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정리하려던 사진인데 어느덧 가을이 되었다. 바람은 이젠 너무 많이 차가워졌고, 2019년은 2개월 남짓 남았다. 이유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즘 부쩍 1월에 다녀왔던 이탈리아가 그립다. 10일 정도 혼자 있었던 그 시간들이, 거의 10년만에 아니 언제 마지막으로 느꼈는지도 모르겠는 '심심함'이라는 감정을 느꼈던 그 시간들이 왜인지 부쩍 그립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널려있는 시간의 누적에 경탄하다가도 때때로 훅 치고 들어오는 외로움에 감정이 가차없이 널을 뛰던 그날들. 이 곳을 배경으로 나를 찍으면 인생샷인데? 싶었지만 찍어줄 사람이 없어(서양언니들은 사진을 못 찍어) 내가 담긴 사진보단 내가 바라봤던 것들이 더 많이 남아있는 그날들. 나를 아는 사람 없이 오롯하게 혼자였기에 그리운 건지, 돈 걱정 없이 펑펑 쓰던 게 재밌었던 건지, 인지하는 모든 것이 너무나 새로워서인지, 걱정했던 것보다 사람들이 친절해서인지, 미세먼지 가득한 하늘만 보다 너무 오랜만에 푸른 하늘을 봐서 그런 건지, 기분 좋은 긴장과 설렘과 걱정과 두려움이 마구 뒤섞여서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결론은 요즘 그시간이 너무나도, 정말 너무나도 그립다는 거다.
모든 사진은 무보정입니다. 그냥 찍힌 그대로의 원본.
밤 비행기로 도착한 뒤 첫 아침 풍경
테르미니란 글자가 어찌나 무서웠던지
첫 유럽이라 모든 것이 생소했다.
약간 눈물날 뻔했던 바티칸
이런 하늘이 너무 오랜만이었다.
사람도 많지 않고, 줄 서서 기다리던 것도 다 재밌었던 시간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사진
이 사람은 지금 뭐하고 있을까
경이로웠다.
한참을 바라봤던 풍경
안녕
저마다의 기억으로 남아 있을 그날
조각 너무 사랑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진2
라파엘로
소수 투어로 아주 여유롭게
나는 목 들고 있는 조각을 특히 좋아해
인스타엔 흑백으로 보정해 올렸던 사진
이게 아마 그림이었을텐데
호화로움
다음 날엔 콜로세움으로
이른 아침의 콜로세움
날도 좋고, 사람도 없어서 좋았지
포로로마노로 건너가던 길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진3
외로움과 경이로움이 마구 뒤섞였던 순간
아는 만큼 보이는 곳인데 아는 게 없어도 좋더라
빛과 어둠
겨울의 찬 공기가 느껴진다.
여기 왜 다들 안 와.. 대체 왜.. 이렇게나 좋은데..
동생한테 보내줬던 조각
내리쬐는 빛도 좋고 조각도 좋고
야경투어를 했던 날
밤의 느낌
걱정보다 춥지 않았다.
밝을 때도, 어두울 때도, 이유 없이, 로마를 떠나기 전 참 많이도 드나들었던 곳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진4
산탄젤로성에서의 시선
이런 느낌 좋아한다.
약간 기분 나쁜 일 있었던 곳
로마에서 제일 행복했던 날
보르게세 두 번 세 번 가세요.. 진짜 정신줄 놓고 빠져든다.. 너무 좋았다.. 너무너무 .. 너무..
늑대만한 개가 뛰어다니던 곳
여유로움
보르게세 미술관 보고 공원을 통해 현대미술관으로
현대미술관 왜 안와.. 왜..
아는 그림도 많았다.
난 이런 사진이 좋아
동양인이 없었다.
평화로워 보이지만 투어 관광객이 진짜 많았다.
이 곳이 없어질 수도 있단 기사를 봤다.
맞은 편 일본 관광객이랑도 대화하고, 옆자리 좋은 인연도 만났던 곳
그레코에서 책을 읽고 점심 먹으러 무작정 걸었다.
간만에 입에 맞는 파스타를 먹은 뒤 광장에서 널부러짐
지도를 보고 부러 물 따라 걸었다.
젤라또 맨날 먹어줘야지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카라바조
로마로 떠나던 날, 도착했을 때 테르미니역의 공기. 혹시나 누가 내 짐을 노리거든 그냥 주고 튀어버리라던 동생의 말. 혼자 다니는 내가 걱정되었는지 마치 순서라도 정한 듯 연락하던 지인들. 정말 입에 안 맞던 음식들과 충격적일 정도로 짰던 바티칸에서의 파니니. 로마에서 묵었던 숙소. 같이 저녁 먹었던 동행들. 모든 기억이 생생하다.
어제는 가족들과 로마로 떠나는 꿈을 꿨다. 인천에서 제주로 가, 제주에서 다시 로마로 떠났던 걸 보면 진짜 개꿈이지만 꿈 속에서도 '아 나랑 동생은 괜찮은데 엄빠의 11시간 비행 어쩌지' 걱정하던 게 너무 웃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