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R Report Jun 15. 2020

신간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를 내면서

많은 경우 직장인의 '몸값'은 직장에서 받을 수 있는 연봉을 뜻한다. 그런데 몸값에 대한 이런 정의의 한계에 대해, 그리고 대안적인 정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이런 몸값이란 직장에 소속되어 있는 동안에만 받을 수 있는 것인데, 소속된 기간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한국의 직장인이 주된 직장에서 나오는 평균 나이는 49세이다. 2019년 40대와 50대의 비자발적 퇴직자는 2014년 이후 최대치인 49만명이었다. 코로나 사태 이전의 기록이다.


문제는 ‘몸값’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지만, 직장이라는 소속을 떠나는 순간 갑자기 몸값이 제로에 가깝게 된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관리자만 하다가 나와서 딱히 할 줄 아는게 없는 경우이다. 뭐랄까. 체육관(직장)에 오래 다녔는데, 정작 자기의 몸(직업)은 만들지 않은 상태라고나 해야 할까.


우리는 상황을 어떻게 해석(사회심리학 용어로 '구성')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접근 방식이나 행동은 달라지게 된다. 지난 목요일 서점에 새책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김영사)가 깔렸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자기 자신을 '직장인'보다는 '직업인'으로 해석해보도록 독자를 초대하고 싶었다.


직장이 '통장'이라면 직업은 '현금'이다. '오래된' 통장을 가져봐야, 통장갯수가 아무리 많아봐야 현금이 별로 없다면 무슨 소용일까? 그보다는 한 개의 통장이더라도 현금이 많이 든 것을 선호한다.


직장이 남이 만들어 놓은 조직이라면 직업은 내 몸에 익힌 개인기, 특히 돈과 교환할 수 있는 개인기이다.


퇴사가 유행이라지만 나는 이 책에서 퇴사를 권하지 않는다. 직장에 다니는 동안, 정기적으로 월급히 통장에 꽂혀서 비교적 경제적 걱정이 덜한 동안 자기 직업을 만들라고 제안한다.


3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3번의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하면서 이들도 직장에만 기댈 수 없다는 것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었다. 다만,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막막해했다. 그래서 나는 직장을 다니는 동안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변화하기 위해 필요한 10가지를 질문으로 정리해보았다.


1. 나는 직장인인가? 직업인인가? 직업인으로서 나를 정의할 수 있는가?
2. 의도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가?
3. 일을 하면서 과정과 결과에 만족했던 10가지 장면이 있는가?
4. 남이 아닌 내가 진짜 욕망하는 삶과 일은 무엇인가?
5. 직장생활의 끝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은가?
6. 조직에 기대지 않고 팔 수 있는 개인기를 가지고 있는가?
7. 나는 직장에서 경쟁이 아닌 성장을 위한 공부를 하고 있는가?
8. 직장 동료들에게 나는 어떤 리더로 기억될 것인가?
9. 내 성장을 가로막는 장벽은 무엇이고 이를 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는가?
10. 나는 쉬고 떠나는 문제에서 주도적인가?


내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사람들이 가장 막히는 부분은 2번이다. 의도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어내지 않거나 못한다.


여기에서는 '의도적'이라는 말이 매우 중요하다. 어쩌다 혹은 어쩔 수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해서, 목표를 갖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내가 보기에는 매우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회사에서는 일 때문에, 집에 와서는 가족/아이 돌보느라 '직업'처럼 고상한 것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어디있느냐고.


물론 그렇다. 요즘 안 바쁜 사람이 어디있는가? 하지만, 정작 없는 것은 시간보다는 욕망이다. 자기의 욕망이 확실하면 시간은 없어도 만들어낸다.


슬픈 이야기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성인들이 자기 안의 욕망을 잃어버리고 살아왔다. 어릴 때는 부모의, 학교에서는 선생의, 직장에서는 상사의, 사회에서는 선배의 욕망을 맞추는데에는 눈치가 빨랐지만, 자기 안의 욕망에는 눈치 이전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


이 책을 쓰면서 나에게, 그리고 읽는 독자에게 바라고 싶은 것 한 가지가 있다면 자기의 직업적 욕망을 찾는 일이다.


착각하지 말기를 바라는 것은 돈, 직책, 빌딩과 같은 것을 자기의 욕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수단을 목적과 혼동한다. 자신의 욕망(목적)을 모르는 사람이 돈을 많이 벌게 되면 도박과 술에 빠지기 쉽다. 돈을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경쟁(남을 이기는 것)보다는 성취(자신의 목적을 알고 찾아가는 것)하기를 바란다. 직장에 속해있을 때, 직장에 나오더라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 몸값을 만들어 나오기 바란다. 그래야 직장도 더 오래 다닐 수 있다.


분투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매거진의 이전글 "귀신과 '언젠가'는 만나본 적이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