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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꽃 May 23. 2023

수상한 교장실

박현숙 작가의 수상한 열네 번째 이야기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상한~' 시리즈가 열네 번째까지 이어지는 동안 이 책을 왜 이제 만났을까 싶을 정도로 흥미로운 책이다.

그 이유를 몇 가지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첫째, 초등학생 아이의 시선과 관점에서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해나간다는 점이다. 소설에서는 서술자가 누구인지, 서술자의 위치가 어디인지에 따라 작품이 완전히 달라지게 되는데, 이 책은 '초등학생'인 '나'를 등장시켜 작품 안에서 초등학생의 눈으로 사건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독자와의 눈높이를 아주 잘 맞춘 설정이라 볼 수 있다. 아이이기 때문에 조금은 서툴고 미성숙하다. 실수도 하고 오해하기도 하며 사건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몰고 가다가 예기치 않은 곳에서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점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개연성을 확보하기도 하고, 초등학생 독자들이 쉽게 동기화될 수 있게 하여 몰입도를 높인다. 결국 '나'의 관점이 곧 독자의 관점이 되는 것이며, 독자는 쉽게 '나'와 동기화되는 것이다. 독자 자신이 '나'가 되어 사건을 파헤쳐나간다니 얼마나 흥미로운가!


둘째,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점이다. 주요 배경이 되는 학교는 아이들이 늘 생활하는 공간으로 매우 친숙하다. 따라서 소설 속의 장면과 사건들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영상과 달리 글이 주는 힘은 바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 있다. 하지만 상상력은 '무'에서 나오지 않는다. 알아야 상상도 더 자유롭고 풍부해진다.


셋째, 학교 내에서 학생들이 경험하기 어려운 '교장실'이 사건의 중심에 있다는 점이다. 다른 공간은 학생들에게 개방되어 있지만, 유독 교장실만큼은 학생들이 쉽게 드나드는 공간이 아니다. 학교 내에서 심리적인 거리가 가장 먼 교장실이라는 공간은 학생들의 궁금증과 흥미를 자극한다. 학교의 모든 곳이 아이들의 공간이라면, 교장실은 어른의 공간이다.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의 고민이나 문제상황을 해결하려고 노력하지만 그 내용은 모두 비밀이다. 그 비밀을 찾아 아이들은 교장선생님과 스스럼없이 대화하고 협조하면서 진실에 다가가고자 한다. 아이들에게 있어 어른의 세계에 살짝 발을 담그며 비밀과 진실에 접근한다는 것은 꽤나 큰 즐거움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진실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추리를 통해 범인을 색출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살아가면서 꼭 배워야 할 타인의 마음을 배려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 아이들은 타인의 마음을 알고 배려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잘 모른다.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 속에서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고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지 스스로 깨닫게 해주어 배움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


이런 책이라면 내 아이에게 읽히고 싶은 이유는 충분할 것 같다. 그동안 미처 몰랐던 열 세 번의 다른 이야기도 찾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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