복에 집착하지 말라고 하는데 나한테는 건강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애초에 강박적인 성향이 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적당한 정도를 잘 모르겠다. 당장 스트레스받는 일이 많아서 조금이라도 행복을 주려고 맛있는 걸 먹다 보면 금세 몸이 안 좋아진다. 그렇다고 건강한 식단은 놓치지 말자고 몰아세우면 좋은 음식을 먹으며 안 좋은 기분을 유지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또,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고 잠도 잘 자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건강하게 먹자고 다짐하면 꼭 그 정해진 것들에 집착하는 나를 알아차리는데 하나라도 깨지면 예민해지는 나를 만난다. 아침에 피곤하게 깨면 오늘 하루가 깨진 것처럼 느껴진다. 밥을 먹고도 몸이 피곤하니 좀만 더 누워있자며 오전을 보내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한 나에게 짜증이 나 점심 겸 저녁을 자극적인 음식으로 채운다. 그럼 하루를 건강하게 보내지 못한 나한테 채찍질만 하다가 성질이 난 채로 한참 잠을 못 자다 늦은 시간에 겨우 잔다. 그러고 또 반복.


매번 깨닫는 이야기지만 행복도 건강도 꼭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이뤄낼 수 있는 거 아닌가 싶다. 며칠 전에 배우 김지석의 아버지 하는 말을 봤는데 굉장히 와닿았다. (쇼츠에서 본 건데 찔리는 마음에 말하자면 핸드폰 중독에서도 점점 벗어나는 중이다.) 80점인 사람이 늘 100점을 생각하고 살면 그 사람은 영원히 80점의 인간이지만 80점인 사람이 80점에 머무르면 100점이 될 수 있다. 100점이 되려면 80점에서 81, 83점이 되어야 하지 한 번에 100점이 될 수는 없다고도 덧붙였다. 


어쩌면 내가 지금 계속 조급하고 불완전하고 불만족스럽게 느껴지는 건 자꾸 현재의 나를 뛰어넘어 완벽한 나를 바라보고 있어서인지 모르겠다. 항상 100퍼센트의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건데 내 마음이 자꾸만 나를 부족하게 만들고 있는 거다. 나아가는 건 조금씩이면 된다. 당장에 완벽해질 수 없는 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으면서 자꾸 나를 보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건강한 삶을 되찾기 위한 요즘의 노력은 매일이 100점인 거 같다. 결국은 원래의 패턴으로 돌아오겠지. 그리고 다른 것들도 차츰 100퍼센트로 맞춰놔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공모전_0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