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int 2. 파리에서 만난 인연 (1)

by 일월



두려운 마음이 파리에도 닿은 걸까. 그냥 여행 끝 무렵이라 지친 걸까. 파리는 처음 도착해서도 마냥 기쁘거나 설레지 않았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전화위복에서 언급했듯이 예정 시간보다 훌쩍 지나 새벽 1시가 다 되어 도착했으니 몸이 힘들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거실과 부엌 전등이 고장 나고, 와인잔이 깨지는 등 이런저런 일이 겹쳐 우리는 본격적인 컴플레인을 시도한다. 말번에서 만난 마크와 연락을 이어가던 중 파리 숙소 거실 불이 안 들어온다는 소식을 전하자 할인받으라는 말로 힘을 실어줬고.



솔직히 와인잔을 깨지 않았더라면 그냥 넘어갔을 게 분명하다. 멀리 여행 와 낯선 환경에서 굳이 시끄러운 일을 만들고 싶진 않은 건 모두 마찬가지일 테니. 하지만 그땐 숙소가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몰랐으므로 괜스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와인잔을 깨뜨린 건 명백한 우리 잘못이었지만, 이 사건이 방아쇠 역할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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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5일 내내 거실 전등 없이 지내야 하는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고, 우리가 완전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건데 뭔가 조치가 필요하지 않냐고 카톡을 보낸다. 그러자 침대맡 전등으로 충분하지 않냐며 숙소는 잠을 자는 곳이다 보니 사람들이 어두운 것을 선호하기도 해서 솔직히 거실 불 필요 없지 않냐고 답한다. 이전에 2번이나 똑같은 상황이 있었지만, 이렇게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은 우리가 처음이라며.



하지만 우리도 괜한 심술이라기보다는 실제로 아침에 준비할 때 불편함을 느꼈다. 그렇게 우리는 꽤 오래 실랑이를 벌인다. 그럼 이미 하자가 생긴 지 한참 지났는데 왜 미리 말을 안 했냐, 거실 불이 필요가 없으면 애초에 왜 있냐 등. 전날 연락을 하다가도 밝은 조명 있는지 물었을 땐 읽고 답을 안 하다가, 부엌 조명 들어오니 괜찮은 거 같다고 연락하자 금방 답을 해서 본인 편한 대로만 하는 거 아니냐고도 말하니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며 억울해한다.



그래서 그 부분은 오해였다며 말하자 갑자기 회사랑 연결된 거라 복잡해서 할인은 어렵고, 맛있는 한식을 사주겠다고 한다. 우리 숙소와는 거리가 좀 있는 편이고, 그날 일정과의 거리도 중요했기에 확인한 후 약속에 응했다. 갑작스러운 식사 제안에 홀라당(?) 넘어간 우리도 웃기지만 카톡으로 소통하다 보면 오해의 소지가 생기기도 하고, 여행 와서 찝찝하고 불쾌한 마음으로 마무리하고 싶지 않았으니 직접 마주하고 엉킨 마음을 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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