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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꽃 Jan 27. 2021

책을 싫어하는 우리 아이, 독서교육 어떻게 해야 할까?

제1장 거리좁히기

우리집 아기 1호는 책에 흥미가 없는 아이로 자랐다.

'흥미가 없다' 혹은 '없었다'가 아니라 '자랐다'는 표현을 택한 것은 처음부터 흥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분명 아주 어릴 적에는 책을 먹고, 찢고, 밟고, 그림을 관찰하며 곧잘 놀았다.

여느 아이가 그렇듯 좋아하는 책은 수십 번씩이 읽어달라고도 했다.

그런 아이가 언제부터 흥미를 잃게 됐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한글을 깨우치면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어 책을 안읽던 아이도 흥미를 붙인다고 하는데 우리 아이는 그렇지 못했다.

독서교육의 중요성은 차치하고서라도 나름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엄마로서 자존심에 조금 상처가 났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부모라면 '독서'를 세 손가락 안에는 꼽는다.

우리 부부는 다른건 다 안해도 독서교육만큼은 잘 해보자로 다짐했던 터라 마음이 더 심란했다.

원인을 찾기 위해 우리집과 아이를 찬찬히 살펴보았더니 내가 한 제일 큰 실수가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었다.

 


1. 아이 손에는 장난감이 들려 있다.

2. 아이는 하루종일 이 장난감, 저 장난감을 갖고 논다.

3. 아이 손에 있었으면 했던 책은 책꽂이에 가지런히 꽂혀 있다.



여느 가정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인듯 한데, 여기서 어떤 문제점을 발견하였는가?


장난감은 아이들의 소근육 발달에 큰 도움을 줄 뿐아니라, 그것을 가지고 놀면서 창의력도 발달한다.

장난감 갖고 놀기는 어린 시절 충분히 이루어져야 하는 좋은 교육 도구이다.

그러므로 아이 손에 장난감이 들려 있다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정답은 '가지런히 꽂혀 있는 책'이다.


다른 부모들처럼, 아이가 태어나자 아이에게 좋다는 전집을 들였다. 책이 들어갈 책꽂이도 장만했다. 그리고 책장에 가지런히 꽂아두었다.

헝겁책이나 보드북을 보는 연령이 지나면 다음 단계의 책이 필요한데, 어차피 나중에 읽게 되겠지 하는 마음에 욕심껏 들여놓은 전집은 햇빛에 빛이 바래가고 있었다.

아이에게는 그냥 풍경이 되어버린 모양이었다.

장난감은 바닥에 뒹굴고 손이 쉽게 닿는 곳에 있으면서, 책은 너무 정갈하게 꽂혀 있어 왠지 손대면 안될 것 같이 고고하고 우아하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예전 친구네 집 거실 책장에 정확하고 빽빽하게 꽂혀있던 아이 전집들의 포스가 남달라 어른인 나조차도 한 권 꺼내보기 조심스러웠는데, 우리집도 다를 바 없었으니, 아이가 선뜻 책장에 손을 넣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날 이후 인테리어를 포기하고 책을 조금씩 섞기 시작했다.

바닥에는 각기 다른 종류의 책들을 몇 권씩 내려놓았다.

아이는 책을 밟고 지나다녔고, 발에 뭐가 밟히나 봤더니 주의를 끄는 책이었는지 그자리에 앉아서 책을 '구경'했다. 책을 구경만 하던 아이는 뭔가 흥미로워 보였는지 읽어달라고 스스로 말했다. 그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는 책을 바닥에 팽개쳐놨을 뿐인데, 너무 큰 변화가 일어났다.

책장에서 고개를 들고 꼿꼿이 서있던 책이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있으니 아이도 더 편하게 느껴졌으리라.

책등에서는 어떠한 감흥도 느끼기 어렵지만, 표지를 보니 흥미가 샘솟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반 책장보다 전면 책장이 좋긴 하지만, 전면 책장보다 더 좋은 것은 바닥에 놓여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바닥에 책을 놓음으로써 알게 된 또 하나의 새로운 정보가 있다. 그건 아이의 책 취향이다.

여러 권의 책 중 유독 좋아하는 책이 있다. 그렇다면 며칠 뒤에는 그림체가 비슷하거나 주제나 등장인물이 유사한 다른 책들로 교체해 놓아주면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 어떤 종류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아주 큰 수확인데, 다음 책을 고를 때 도움이 되고, 아이의 흥미를 이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금 우리 아이는 누워서 책을 읽는다. 바닥에 책이 등을 대고 있으니 자기도 누워서 읽는다.

다독하는 편은 아니지만, 확실한 건 이전보다 책을 좋아하게 된 걸 알 수 있다.


책을 싫어하는 아이에게 해 줄 첫 번째 방법은 책과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는 것.

물리적 거리가 좁혀지면 심리적 거리도 가까워지는 법이라는 것을 우리는 인간관계에서도 배웠다.

강요하지 않고 아주 천천히, 기다려주면서 츤데레처럼 '오다 주웠어' 하며 툭 내놓듯 책을 여기저기 던져놔 주자.


우리가 독서교육 1단계에서 해줘야 할 일은 거리두기가 아니라 거리좁히기이다.




tip.

바닥에 내려놓는 책은 다양한 분야의 책, 그림체나 글자체가 서로 다른 책으로 8~10권 정도 고르면 좋습니다.

방이든 거실이든 정리정돈에 대해서는 내려놓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아이가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이나 사진을 찾을 수 있도록 보란 듯이 여기저기 굴러다니게 하면 됩니다.

우리 아이는 그림의 선과 색이 선명한 것을 좋아했습니다.

명작으로 꼽히는 '토들피카소'는 손도 안댔던 책이었죠.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책을 고를 기회를 아이에게 주세요.

책에 대한 주도권은 아이 스스로 가질 수 있도록 해주세요.


.

저희 아이도 아직 '책이 너무 좋아~' 하는 단계는 아닙니다. 

저도 계속 공부하며 길을 찾고 있지요.

함께 길을 찾아나가고자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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