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의 2022봉쇄령 _ 상하이에 갇히다.
‘나쁜… 진짜 나빴어. 배송을 못할 것 같았으면 미리 문자를 보냈어야지…’
봉쇄 6시간 전까지 쌤스의 배송을 기다렸다. 계란 한 판과 아이들이 즐겨먹는 과일들... 한알의 계란이 아쉽고 양파 하나가 금덩이처럼 여겨질 줄이야. 봉쇄 발표 불과 몇시간 전에도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 감히 상상이나 했던가. 배달 천국 중국에서 냉장고에 그득 사놓는 것이 웬 말이냐며. 세계 최고의 무료배송과 총알배송을 자랑하는 이곳 중국, 상해에서 말이다. 이젠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당장 식수 한방울이 귀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마실 생수가 떨어지면 끓여 마시면 된다고 간단하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 보다. 여기 수돗물을 어떻게 끓여 먹냐고 아파트 단톡방에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가스레인지 위의 물주전자에 넣고 끓일 것이 없어 집에 있던 흑미와 현미를 볶아 넣었다. 그렇게 당장 마실 물들을 냉장고에 몇 병 넣어놓고 이만하면 훌륭하다 나를 칭찬했더니. 아파트 단체방에 올라온 글을 보고 남편이 당장 내다 버리라며 성화다. 중국 수돗물을 끓이다니 제정신이냐며…
조용히 창고문을 열고 사놓은 물이 얼마나 남았는지 살폈다. 하나 둘 셋 넷… 우리 4 식구가 마신다면 2-3일 정도면 다 마실듯하다. 초긍적인간인 나. 결국 사고를 치는 건가? 말라가는 것은 마시던 생수병의 뚜껑이 아니라 내 혀끝이다. 생수가 떨어지면 끓여 마시면 되고. 넣고 끓일 보리차 같은 게 없으면 집에 있는 곡류를 볶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 이럴 때 잘도 굴러가는 내 짱구를 스스로 칭찬 중이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은 이미 수없이 떨어졌는데 이건 확인사실용 벼락인가? 물이 떨어져 간다.
소파 한구석에서 한참을 핸드폰만 보고 있던 남편이 나를 불렀다. 아까 큰소리 내어 미안하다며 물건을 사러 나갈 수도 당장 구할 방법도 모르니 버럭 했다고. 단체방에 올라온 글들을 읽으며 여기저기 찾아보니 오늘이나 내일 배송이 가능한 판매자를 찾았다고 했다. 사기꾼일지도 모르지만 밑져야 본전. 아니지 아쉬운 놈이 우물 판다고 지금 우리가 딱 그 처지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집 앞을 파헤칠 기세지만 밖을 나갈 수도 없으니 이건 뭐 눈뜬장님이지.
그나저나 냉장고를 열어보니 이것저것 떨어져 간다. 장을 볼 수도 없는데 봉쇄는 그들이 약속한 날 끝나려나? 어제오늘 발표된 확진자수를 보니 앞날이 불 보듯 뻔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 날들 속에서 살림은 대체 어떻게 하지? 다른 사람들은 먹을 것들을 어떻게 사는 거지? 밤새 까르프를 뛰어다니며 양파를 찾아 헤매다 심봤다를 외치며 깨어난 오늘도. 내일 그리고 그 후에 계속될 날들을 어떻게 살라는 거야! 대체! 어떻게 해야는 지는 안 알려주면서 핵산 검사시간을 잘도 알려준다. 아파트 단지에 모아놓고 핵산 검사를 매일 하면서 확진자를 숑숑 데리고 간다는 신박한 시스템은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일까? 검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보이는 단지 입구는 여전히 굳게 닫혀있다. 입구 옆에 분명히 여러 생필품들이 놓여있는데 이건 어디서 오는 거지? 며칠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인가? 꼬리를 무는 생각들 때문인가. 어떻게 보면 점점 더 단조로워지는 하루인데 맘은 왜 이리 부산한 지.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는 냉장고부터 정리해보자. 이대로면 며칠을 버틸 수 있을는지… 고민은 늘어가고 걱정은 쌓여간다. 식구들에게 먹는것 걱정을 할 필요 없다고 큰소리 떵떵쳤는데. 이를 어쩐다. 이 큰도시 상해에서 해결할 방법이 없을리 없다. 엄마는 강하다! 아자아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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