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리 Jul 25. 2022

내가 생각하는 콘텐츠 에디터란



첫 직장이라 비교 대상이 없긴 하지만, 스타트업의 한 달은 정말 빨랐다. 거의 바로 업무에 투입됐으니. 처음부터 조금 벅찬 업무를 맡아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회사에 기여했다고 생각하니 뿌듯했다. 그리고 내가 사용하던 앱에 내가 쓴 글이 나타난다는 것도 신기해서 가족들에게 보여주곤 했다. 사용자에서 생산자로 바뀔 때,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것도 색달랐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흐를수록 이게 정말 내가 원하던 게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 회사는 내가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스타트업의 분위기를 갖추고 있었다. 수평적인 분위기와 모든 걸 공유하는 문화, 정말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 사실 처음에는 내가 생각해 왔던 회사 생활과 달랐지만, 차츰 익숙해져 갔다. 그중 가장 좋았던 점은 정말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환경이다. 업무 외적으로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었고, 내가 맡은 일을 묵묵히 해 나가면 됐다. 이렇게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기에 직무 자체를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나는 에디터를 단순히 글만 쓰는 직무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에디터가 기획을 하는지도 몰랐고, 디자이너랑 협업을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정말 아무것도 몰랐구나). 너무 안일하게만 생각했다. 글을 쓴다고 다 같은 글을 쓰는 게 아니고 각자가 원하는 분야가 있을 텐데, 이걸 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게 다 하나씩 좁혀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공무원에서 글로, 글에서 내가 "쓰고 싶은" 글로.



또한, 글쓰기에도 종류와 방향성 즉, 글쓰기 결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친근하고 귀엽고 동적인 느낌의 구어체 글, 정적이고 논리적인 줄글. 물론 둘 다 잘 쓸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인 결이 다르니 나도 모르게 내 글쓰기 특징이 드러났다. 그리고 처음으로 하는 일이었기에 내가 원하는 "일"의 방향성도 몰랐다. 회사의 콘텐츠는 연애나 일상적인 삶이 주된 주제라 처음엔 쉽고 재밌을 거라 생각했지만, 일은 취미가 아니므로 일상적인 것보다는 전문적인 주제를 다루고 싶었다. 나는 단순히 글로써 전문성을 키우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만의 전문성을 가지고 그걸 글로 풀어내는 것. 이게 바로 진짜 내가 바라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콘텐츠 에디터라는 직무를 보고 에디터에만 초점을 맞췄던 나는, 이제 콘텐츠에 더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건 물론이고, 그 콘텐츠에 대해 계속해서 공부해 나갈 의지가 있으면서 그 콘텐츠를 잘 빛낼 수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보게 되었다. 따라서 "글"이라는 큰 틀에서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다시 선정해야 했다.



Lesson Learned

기업은 이윤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봉사 개념으로 생각하면 안 됨!

회사가 잘 되는 것과 내 능력이 길러지는 건 별개. → 회사는 성장 중이지만 나도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인가.

(위와 연결) 내가 회사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잘 따져봐야 함.

내가 전문적이지 않으면 전문적인 글을 쓸 수 없다. (여기서 전문적이라는 건 내가 정확하고 믿을 만한 정보를 가졌는지)



작가의 이전글 어쩌다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