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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쉼표구름 Feb 02. 2024

펑펑 썼다면, 덜 억울했을까?

전업주부 자립 프로젝트(1)

지금부터 할 이야기의 시제는 과거입니다.

2018년 즈음부터 시작됩니다.





탄탄한 중소기업에서 차장을 달 때까지 열심히 일했던 남편이었다. 나 역시 낭비하지 않고, 나름대로 알뜰하다고 자부했었다.



외벌이였지만, 매달 마이너스는 나지 않았으니까. 버는 돈에서 쓰고, 조금씩 저축도 하고 있었으니 그 정도면 된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집 마련을 위해 모아 둔 돈을 살펴보다가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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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도 못 뗀 아이를 키우고 있어 육아 관련 용품으로 지출이 좀 있는 편이었지만, 큰 아이는 사교육 같은 건 따로 받지 않고 있었으니 유치원 비용을 빼고 나면 많은 돈을 육아에 쓰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우리 동네는 경기도 끝자락 외진 동네, 다른 지역에 비하면, 사립 유치원 원비도 꽤 저렴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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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둘 다 명품을 좋아하거나 꾸미는 걸 좋아한다거나 어차피 아이도 어려 이동이 쉽지 않으니 여행도 자주 다니지도 않았다. 비행기를 타 본 건 신혼여행과 첫 아이 임신 때 제주도가 전부인데 그것도 많았던 것일까? 주말에도 어린아이가 있으니 나가서 먹을만한 것도 없고 제어가 안 되는 아이들 힘들어서 외식도 자주 하지 않고, 거의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왜 우리 통장 잔고는 이것밖에 안 되는 것일까? 돈이라도 펑펑 쓰고 다녔으면 덜 억울했을 텐데, 난 정말 만 원짜리 티셔츠도 안 사 입고 아껴 썼단 말이다!





앞 베란다, 뒤 베란다 할 것 없이, 물이 줄줄 새는 집, 이곳저곳 곰팡이까지 피어 냄새가 진동하는 이곳, 고쳐 달라고 사정해도 곧 팔 집이라며 외면하는 집주인,



우리 집이 시끄러워서 두통약을 달고 산다며,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기만 해도 인상을 찌푸리는 아래층 엄마, 토요일 오전 11시, 식탁 위에서 수제비 반죽만 해도 시끄럽다며 울리는 인터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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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기간이 만료되어 이제야 드디어 여기서 탈출할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집 보러 오는 사람 하나 없고, 집이 빠져야 전세 보증금을 줄 수 있다고 나 몰라라 하는 상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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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운 전세살이, 모아둔 돈도 없지만 그래도 그래도 이 전셋집에서 정말 벗어나고 싶은데... 내 집 마련 정말 안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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