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교육은 이렇게
"엄마, 이제 설거지는 로봇한테 시키고 나랑 놀아!"
올초 식기세척기를 장만했다.
손목이 안좋아지기도 했지만, 설거지할 시간에 아이들과 눈 한번 더 마주쳐주기 위해서였다.
식기세척기를 들이고 제일 좋아한 건 역시 아이들이었다.
앞서 밝혔지만 나는 워킹맘이다.
워킹맘은 늘 시간에 쫓겨 산다.
아이들의 부모에 대한 애정도는 부모와 보내는 시간에 비례한다고 했던가.
워킹맘에게는 그보다 서글픈 말이 없다.
양으로는 어려우니 양질의 놀이로 충족시켜줘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실천에 옮기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짬을 내어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안되면 이주일에 한 번이라도, 그도 힘들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아예 안하는 것보단 낫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시간과 체력을 쪼개본다.
텔레비전이나 어린이집, 태권도 선생님으로는 절대 채울 수 없는 무기가 부모에게는 있으니까 말이다.
남편은 주로 몸으로 놀아주거나 야외활동을 같이 해주고, 나는 책을 읽어주고 그림을 그려주거나 만들기를 해준다. 맡은 영역이 분명히 나눠져 있으니 주말엔 하루의 일과를 잘 계획하면 아이들의 욕구를 돌아가며 채워줄 수 있어 좋다.
예전 큰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때는 둘째를 낳고 휴직중이어서 한 달에 한 번씩 참여했었다. 둘째를 데리고 가서 같이 책을 읽어주고 책에 맞는 활동을 준비해 해주고 왔는데, 그 프로그램 이름이 '책사랑 선생님'이었다.
그 활동을 하고 난 후 큰아이는 내게 책을 들고와 '책사랑 선생님'을 해달라고 하곤 했는데, 그 어린이집을 떠나온 지금까지도 '엄마! 책사랑 선생님!' 하면서 책을 가져온다.
한글을 다 떼어 혼자서도 유창하게 책을 읽을 수 있지만 엄마가 읽어주는 건 또다른 맛이 있으니까.
보통은 책을 읽어주면 그것으로 끝난다. 할 일이 산더미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 독후활동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 더 크다. 게다가 아직 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어려운 미취학 또는 저학년의 아이일수록 할 게 없을 것이다.
요즘은 독후활동을 간단하게 소개하는 책도 있지만 너무 어렵거나 평범하거나 재료가 없거나 한 것들이 많다.
그래서일까. 독서를 시켜주고 독후활동을 해주는 학원도 생겼다.
물론 부모가 직접 해주기 어려우면 도움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쉽게 생각하면 쉬운 방법이 떠오른다.
예를 들면, 물고기가 주인공인 책을 읽었으면 물고기를 그리거나 그린 후 꾸며주기를 하면 된다. 주인공 물고기가 외로워 한다는 내용의 책을 읽었으면 물고기를 많이 그리고 오려서 주인공 물고기 옆에 붙여주면 된다.
주인공이든 주요 내용이든 집에 있는 재료를 이용해서 간단한 활동을 해주면, 아이는 부모와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충만해한다.
활동하는 과정 속에서 오고가는 자연스런 대화는 덤이다.
나는 그림책 육아 관련된 책을 틈날때 들춰보곤 했는데, 꽤 괜찮은 아이디어를 발견하기도 한다.
책을 읽고 빈 종이에 커다란 원을 그리고 거기에 주인공의 표정이나 글을 읽고 난 아이 자신의 표정을 그리게 하고 왜 그런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책에서 발견한 좋은 활동이다.
발견한 것이나 아이디어가 생긴 것, 직접 책을 읽고 해본 것은 메모해 두었다가 다음에 또다른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눈빛과 목소리를 먹고 자란다.
학업은 물론이고 텔레비전, 놀이시터까지 부모의 영역을 대신해주는 분야가 너무나 많지만 틈나는대로 부모의 몸과 부모의 음성으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분명 가성비 최고의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