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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언 May 26. 2023

노마만리 1주년을 맞으며

책방 노마만리 이야기 23.

작년 5월 27일 천안시 서북구 직산읍 마정리, 마정저수지를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경치 좋은 자리에 “책방 노마만리”가 문을 열었습니다. 카페도, 책방도 운영해 본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으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참 무모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이런 기회가 생겼을 때 그 기회를 잡는 것이 나중에라도 후회하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에서 그렇게 판단했던 게 아닌가 합니다. 작년에 그런 결정을 안했으면 지금쯤 약간은 후회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어느새 시간은 빠르게 흘러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인테리어 업자가 공사를 마무리 짓지 않고 도망치는 바람에 어수선한 가운데 가까스로 오픈 일을 맞췄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첫 손님으로 인테리어업자에게 공사 대금을 못받은 바닥공사 업체 사장님이 찾아 오신 것은 우울한 드라마의 한 장면 같습니다. 이제 손님을 맞는 일에 심적 여유가 있는 걸 보면 서툴기만 한 공간 운영에 노하우가 생긴 것 같습니다. 현재는 일주일 중 수요일 하루는, 영화모임의 맴버이던 김민지 선생이 아르바이트 삼아 공간을 지켜주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니 파란만장한 기억들이 머리를 스칩니다. 20여명의 인테리어 피해자를 만들어 낸 사기꾼 인테리어업자를 고소하기 위해 세종경찰서까지 가서 피해자 증언을 했던 것은 그러한 파란만장한 기억 중 하나입니다. 우여곡절과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좌절하지 않고 공간을 의미 있게 일구고 있으니 참 기특합니다. 이 모두 물심으로 도움을 주시는 많은 분들이 있어 가능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특히 천안문화도시의 지원으로 15주에 걸친 영화강좌를 열었고 3층에 스크린과 프로젝터를 설치할 수 있었던 것은 공간에 활력을 넣어 준 지원이었습니다. 오픈 당시에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닫아두었던 3층 공간은 지금 김종원영화도서관이라는 이름의 멋진 장소로 탈바꿈하였습니다. 


김종원영화도서관 간판
3층 임시숙소(좌), 새로 설치한 싱크대(우)

노마만리 개업 1주년을 맞아 미비했던 부분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엉망인 싱크대 배관으로 인해 하수가 넘쳐 합판이 썩고 곰팡이가 자주 생기던 싱크대 하부장 전체를 새롭게 교체했습니다. 배관도 깔끔하게 정리해 항상 습기로 축축하던 곳이 뽀송뽀송 쾌적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또한 창고처럼 사용하던 3층 방에 마루를 깔고 전기 판넬을 설치해 언제든 쉴 수 있는 임시 숙소로 바꾸었습니다. 여기에 전기온수기를 설치해 화장실에서 온수를 사용해 간단히 샤워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 1년 간 모시리에 숙소를 마련해서 출퇴근 했었는데 지금은 3층에서 1층으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또한 출입구의 캐노피 부분도 아크릴 판을 깔아 부족하나마 비를 피할 수 있게 조치했습니다.


오는 5월 30일에는 개업 1주년 행사로 김종원 선생님, 노만 선생님 등을 모시고 “김종원영화도서관” 개관식을 엽니다. 고마운 분들 전원을 초대해 1주년을 함께 축하하고 싶지만 평일 오후에 멀리 천안까지 부르는 것이 실례인 것 같아 천안에 계시는 몇몇 분만 초대해 조촐하게 개관식을 치룰 생각입니다. 6월부터 노마만리는 두 번째 시즌을 시작합니다. 노마만리의 앞길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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