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 자립 프로젝트(1)
지금부터 할 이야기의 시제는 과거입니다.
2018년 즈음부터 시작됩니다.
탄탄한 중소기업에서 차장을 달 때까지 열심히 일했던 남편이었다. 나 역시 낭비하지 않고, 나름대로 알뜰하다고 자부했었다.
외벌이였지만, 매달 마이너스는 나지 않았으니까. 버는 돈에서 쓰고, 조금씩 저축도 하고 있었으니 그 정도면 된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집 마련을 위해 모아 둔 돈을 살펴보다가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기저귀도 못 뗀 아이를 키우고 있어 육아 관련 용품으로 지출이 좀 있는 편이었지만, 큰 아이는 사교육 같은 건 따로 받지 않고 있었으니 유치원 비용을 빼고 나면 많은 돈을 육아에 쓰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우리 동네는 경기도 끝자락 외진 동네, 다른 지역에 비하면, 사립 유치원 원비도 꽤 저렴한 편이었다.
부부 둘 다 명품을 좋아하거나 꾸미는 걸 좋아한다거나 어차피 아이도 어려 이동이 쉽지 않으니 여행도 자주 다니지도 않았다. 비행기를 타 본 건 신혼여행과 첫 아이 임신 때 제주도가 전부인데 그것도 많았던 것일까? 주말에도 어린아이가 있으니 나가서 먹을만한 것도 없고 제어가 안 되는 아이들 힘들어서 외식도 자주 하지 않고, 거의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왜 우리 통장 잔고는 이것밖에 안 되는 것일까? 돈이라도 펑펑 쓰고 다녔으면 덜 억울했을 텐데, 난 정말 만 원짜리 티셔츠도 안 사 입고 아껴 썼단 말이다!
앞 베란다, 뒤 베란다 할 것 없이, 물이 줄줄 새는 집, 이곳저곳 곰팡이까지 피어 냄새가 진동하는 이곳, 고쳐 달라고 사정해도 곧 팔 집이라며 외면하는 집주인,
우리 집이 시끄러워서 두통약을 달고 산다며,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기만 해도 인상을 찌푸리는 아래층 엄마, 토요일 오전 11시, 식탁 위에서 수제비 반죽만 해도 시끄럽다며 울리는 인터폰.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이제야 드디어 여기서 탈출할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집 보러 오는 사람 하나 없고, 집이 빠져야 전세 보증금을 줄 수 있다고 나 몰라라 하는 상황까지.
서러운 전세살이, 모아둔 돈도 없지만 그래도 그래도 이 전셋집에서 정말 벗어나고 싶은데... 내 집 마련 정말 안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