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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비꽃 Mar 14. 2022

코로나가 아이들에게 빼앗은 것

당신에게 당연한 것들이 아이에게도 당연하길.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당연히 부모는 입학식에 참여할 수 없었고, 교문 밖에서 대기해야 했다.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식을 지켜 볼 부모의 권리는 사라졌다. 입학식을 마치고 나온 아이는 내게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학교생활 방법 안내문’을 전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친구와 놀이는 당분간 할 수 없습니다. 쉬는 시간에는 읽을 개인 책을 가지고 다닙니다.

▪교실에 있는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건을 만지지 않습니다. 다른 친구물건도 나누어 쓰지 않습니다.


아이는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놀 기회를 박탈당했다. 친구와 물건을 나누는 경험도 빼앗겼다.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을 자제해야 하고, 도움을 받아 감사함을 표할 기회도 반납해야 한다. 그런 행위들의 결과로 싹트는 우정마저도 아이들은 상실했다. 관계와 소통을 배우는 곳에서 단절과 경계를 배워야 하는 이 참담함.


4월이 되자 담임 선생님은 학부모 상담기간이라며 전화 상담을 진행하겠다고 통보했다. 상담 중에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원이가 한 달 사이 많이 적응이 됐는지 학기 초보다 말도 많아지고 많이 활발해졌어요. 근데, 자꾸 친구들과 신체접촉을 해요. 주의를 주셔야 할 것 같아요. 어제도 원이가 윤이를 안았어요. 시기가 시기인지라 최대한 조심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 지도 부탁드려요.”


코로나시국에 물리적 접촉을 금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밀려오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친구를 안는 것이 문제가 된다니. 자연스러웠던 모든 행동들이 한순간에 문제행동이 되었다. 나조차 이해하기 힘든 상황을 아이에게 이해시켜야 했다. 학창시절의 추억을 모조리 자진 납부하라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았다고 호소한다.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금전적 보상을 제공했다. 수출업계, 관광업계 등 기업의 피해에도 세제혜택 등의 여러 지원책을 제시했다. 피해를 호소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여러 이익단체들에 정치권이 발 빠르게 반응한다. 자신들의 권리에 목소리 내지 못하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당연하게, 소외된다.


아이들은 한 인간이 특정 생애의 시기에 경험하는 당연한 것들을 모두 박탈당하고 있다. 심지어 아이들은 자신들이 받은 피해를 인식하지 못한다.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그것이 현재의 삶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쳐 큰 결핍으로 작용될 것이란 사실을 알기에 이루 말할 수 없이 안타깝다.


물론 아이들의 피해가 코로나로 의료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 중증 장애인처럼 생존의 위협하는 정도의 것은 아니다. 또 당장 가정의 생계에 무너뜨리는 절체절명의 것도 아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잃은 것은 회복이 불가능하다. 돌이킬 수가 없다. 어린 시절의 따뜻한 기억이 삶의 역경에서 일어날 힘을 주고, 삶을 지속하게 했던 경험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리다. <타임스>기자 제이슨 드팔은 ‘바이러스가 아이들 몸을 어른들 몸만큼 파괴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 미래를 파괴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정상화가 불가능한 아이들의 피해가 불운한 시대를 살게 된 개인의 안타까움 정도로 치부되고 마는 현실이 비통하다.  


신학기를 시작한 아이가 학교에서 자가 검진 키트를 받아왔다. 이번 주부터 아이는 매주 2번 자가 검진을 해야 한다. 찌름을 당하는 아이들이나 찌름을 행하는 부모들 모두 이런 고역이 없다. 예민해진 양쪽은 예기치 않은 상처를 주고받는다. 마음과 몸 두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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