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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꽃 Mar 26. 2021

책상 생활자의 요가

부제가 '생각 많은 소설가의 생각 정리법'인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한숨에 읽어버렸다.

읽으면서도 조금은 천천히 읽고 싶다 생각이 들었지만, 사이사이 재미있는 삽화에 이끌리다보니 어느덧 마지막 페이지가 나왔을 뿐이다.


흔히 작가 하면 떠올려지는 그림이 있다. 약간 어두운 방에 아무렇게나 묶은 며칠 안감은 머리, 동그란 안경과 늘어진 티셔츠, 그 앞에 놓인 노트북 한 대,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빈 화면, 불규칙하게 흩어져있는 휴지 뭉치와 머그컵들.

우리같은 비작가가 창작의 고통을 어찌 감히 알겠냐마는, 어렴풋이나마 작가의 고민의 흔적과 처절한 몸부림이 느껴지는 한숨 가득한 방.


처음 만난 최정화 작가는 그런 이미지를 과감히 깨버렸다. 그녀는 이미 몇 편의 소설을 출간하였고, 요가와 명상으로 진정한 비움의 시간을 가지며 건강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었으며 그것을 글로 남겼다.


이미 나와있는 책을 읽고 그에 대한 간단하고 비루한 리뷰 몇 자 적는 데도 몇날 며칠 고민하고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데, 빈 화면에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것의 어려움을 비워내는 방식이 정말 좋아 보였고, 그 과정을 이렇게 책에 담아냈다는 것이 멋있었다.

그림체와 글의 내용이 가벼워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으며, '책상 생활자'인 나와 같은 일반 직장인들도 충분히 공감하고 도전해볼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사이사이 소개되어 있는 동작이나 명상을 나도 잠시 책을 덮고 해보면서 잠시나마 나만의 힐링 시간을 가졌다 할까.

한 숨에 읽었지만, 다시 펼치고 눈을 감게 되는 '쉼표'같은 책이다.


명상은 잠시 비켜섬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울림에서 비켜나서 몸과 마음을 비우는 시간이 필요하다.(p.69)


작가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오히려 자신은 너무 오래 비켜서 있었고 어울림이 필요하다고 했다.

결국 명상이란,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각자에게 필요한 것은 비켜섬일까, 어울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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