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무 한 줌이 필요했을 뿐인데 결과는 무조림 한 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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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랑 두 식구, 그것도 서로 일이 바빠 같이 밥 먹으려면 몇 번이나 확인을 해야 하니 싸다고 마트에서 대용량으로 덥썩 샀다가는 썩거나 상하니 오히려 손해다. 필요할 때마다 그때 그때 소용량을 사는 것이 최상이지만 맘대로 되지 않는다. 시원한 냉모밀 국수에 갈아서 곁들이려고 무를 사러갔는데 잘라 팔지 않아 팔뚝 만큼 커다란 무우를 통째로 사야했다. 그냥 두면 100퍼센트 시들사들 말라가다 버리게 될테니 바로 해결해야 한다.
무를 두툼하게 썰어 일식 무조림을 했다. 시간도 없고 귀찮을 때는 양념국물을 만들어 무를 조리지만 마감 후 시간 여유 있을 때에는 진짜 맛있게 만들려고 정성을 쏟게 된다. 일식집에서 보는 것처럼 큼지막하게 무를 썰어 쌀뜨물에 살짝 삶아떫고 아린 맛을 잡아주고 부드러운 감칠맛을 낸다. 그 다음 다시마와 멸치, 가츠오부시를 넣어 우린 육수에 간장과 청주, 설탕을 넣은 후 무를 넣고 약한 불에서 아주 오래 조리는 것이다. 이때 청양고추를 하나 넣으면 칼칼한 뒷맛이 시원하다.
음식을 주제로 한 일본드라마 <오센>을 보면 하루 꼬박 무조림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그만큼까지는 아니지만 이렇게 신경 써 만든 무조림은 반찬으로는 물론 안주로도 최고. 실컷 먹고도 남아 국물 자작하게 부어 냉동실에 얼려놓았다. 아무 것도 하기 싫은 저녁, 이 무조림에 맥주 한 캔이면 위장과 마음의 허기를 채울 수 있다. 통 무를 졸이는 서너 시간 정도 꾹 참고 기다릴 여유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