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세한 여행계획을 세우지 않았던 이번 포르투갈 여행이지만 포르투에 자리한 렐루서점만큼은 꼭 들러봐야겠다고 생각해 두었다. 책방이라는 이름을 달고 시작한 노마만리를 어떻게 하면 보다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에 관해 작은 힌트라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이번 여행의 숙소는 리스본의 중심지인 꼬메루시우 광장 인근에 있었다. 그 주변으로 박물관과 상점, 식당들이 몰려 있어 리스본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기에 최적이었다. 하지만 포르투갈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이라면 반드시 들르는 장소이다 보니 물가가 여간 비싼 것이 아니었다. 4명이 한 끼 식사비용으로만 100유로가 훌쩍 넘는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주차 비용도 만만치 않아 밤새 차를 세워둔다면 주차비로만 20유로 이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렐루서점이 있는 포르투와 몇몇 소도시를 여행하기 위해서는차를 빌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렐루서점의 외관
리스본에서 포르투까지는 3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서울에서 대구 정도의 거리였다. 이른 시간에 숙소를 떠나 오전 9시 반쯤 포르투에 도착했다. 렐루서점은 티켓을 사서 예약된 시간에 입장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서점에서 책을 사면 티켓가격을 할인해 주는데 이는 이태원의 그래픽서점과 같았다.
11시 반에 입장하는 티켓을 예매한 터라 브런치를 즐길만한 시간이 있었다. 한국인들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다는 “A Sandeira do Porto”에 들러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시간에 맞춰 렐루서점으로 향했다.
서점 안으로 들어서자 북적이는 관람객을 잊게 만들 정도로 기묘하게 아름다운 계단이 한눈에 들어왔다. 모든 관람객들은 그 계단에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비집고 계단을 올라 2층으로 갔다. 천장은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되어 분위기를 자아냈으며 층고가 높은 천장까지 책장이 들어차 있었다.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의 책들은 대부분 신간이었는데 관광객들을 위한 기념품용 책들이었다. 예컨대 저작권이 말소된 고전들을 렐루서점의 이름으로 출판한 것들이다.
2층 안쪽에는 마치 제단처럼 생긴 공간이 있었다. 이곳에는 포르투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주제 사라마구의 저작들과 유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그 앞에는 1909년 발간된 그림형제의 동화책이 전시대 안에서 그 아름다운 모습을 뽐냈으며 1층 한쪽에는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를 전시해 두었다. 나 역시 다른 관광객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수의 사진을 찍었다.
렐루서점은 전통적인 의미의 서점이라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잠깐 들러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책장을 가득 채운 책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지에 가까웠다. 비치한 책들도 관광객들을 위한 책들 뿐이었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이름이 나기 시작하면서 그 특성에 맞게 변화해 온 것일 테다.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하시는 시대에 어느 누구도 그곳에서 교보문고처럼 모든 책들이 비치되어 있기를 바라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렐루서점을 다녀와서 영화전문 서점을 다시한번 생각해보았다. 노마만리에 국내 영화 관련 신간들을 비치해 팔아보면 어떨까? 현재까지는 노마만리에서는 책 판매보다는 도서관과 전시공간으로 주력하고 있는데, 3년 차를 맞아 변화를 꾀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