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보는 걸 좋아한다. 낮이건 밤이건, 걸을 때나 차에서나, 건물 안이든 밖이든 절로 하늘로 눈이 간다. 약간 뒤늦은 퇴근을 한 후, 건물에서 나오자마자 보랏빛 하늘과 구름의 조화를 마주하면 보다 더 좋은 퇴근길이 펼쳐진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아닌 구름이 슬금슬금 지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기뻐도, 슬퍼도, 활기차도, 힘들어도 세상은 아무런 미동 없이 흘러가는구나.
나에겐 의미 있는 일이 다른 사람에겐 별 볼 일 없을 수도 있고, 나에겐 대수롭지 않은 일이 다른 사람의 인생을 흔들고 있을 수도 있다. 심지어 지구 한 편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살아간다.
다른 사람이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일은 흔치 않다. 설령 세상 사람들이 같은 감정을 느끼더라도 몸소 와닿지 않으면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어찌 보면 각자 처한 환경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끼고 행하는 건 당연하다. 이미 알고 있지만, 떠내려가는 구름을 보면 이 사실이 더없이 느껴져 더 애달파지기도, 오히려 후련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