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디자인 - 하라 켄야
아트는 개인이 사회를 마주 보고 하는 개인적 의사 표명으로 발생의 근원이 매우 사적인 데 있다.
한편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그 동기가 개인이 자기를 표출하고자 하는 의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쪽에 있다.
사회의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석해 나가는 과정에 디자인의 본질이 있다. 문제의 발단을 사회에 두기 때문에 그 계획이나 과정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어 다른 사람들도 디자이너와 같은 시점에서 그 길을 따라갈 수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가치관이나 정신이 태어나고, 그것을 공유하는 가운데 만들어지는 감동이 바로 디자인의 매력이다.
사토 마사히코 - 출입국 도장 리디자인
“처음 OT를 받았을 때는 환영이라는 느낌의 스탬프가 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람들의 기분을 북돋아 줄 수 있는 스탬프를 만들었다. 그러나 다시 잘 생각해보니 현재의 중립적인 상태가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우리 주변의 디자인에는 쓸모없이 남아도는 메시지가 너무 많으니까.”
분명 그럴지도 모른다. 답을 찾았음에도 그것을 더욱 정밀하게 수정하는 신중함과 성의는 원리를 실용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미세한 센스의 일부분 이리라.
-디자인의 디자인, 하라 켄야
게임을 만들 때 모두가 기획자(디자이너)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면 기획자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물론 이제는 좀 생각이 다르지만.. (모든 상황에서 디자인 마인드를 장착한 ‘기획자’의 역할은 게임의 퀄리티를 좌우한다!(사실 ''안에 뭐가 들어가도 상관없음))
지선님이랑 이전에 대화하면서 ‘원화가는 영어로 아티스트라고 쓰면 되나여?'라고 물어봤을 때 ‘아트 디자이너라고 쓰면 될걸요.’라고 하는 답변을 얻은 적이 있는데 (근데 길어서 그냥 2d 아티스트라고 씀… ㅋㅋㅋ) 오늘 디자인의 디자인 책을 읽으면서 좀 더 아티스트와 디자이너의 구분이 명확해진 것 같고, 왜 저 때 답이 '아트 디자이너’라고 돌아왔는지도 어렴풋이 이해하겠다.
나의 ‘업'을 무엇으로 정의하는지는 일하는 태도와, 커리어 성장 방향이 정해지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아주 오래전, 2017년 … 돈 받고 일하기 시작한 이후로 나는 나를 ‘디자이너’라고 정의했었는데, 막상 게임 기획자가 되고 나서는 뭔가 ‘기획자’가 되어야 할 것 같고, 이 기획자가 ‘Planner’로서의 기획자인지, ‘Designer’ 기획자 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것 같고, 게임기획자는 아예 다르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찐 능력자(아트, 개발, UI, 등등)들은 이미 기획자의 마인드를 장착하고 있어서 그냥 ‘기획자’로는 부족한 것 같고…
문득문득 ‘직'은 있는데 나의 '업’은 어디로 가고 있나… 싶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나의 업의 심리적 정의가 흔들릴 때 내 멘탈도 함께 흔들렸다. ㅋㅋㅋㅋ 이때 제일 많이 하는 말 “일은 일이니까요 뭐…. 돈 받고 하는데.. 열심히 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과거의 나 멈춰!
그리고 어떤 롤을 수행하든 디자이너의 마인드로 임했을 때 가장 인정받았다. 그때 제일 많이 했던 말 “일은 일인 건 알겠는데요. 저는 그래도 저를 디자이너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저는 이 일을 ~~ 이렇게 바라보고 있고 ~불라바랄ㄹ~ 요렇게 진행할 겁니다. 이 방향에서 우려되는 거 있으심 말씀해주세요”(지금 생각해보니 조금.. 건방졌을지도?)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에도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신뢰가 갔던 것 같고, 오히려 나와 생각이 다를 때에도 생각 전환이 빨라졌다. 아.. 아트 디자이너는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개발자는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회사의 대표는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브랜드 디자이너는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강사는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3d 아티스트는 저렇게 보는구나… 마케터는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어쩔 거야 이해는 안 되어도 저게 맞겠지 싶은 경우가 있었달까..
물론 듣고 나서 내 입장도 이야기하면서 최선의 선택지가 나왔던 경우는 진짜 일할 맛 났던 것 같고… 지금 생각해보면 게임 개발의 매력은 다양한 업을 가진 사람들이 부딪히고 시간과 타협하며 제품의 퀄리티를 올려가는 데 있는 것 같다.
쨋든 지난 몇 년 간 나의 ‘직'은 끊임없이, 오래가지 못하고 바뀌어왔다.
그때마다 나를 잡아준 것은 나는 누가 뭐래도 디자이너일 것이라는 다짐 뭐 그런 것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그러하듯, 아니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디자이너가 짱인 것 같고, 모두가 디자인 마인드를 장착하면 더 멋진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아닌 경우 겁나 많이 봄 그냥 자부심 그런 것임…)
하지만 디자인이란 게 범위는 엄청 넓고, 되게 원론적인 이야기라 기획자임에도, 또는 심지어 디자이너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어도 ‘진짜’ 디자인을 실천하는 것은 너무너무 힘들다는 것도 안다. 그러고 보니 해민님도 자신이 /'진짜 기획’ 이란 걸 시작한 순간/이라는 발언을 했었다. ㅋㅋㅋ
결국 그냥.. 길을 잃은 것 같을 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문제를 확인하는 것, 내가 처음 이 모든 것을 시작했던 의도와 방향을 다시 점검하는 것, 모든 상황에 가장 최선인 것을 찾아내리라 다짐하는 것..
직업이란, 직업의 개념, 직업이 갖는 의미, 일과 직업의 차이점
+ 다시 읽어보다가… 그렇다고 게임 개발에 아티스트는 필요없고 아트디자이너만 필요하다는 것은 아님… UI디자이너, UI 아티스트가 나뉠 수 있는 것처럼 결국 내가 가장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 직업적 정의가 무엇인지 알고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고, 결국 좋은 조직은 본연의 업을 존중하면서, 그것이 성과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겠다. 개발자도 마찬가지겠지, 디자인의 의도를 깊게 이해하고 빠르게 나아갈 수 있는 개발자와, 기술적으로 파고들고 그것이 결국 게임의 품질에 기여할 수 있는 개발자가 필요한 것 처럼..!
우리 팀원들은 자신을 무엇으로 정의하는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