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준비를 하며
부동산에서는 무턱대고 있는 신축 매물을 모두 보여주는 사람, 친절한 듯하면서도 결이 맞지 않는 매물을 보여주며 꾀어내는 사람, 애초에 니즈를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 등이 있다. 모두 자신의 기준으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간 두 곳은 달랐다. 우리의 니즈, 또는 세입자의 니즈를 잘 파악했고 무엇보다 안전한 매물을 추천해주려고 노력하셨다. 또, 꼭 맞는 매물을 추천해 주기 위해 더 세부적인 사항까지 바로 물어보시고, 아닌 건 바로 넘어가면서 맞춰갔다.
역시 어떤 일을 하더라도 고객의 니즈를 잘 파악하고 그걸 충족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또한, 근거 있는 믿음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다른 곳도 가봐야겠다.”가 아닌 “여기라면 믿을 수 있겠다.”라는 마음이 들었다면 이미 끝난 거 아닐까.
원래 집을 구할 때 하나의 부동산만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여러 곳을 가보면서 믿을 만한 곳인지 살펴보고 상담해 주는 사람의 느낌을 파악한다. 그렇기에 많은 부동산과 연락하면서 그곳과 계약을 하지 않았어도 크게 미안한 감정은 없었다. 적당히 알아봐 주셨으니까.
하지만 유독 마음이 쓰이는 사람이 있었다. 집을 보러 다닐 때도 진짜 본인 집 알아보는 것처럼 일일이 먼저 체크해주고 친구처럼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돌아다닌 곳이었다. 결국 다른 부동산이랑 계약한 후, 신경 많이 써주셨는데 죄송하다고 다음에 집 구할 땐 제일 처음으로 가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러니까 바로 전화가 와서 괜찮다고 잘했다고, 언제든 도움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하셨다. 또, 계약한 매물은 안전한 매물이냐고 물어보면서 걱정까지 해주셨다. 물론 이게 다 영업의 일환이긴 하지만, 이것 또한 그 사람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친절하다가 자기와 계약하지 않았다고 바로 돌변하는 사람은 미래 잠재 고객을 잃는 것이다. 항상 사람은 처음과 끝이 같아야 한다.
한편, 떠날 사람이라고 상대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자신의 기준만 고집하는 원래 집주인을 보며 전에 좋았던 감정은 모두 사라졌다. 역시 정 떨어지는 건 한 순간이다.. 솔직히 나도 누군가의 사정을 일일이 다 봐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객관적인 상황으로 봤을 때, 통상적인 기준이 있기 마련이다. 그 기준과 다르게 하는 것도 집주인 본인 사정인 건데 통상적인 기준 내에서 내 상황을 조심스레 말했을 때, 그건 너 사정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건 이제 안 볼 사람이란 건가. 똑같은 의미를 전달해도 뉘앙스나 말투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상대를 배려해야겠다 생각했고,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니 항상 마무리까지 잘해야겠다고 느꼈다. 적어도 최소한의 예의만 지키면 마무리까지 깔끔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배운 점은 주변 사람은 다 되는데. 이 정도는 원래 다 해주니까. “되겠지?” 이렇게 어림잡고 안일하게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는 거. 집주인 사례도 그렇고, 이사는 몇 번 해봤으니까 다 똑같을 거라 생각했던 게 가장 큰 착각이었다. 전세는 월세랑 많이 달라서 더 알아볼 것도 많았고 조심해야 할 것도 많았다. 이사하는 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므로 아니, 이사를 떠나서 앞으로는 뭐든 어림잡아 짐작하지 않고 항상 확실하게 알아본 후에 일을 진행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