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Good)' 부산에 시민은 없다

엑스포와 20년 역사 맞바꾼 부산시

by 임숲

20년 만에 부산의 도시 슬로건이 바뀌었다. 많은 이들이 시장 자리를 거쳐가는 동안 굳건히 자리를 지켰던 ‘Dynamic Busan(다이내믹 부산)’이다. 그런데 부산시는 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 교체를 추진하며 단단한 뿌리를 기필코 뽑았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뜬금없다는 여론이 일었으나 2030 부산월드엑스포 추진이라는 거대한 명분하에 막힘없이 진행됐다.


시는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라고 한다. 그러나 당초 시민의 목소리는 교체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반영돼야 했다. 이미 교체 사실을 확정해 놓고선 시민의 선택을 운운하는 것은 민주 시민에 대한 기만행위에 그칠 뿐이다. 하물며 대학의 총학생회장을 뽑을 때도 일정 비율 이상의 추천 서명이 있어야 출마 자격을 얻는다. 우리 대학의 경우, 500인 이상으로 규정하며 재학생이 2만 7000여 명(2021년 기준)임을 살필 때 약 54분의 1이다.


그런데 박형준 부산시장은 고작 시민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토대로 삼아 대단한 명분이라도 있는 양 슬로건 교체를 강행했다. 부산시가 지난해 11월 4~10일 진행한 도시 브랜드 리뉴얼에 대한 사전적정성 조사에 따른 것이다. 해당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1%가 새로운 도시 브랜드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이는 710명으로, 340만 부산 시민의 4,788분의 1도 미치지 않는 명수다. 총학생회장 선거로 치면 후보 자격도 미달인데 당선이라도 된 듯 공약 수행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부실하게나마 추진 명분을 마련한 부산시는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했다. 부산시 홈페이지에서는 '다이내믹 부산'이 사라지고 ‘부산 먼저 미래로’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이는 박 시장이 후보 시절 설치한 부산미래혁신위원회의 출범 슬로건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백태다. 새롭게 선정된 슬로건은 'Busan is Good(부산이라 좋다)'다. 시민 선호도 조사를 거치며 다수의 의견을 반영한 것처럼 보이지만, 기존 슬로건 유지는 당초 배제돼 있었다. 시민들은 기정의 선택지 가운데 반강제적 선택을 고심해야 했고, 혹자는 ‘꿩 대신 닭’, ‘최악 대신 차악’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부산시는 이번 도시 브랜드 리뉴얼에 8억 원을 쏟았다. 그러나 'Busan is Good'이 과연 8억의 가치가 있는가는 의문이다. ‘다이내믹 부산’은 부산 시민 특유의 역동성과 항구도시의 활력을 모두 담고 있었지만, 새 슬로건에는 다른 지역을 갖다 붙여도 전혀 위화감이 없는 탓이다. 새로운 도시 브랜드를 지향한다면서 정작 설명을 듣지 않으면 어떤 도시인지 분간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함께 제시됐던 최종 후보안 ‘Bridge for All, Busan’과 ‘True Place, Busan’ 또한 마찬가지였다.


결국 이번 슬로건 교체는 ‘Busan is good for Expo(엑스포 하기 좋은 도시, 부산)’라는 속내로 압축된다. 부산의 위상과 비전을 담았다기엔 너무 속보이는 행태다. 고여 있으라는 말이 아니다. 새로운 시도를 하되 적시와 적소를 찾고, 근본을 잃지 않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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