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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아나 Oct 15. 2022

미술관 가는 길

<매일, 그림을 보러 갑니다> 세번째 이야기

 예전에 덕후라 불렸던 사람들이 이제는 아트 컬렉터로서 각광받고 있는 세계, 바로 아트 토이의 세계는 매일이 뜨겁다. 지난 7월에 있었던 코엑스 어반브레이크 2022 아트페어에서도 많은 회화작품들 속에서 아트 토이의 존재감은 상당했다. 제2의 카우스라 불리는 멧 곤덱의 핑크팬더들이 이 페어의 주인인 것처럼 관람객들을 반갑게 맞이하더니, 또다른 아트 토이들이 부스 여기저기서 기다리고 있었다. 스트리트 아트를 포함해 주류 미술시장에서 덜 다루었던 다양한 시각예술 장르를 현대미술의 큰 흐름으로 소개한다는 점이 어반 브레이크의 특징이긴 하지만, 아트 토이의 비중이 다른 아트 페어에서도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존에 전통적인 페인팅만 하던 작가들도 자신만의 아트 토이를 만들기도 하고, 반대로 아트 토이로 시작해 페인팅까지 영역을 넓혀 성공하는 작가들이 많은 것만 봐도 아트 토이 세계의 확장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겠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뒤늦게라도 묻는다. 아트 토이란 무엇인가. 정의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예술가들이 만들어낸 작품의 한 형태로, 디자이너 토이라고도 불린다. 토이라는 글자가 붙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토이의 개념처럼 놀이를 위한 도구는 아니다.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갖고 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소유 개념의 오브제로 봐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1960년대 앤디 워홀이 대중들에게 팝아트를 보급하고, 이후 제프 쿤스가 네오팝의 산물인 스테인리스 토끼와 강아지를 만들어 냈을때 아트 토이는 이미 세상에 나올 준비를 마쳤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새로운 시대의 조류에 따라 필연적으로 탄생했을 것만 같은 아트 토이는 작가가 누군지 명확하게 규정돼야 하며, 작품 안에 작가의 철학이나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한다. 이런 조건이 충족된다면, 여전히 상업적이라는 비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트 토이가 아트의 영역에 들어올 수 있게 된다.

 몇 년 전 잠실 석촌 호수에 둥둥 떠 있던 큰 물체를 기억하는가. 주인공은 28m 크기의 피규어로 아트 토이로 유명한 카우스의 컴패니언이었다. 작가는 왜 컴패니언을 물에 띄었을까? 인터뷰에서 작가는, 바쁜 현대인들의 삶을 조명하고, 각박한 현재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진정한 의미의 휴식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런 프로젝트를 마련했다고 한다. 당시 석촌호수에 빠진 익사체 같다는 자극적인 이야기에, 그는 “그렇게 바라보는 시선도 존중하지만, 내가 아는 컴패니언은 수영을 잘한다.”라고 맞받아쳤다고 한다. 아무튼 배영을 하듯 유유자적하게 호수에 떠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정말 휴식이 필요한 친구 같다는 느낌이 들긴 한다. 이렇게 현대인에게 숨 돌릴 여유와 휴식을 주고 싶다는 카우스의 철학을 반영한 그의 아트 토이들은 컬렉터뿐만 아니라 대중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카우스의 캐릭터들은 나이키, 반스, 언더커버 등 유명 브랜드들과의 협업으로 대중적으로 더 사랑받게 되었는데, 셀럽들 중에서도 카우스에 대한 애정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경우가 흔하다. BTS의 경우에도 그러한데, 최근에 솔로 앨범을 발표한 제이홉의 앨범 커버도 카우스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석촌호수의 카우스 , 출처: kaws 인스타그램

카우스의 시그니처 캐릭터인 컴패니언, BFF (Best Friend Forever), 미쉐린을 닮은 CHUM 등, 시리즈별로, 색깔별로, 아니면 카우스의 피겨라면 아무거나 상관없이 ‘묻지 마 수집’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 집에도 BFF 블루가 하나 있는데, 홀로 외로이 서있는, 친구 없는 BFF를 볼 때마다 어쩐지 외로워 보여 블랙이나 핑크 친구들을 구해야겠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하나를 얻으면 또 다른 하나가 욕심이 나는 것은 당연지사. 한정판 에디션의 경우 운이 무척 좋아야 가질 수 있고, 귀한 에디션의 경우에는 옥션에서 억대에도 팔린다고 한다. 운도 좋고 돈도 있어야 원하는 피규어를 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카우스 못지않게 인기 있는 아트 토이, 베어브릭은 좀 더 접근성이 좋다. 일본 메디콤토이에서 생산되는 베어브릭은 여러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굉장히 다양한 버전이 많은데,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 물론 이것도 인기 있는 모델이 새로 출시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지긴 하지만, 그래도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은 아니다. 사이즈에 따라 100% 400% 1000%로 나뉘는데, 일반적으로 400% 사이즈가 여러 면에서 편하긴 하다. 이 개성 강한 친구들은 각각도 예쁘지만, 여럿이 모여 있으면 시너지 효과가 나는지, 뭔가 각을 제대로 갖춘 컬렉션 느낌이 물씬 난다. 기가 막히게 멋지다. 누군가 그랬지. 아트 토이들은 여럿이 모여 있어야 빛나 보인다고. 그게 아트 토이를 계속 모을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하나였던 베어브릭이 어디서 자꾸 친구들을 데려온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느낌. 내가 그들을 소유했지만, 그들도 나를 소유한 것 같기도 하다.

베어브릭과 그의 친구들… 출처: medicom_toy 인스타그램

 대책 없이 늘어나는 이 녀석들을 마냥 줄을 세워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뭔가 이들을 위한 새로운 공간이 필요한 시점이 온 것이다. 일단 공부방이나 서재처럼, 지루하거나 심심해 보일 수 있는 공간에 베어브릭 전용장을 마련하는 것을 추천한다. 인테리어를 새로 할 계획이라면 벽에 긴 선반을 박아서 거기에 일렬로 두는 것도 방법이다. 알록달록한 모델들은 화려하면서도 발랄한 공기를 만들고, 나무로 된 재질이라든지, 무채색 계열의 모델들은 담백하고 세련된 공기를 만든다. 책들 사이사이에 두면 책장이 재밌어진다.

  1000% 사이즈의 베어브릭은 하나만으로 강렬한 효과를 주기도 한다. 특징 없는 회색 소파 옆이나 어쩐지 허전한 구석에 두면 밋밋한 공간을 살리고 포인트가 된다. 입체 조형물이기 때문에 그림처럼 나의 흰 벽에 손상을 주지 않아 좋고, 위치를 자유롭게 옮길 수 있어 장점이다. 굳이 장을 마련하지 않고 바닥에 두기만 해도 쿨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변신한다. 처음에 포장되어 있던 박스 그대로 뜯지 않고 보관만 잘한다면 중고 거래 시장에서도 꽤나 좋은 가격으로 리셀할 수 있다. 구하기 어려운 에디션은 구입가보다 더 비싼 가격에 되팔 수도 있으니 투자적인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본다.

 그 외에도 머리를 박고 있는 제임스 진의 디센던트나 요시모토 나라를 연상시키는 로비 드위 안토노의 똘망똘망한 눈이 기괴한 느낌의 피규어, 해부학적으로 캐릭터들을 재해석한 제이슨 프리니의 아트 토이까지,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 아트 토이들은 취향에 따라 차고 넘친다. 개인적으로는 크기별이나 작가별로 나눠서 배치하는 게 덜 산만해 보여 추천한다. 분기별로 조합을 달리 해보는 것도 큰 공을 들이지 않고 공간에 변화를 줄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개인의 취향과 선택에 달려 있다.

 아트 토이는 어느새 우리 생활로 깊이 침투하고 있다. 누군가의 특별한 수집품이나 독특한 취미생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꾸미는 멋진 오브제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을 두는 것이 조금 부담스럽다면, 아트 토이부터 시작하는 게 어떨까. 침대 옆 협탁에, 혹은 책상 위에 하나씩 입양하기 시작하면 어느새 식구가 여럿 늘어 있을지도 모른다.


## 여성 조선 9월호에 실렸던 <아트 토이의 세계>라는 제목의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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