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꽃 Mar 26. 2021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청소년기에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뭐 이런 기독교적인 동화가 있나 했다. 기독교적 교훈 전달을 목적으로 한 이야기라 여겼고, 작가가 톨스토이라는 것은 기억에 남아있지도 않다.

책이라는 것이 참 이상해서, 몇 살 때 읽느냐, 어떤 상황일 때 읽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영화, 음악, 미술 등 모든 예술 분야가 그러하듯이.

그런 점에서 볼 때, 작가가 작품을 창작하지만 결국 그것을 읽는 독자로 완성된다는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글은 결국 독자가 있을 때 생명력을 갖는 것일 테니까.

그렇다면 어른이 된 나는 어떤 감상을 남기게 될까.


톨스토이의 여러 단편 중 가장 유명한 두 작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바보 이반'을 비롯하여 '사랑이 있는 곳에 하나님이 있다', '초반에 불길을 잡지 못하면 끌 수가 없다', '사람에게는 얼마만한 땅이 필요한가'와 같이 주제를 직설적으로 내세운 작품, '촛불'과 '세 가지 질문'과 같이 매우 짧은 단편까지 골고루 수록되어 있다.

열 편의 단편에서 그는 사랑, 노동, 종교에 대해 끊임없이 말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모든 작품이 다른 듯하지만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일하는 것의 숭고함, 다른 사람을 대하는 배려와 따뜻한 마음, 그리고 '사랑'이라는 하나님의 가르침이 전체 단편의 주 골자다.

종교적인 것은 배제하더라도 결국 인간이 살아가는 데 중요한 가치들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으며, 너무 심심하다 싶을 정도로 정직하고 차분하며 담담한 느낌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최근 주식, 부동산 등이 화두가 되고, 파이어족이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노동에 대해 인간이 부여하는 가치가 많이 달라졌다. 톨스토이는 다른 세상에서 현대인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내 생각에는 톨스토이가 말하는 노동은 '정직함'의 또다른 이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에 대한 '사랑'을 가장 중시한 만큼, 부당하고 비열한 방법 아니라 정직하게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삶을 영위하는 것을 중요하게 보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 그가 생각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가치는 '사랑'이며, 그것이 다른 가치들을 포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내용이야 어느 출판사나 비슷할 것이니 비전문가로서 번역이니 뭐니 하는 내용을 논할 자격은 없다. 다만, 이 책의 가장 좋았던 부분은 표지였다. 노인이 된 톨스토이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글쓰기에 몰두하는 모습이 담긴 표지의 그림에서 삶과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고뇌했을 그의 모습을 엿볼 수가 있어서 글자나 일러스트로 표현된 책과 차별화된 점이 좋았다.


톨스토이의 단편들은 톨스토이 말년에 쓰여진 작품이라고 한다. 주옥같은 명작을 거치고 삶의 끝자락에서 이와 같은 글을 썼다는 것은, 그가 인생을 살며 깨닫게 된 소중한 것들이 총 망라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어려운 방식이 아닌, 가장 쉬운 방식으로 독자에게 전달하려 했다는 점에서 대작가의 세심함이 느껴진다. 때문에 책을 읽고 나니, '죄와 벌',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리나' 등 그의 역작들을 꼭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욕구가 생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주요 구절을 몇 자 적어보며 마무리한다.


모든 사람이 스스로 계획해서가 아니라, 사람 안에 있는 사랑 때문에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사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각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시지 않으셨음을, 그리고 사람들이 협력하며 살기를 원하시기 때문에 모두에게 그들 자신과 모두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심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염려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랑 하나만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이제 깨닫게 되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