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방, 감촉의 방, 음향의 방, 맛깔의 방. 함께함으로 '내가 완성되었다' 여긴 공간들이다.
어느 날 이 모든 방이 예고 없이 소등되었다.
느닷없는 까만 시야에 나는 본능적으로 바닥을 더듬기 시작했다. 앉은 자세로 방향을 더듬거리다 지금 이 곳에 도착했다. 문이 없는 방이다. 나는 여기에 어떻게 들어왔을까? 의문도 잠시, 갇혔다는 공포감에 온몸을 사방에 내던지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러다가 지쳐 바닥에 누워버렸다. 그리고 놀랐다. 입을 반쯤 벌리고서.
세상에나, 이 방은 천장이 없구나. 원래부터 없었구나. 꽤 매력적인 하늘은 담은 천장이다! 그런데 왜 난 이제야 올려다봤을까?
'완성되었다' 여긴 공간들에 하늘은 없었고, 문이 없는 지금 이 곳엔 꽤 매력적인 하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