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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 Jul 02. 2024

이끌림-덕통사고

싱어게인 3, 홍이삭에게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은 나는 음악 경연 프로그램을 챙겨본다.

작년 가을, 언제나 그랬듯이 나는 TV에서 방영하고 있는 『싱어게인 3』를 시청한다.


『싱어게인 3』은 재야의 고수, 찐 무명, 홀로서기, 슈가맨, 오디션 최강자, OST 등 이미 노래를 발표한 가수이지만, '한 번 더'의 기회가 필요한 그들이 다시 대중 앞에 설 수 있게 도와주는 경연 프로그램이다. 

소개되는 한 명 한 명의 서사와 노래를 듣고 있으면, '다시'라는 단어가 주는 간절함이 전달되어 나는 진심으로 그들을 응원한다. 


"이번에는 딱 이 사람이야 하고 응원하고 싶은 가수가 없네"라고 말하며 시청하던 어느 날이었다.

두 명의 남자, 58호와 47호 가수는 통기타를 연주하며 강산에 님의 "널 보고 있으면"을 불렀다.


싱어게인 3 5회, 58호와 47호의 '널 보고 있으면', 출처: JTBC music 영상 캡처

'황홀하게 타오르네 목마른 사랑 목마른 영혼...' 이 부분을 읊조리듯이 기타 선율에 얹어 노래하는 58호 가수의 모습을 보고 잠깐 시간이 멈춘 듯했다. 달달한 보이스지만 과하지 않은 담백함으로 덤덤하게 노랫말을 전하는 모습이 다음에 이어지는 가사가 58호 가수를 통해 보이는 느낌이었다. 꼭 58호 가수의 마음을 내가 들여다보는 것 같이 그의 목소리에, 기타 연주하는 손짓에, 옆에서 노래하는 가수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그의 생각이 내게 스몄다.



경연이기에 내가 더 잘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는 듀엣무대, 두 가수가 한 소절씩 주고받는 부분을 노래할 때 자신을 드러내기도, 감추기도 하며 두 사람 모두가 빛났던 순간이 지나자 나는 그제야 숨을 쉴 수 있었다. 두 사람이 불렀지만, 한 사람이 부른 것 같은 노래가 끝난 후 심사위원 한 명의 고개가 45도 틀어져 있었는데, 나 역시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삐딱하게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심사가 끝나고 이 두 가수는 다음 라운드로 진출했다. 나는 안도하며 숨을 내쉬고 스마트폰을 열어 초록창에 '싱어게인 3 58호 가수'를 입력했다. (프로그램 특성상 명명식을 하기 전까지는 번호로 불린다.)

'홍이삭' 이름 석자를 알아내고 스케줄러에 입력했다. 23년 11월 23일 목요일, 나에게 덕통사고가 일어난 날이다. 


프로그램이 끝난 직 후 홍이삭의 지난 1라운드 솔로 무대를 다시 보았다. 최유리 님의 '숲'을 부르고 있는 58호 가수 홍이삭. 이 무대를 볼 때 '저 사람 짙은 외로움이 온몸으로 드러나네.'라고 생각했던 게 떠올랐다.


내 삶이 고단할 때 불쑥 올라오는 외로움은 나만의 것이기에 타인의 외로움을 받아들이지 못했나 보다. 그렇게 지나쳤던 가수 58호, 홍이삭의 두 번째 무대에 나는 이끌림을 당했다. 덕통사고가 일어난 직후라 지난 느낌과는 다르게 자신의 이야기를 '숲' 가사에 기대 부르는 덤덤하게 다가왔다. 외로움이 덤덤함으로 바뀌어 보이다니 콩깍지가 씌웠음을 깨달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의 지난 기록을 찾아보며 빠져들었다. 꼭 자석에게 들러붙는 쇠붙이처럼 말이다. 



널 보고 있으면  

                       강산에(작사: 하재봉)

너는 왔네 나에게로
붉은 입술에 장미꽃 물고
돌아선 날 향해
네 눈 속의 별 떨어뜨리면
황홀하게 타오르네
목마른 사랑 목마른 영혼
널 보고 있으면
네 눈 속의 별 보고 있으면
상상했네 투명한 널 보며
나를 비워 갈 수는 없을까
상상했네 너의 그 눈 속으로
들어갈 순 없을까


한 무대에 홀딱 마음을 뺏겨버린 나는 그렇게 홍이삭의 음악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었다.  




#덕질

#셀프돌봄

#나를웃게하는사람

#닮고싶은아티스트

#홍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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