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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성 Jan 15. 2019

영어 공부, 포기하려는 순간 나를 다잡아준 한 가지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해가 바뀐 지 열흘 정도 지난 지금, 새해 결심이 벌써 흐지부지돼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면 더 이상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정재승 박사는 <열두 발자국>에서 '새해 결심은 왜 그토록 지켜지지 못하는가'를 연구한 과학자들의 논문을 소개하며 '약 77퍼센트의 사람들이 새해 결심을 일주일 정도 지키고 대부분은 포기한다'라고 말한다. '결심은 그저 결심일 뿐, 삶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겁니다. 약 19퍼센트의 사람만이 새해 결심을 나름대로 지키면서 2년 정도의 시간을 보낸다고 해요.'  


안도하는 것도 잠시 어쩐지 씁쓸해진다. 그렇다면 내 삶은 여기서 더 나아질 수 없는 것인가? 결심을 어떻게든 지속하는 19%의 인간이 되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결심을 지키는 방법은 단순하다. 그냥 하면 된다. 모두 알고 있지만 아무나 하지 못하는 일. 덜 먹고 운동하면 살이 빠진다는 걸 누구나 알지만 못하는 것과 같다. 많은 이들이 새해 결심을 하지만 며칠 하다가 잊어버리거나 힘들어서 포기한다. 욕심은 많지만 힘든 걸 못 참아 결심만 하는 '결심 빌런'인 나도 새해 결심을 일주일 정도 지키고 포기하는 77%에 속했다.


2018년 새해 결심은 '영어 공부 하기'였다. 의사소통을 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으며 통역 없이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는 것. 읽고 싶은 문학 작품을 번역 없이 원서로 읽는 것이 영어 공부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다. 하지만 영어 공부는 늘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미루고, 큰 결심을 하고 시작한다 하더라도 금세 포기하기를 반복한 평생의 숙제였다. 일과 영어 공부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힘들고 지쳐 포기하기 일쑤였다. 퇴근하고 공부를 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2018년 새해 결심을 하고 나서도 바로 영어 공부를 시작하지 못하다가 3월에 큰 결심을 하고 '마스터 1000문장'이라는 수업을 등록했다. 첫 한 달은 퇴근하고 학원 수업을 듣는 것조차 피곤해서 견딜 수 없었으나 두 달, 세 달이 지날수록 적응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습관을 붙여가던 중 큰 위기가 찾아왔다. 6개월쯤 되었을 때 해외 출장과 마감, 추석 연휴가 겹치면서 도저히 학원을 갈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영어 공부를 한 달 쉬고 마감이 끝난 직후부터 다시 다니기 시작했으나 그 기간 동안 공부 습관이 초기화되어버린 것 같았다.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힘들고 지쳐 '내가 이걸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퇴근 후에 학원을 가야 하나', '이렇게 한다고 되긴 될까?' 예전엔 들지 않았던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그렇다. 나는 다시 새해 결심을 포기하는 예전의 테크트리를 타고 있었다.       


그런 나를 다잡아야 했다. 그러다 문득 '스터디'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첫 직장을 그만두고 콤플렉스를 극복해 보겠다며 토익 시험을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스터디 덕분에 두 달만에 토익 고득점을 맞은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공부량을 늘려 보고 싶은 목적도 있었다. 혼자서는 아무리 해보려 해도 원래 하던 공부량 이상을 한다는 게 쉽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다잡고 공부량을 늘려 보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스터디는 생각 이상으로 큰 힘이 됐고 새해 결심을 지속하는 비결이 되었다. 영어 공부를 방해하는 많은 요소들을 극복할 수 있게 해 주고 포기하려고 한 순간 나를 다잡아준 스터디. 함께 공부하면서 느낀 성공적인 스터디 비결을 분석해 봤다.   

 


1. 직접 스터디원을 모집한다.

학원 카페에서 스터디원을 모집하는 게시물을 보기 시작했다. 직장인이라 영어에 올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도저히 불가능한 스터디도 있었고 내 실력으로는 따라가기 버거운 진도의 스터디도 있었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실력에 맞춰 실현 가능하고 효율적인 스터디원을 구하려면? 직접 스터디원을 모집하는 게 답이다.


2. TMI(Too Much Information)라 느껴질 정도로 자세하게 스터디 모집 글을 쓴다.

대부분의 스터디 모집글은 간결하다. 공부 방법, 스터디원끼리 과제를 체크하는 법 등 방법론적인 것에 대해 디테일하게 명시해 놓는다. 나는 공부 방법만 쓰는 대신 내 소개를 구체적으로 써 보기로 했다. 함께 정한 진도에 맞춰 공부하고 체크하면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스터디의 주된 기능이긴 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목표를 향해 완주할 스터디원을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스터디를 찾는 입장에서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TMI라 느껴질 정도로 현재 영어 실력을 솔직히 쓰고 그동안 어떤 방식으로 공부해왔고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스터디를 통해 어떤 방법을 개선시켜나가보고 싶은지를 상세히 기술했다. 멤버들과 어떻게 스터디를 하고 싶은지 내가 생각하는 대략적인 커리큘럼도 써 놓았다. 마음 맞는 스터디원을 만나게 될 가능성도 높다.


마천문 수강한지 어느덧 7개월이 지났네요. 하지만 선생님 말씀대로 올인하지 않아서일까요. 워낙 기초가 없었던 탓일까요(원래 한 두 문장 겨우 말하는 수준). 아직 대화를 매끄럽게 이어나가거나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7개월의 과정을 통해 이제 외국인이 곁에 와도 더 이상 두렵지 않고, 이제는 영어가 재미있어졌습니다. 이 정도만 해도 많은 발전이라고 생각해요. 초창기에 열심히 하다가 요즘 슬럼프에 빠졌는데, 마천문 버디를 통해 다시 의지를 다잡고 함께 의지하면서 즐겁게 공부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썼던 자기소개글. 스터디 모집 공고치곤 구구절절하다. 부끄럽지만 현재 실력도 솔직히 썼다.)


예상 커리큘럼:
1. 수업 전 QOD 카톡으로 보내고 1~2줄의 짧은 코멘트 해주기
온라인으로 주 1회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내가 쓴 글을 읽고 코멘트를 달아준다는 자체가 굉장히 큰 힘이 되더라고요. 서로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코멘트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빠뜨리지 않고 하게 되는 효과가 있을 것 같아요. 또 QOD를 미리 한 날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학원을 가게 되는 기적이...!   

2. 마천문 영문법 유튜브 영상 감상 후 연습문제 풀고 카톡으로 인증하기
영문법 또한 QOD처럼 미루다가 안하게 되는 것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교재는 산지 오래인데 진도가 좀처럼 안나가네요. 함께 의지하면서 영문법 실력 키우실 분 있으시면 연락주세요.

3. SOM 체크하기
SOM 체크하기는 제 직업 특성상 저녁에 갑자기 일정이 생기는 경우가 잦아 평일 8시 클래스 교차수강을 자주합니다. 그래서 정기적인 오프라인 모임은 어려울 것 같지만 간헐적으로라도 시간을 맞춰 오프라인 모임을 하면 좋으니까 8시 클래스 들으시는 분이 좋을 것 같습니다. 1,2번을 하면서 SOM 복습 방법도 얘기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하는 예상 커리큘럼도 최대한 자세하게 쓰려고 노력했다. 특히 혼자 하려고 했을 때 잘 안됐던 것들을 위주로 썼다)  


3. 인원은 3명이 적당하다.

낙오자 없이 모든 스터디원이 성공적으로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인원도 중요할 것 같았다. 인원이 너무 많아지면 '오늘 나 하나쯤은 빠져도 되겠지'하는 심리가 발동할 수도 있을 것 같고 2명이라는 숫자도 자칫하면 둘 다 쉽게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스터디 모집 글을 올리고 나까지 총 3명이 모여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는데 누구 한 명이 슬쩍 빠지기도 어려운 숫자고 누군가 나태해지면 돌아가며 힘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최적의 인원이라는 생각이 든다.     


4. 스터디원이 함께 공유하는 체크표를 만든다.

스터디 커리큘럼을 정한 뒤 가장 먼저 제안한 것이 함께 정한 진도표를 엑셀 시트로 만들어 구글 드라이브로 공유하는 것이었다. 스스로 체크해도 좋지만 모두 함께 볼 수 있는 표를 만들어 놓고 서로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면 서로에게 자극받아 도저히 안 할 수 없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스터디에서 함께 하기로 한 커리큘럼을 완료하면 공유 파일에 표시해 실시간으로 팀원들의 상황을 알 수 있다. 모든 과제는 수업을 들은 주 주말까지 마무리 하자는 룰도 정했다.

 

5. 온라인, 오프라인을 병행한다

자주 만나서 스터디를 하면 물론 좋겠지만 회사를 다니거나 취업 준비를 하면서 영어 공부를 병행하는 멤버가 모인 우리 스터디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영작, 영문법은 정해진 날까지 사진을 찍어 카톡방에 공유하고 학원에서 배운 문장은 수업이 있는 주 주말까지 외워 녹음해서 카톡방에 올리기로 했다. 온라인 스터디만 하면 제대로 점검이 안될 수 있기 때문에 매주 월요일 학원 수업 시작 30분 전에 만나 외운 문장을 점검하기로 했다. 혼자 외우다 보면 하다가 안 하기도 하고, 또 외웠다고 생각한 문장이 실제로는 제대로 습득이 안됐지만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비록 일주일에 한 번, 30분이지만 그 시간이 있어 더 열심히 외우게 된다.   


6. 스터디 커리큘럼은 운영하면서 조금씩 맞게 수정해 나간다.

스터디 방법에 왕도는 없다. 운영해 나가면서 서로 불편했던 점은 수정하고 새로운 방식을 추가하기도 하면서 최적의 공부 방법을 찾아 나가면 된다. 처음에 정했던 룰을 법전처럼 고수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우리도 조금씩 방식을 수정해 가면서 현재 커리큘럼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 방법이 익숙해지면 앞으로 공부량을 조금씩 더 늘려나갈 계획도 있다. 스터디에 임할 때는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좋겠다.   




스터디를 통해 서로의 영어 공부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는 버디들에게도 '스터디를 해보니 좋은 점'을 물었다. 여기에 내 의견까지 보태 '혼자보다 함께 공부하면 좋은 점'을 정리해 봤다.   


1. 현실 가능한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의욕이 앞서 과도하게 목표 설정을 할 때가 있다. 혼자 공부할 때는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사람이 없었지만 지금은 스터디원들이 있어 과도하게 진도를 늘리려 할 때 현실을 직시하게 해 준다." (HS)


2. 혼자 할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실행률이 높아진다.

"매월 초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3강쯤되면 수업을 한 번 빠지게 되고 8~9강쯤 되면 또 한 번 결석을 하다 보니 10강을 모두 들어본 적이 없었다. 복습도 초반엔 늘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지만 결국 마지막 강의까지 완료해본 적이 없다. 스터디를 하면서 출석부터 복습까지 항목을 세분화해서 약속하고 상호 체크하니 훨씬 실행률이 높다. 혼자 할 때와는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간단하게 체크하는 방식도 복습을 미루지 않게 하는 훌륭한 장치다." (SH)


3. 의무감, 책임감이 들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된다.

"무언가 목표를 세우면 누군가와 함께 하려고 노력한다. 너무나도 나약한 인간이라 강제로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거나 다른 사람과의 약속이라는 범주에 넣지 않으면 물거품이 될 때가 많아서다. 혼자 할 때도 목표와 계획을 짜지만 상황에 따라 자신과 점점 타협해 나가게 된다(웃음). 하지만 스터디를 통해 함께 약속해서 공부하니 나도 모르게 의무감, 책임감이 생기고 창피하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된다. 약속을 지켜야 하니까." (JH)


4. 서로의 목표를 완주할 수 있도록 진심으로 응원하고 지지하는 '러닝 메이트'가 생긴다.

"혼자 영어 공부를 한다는 건 외롭고 힘든 일이었다. 영어를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은 각기 다르지만 '영어 정복'이라는 같은 목표를 가진 이들이 있다는 건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느낌이랄까. 친한 친구나 동료, 가족들도 물론 나를 응원해주지만 영어 공부를 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함께 공부하는 이들이 가장 잘 안다.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 없었던 영어 공부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이들이 생겨서 큰 힘이 된다." (HS)  


"물리적으로 만나는 시간은 적지만 같은 마음으로 함께 응원하니 심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같은 고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어 단기간에 서로를 이해하게 됐고, 영어 공부에 있어 누구보다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SH)


"함께하는 이들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비슷하다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다! 우리 팀도 영어를 하고자 하는 의지도 비슷하고 성장에 대한 관심이 많아 시너지가 크다." (JH)


서로에게 보낸 영어 공부 인증샷이 차곡차곡 쌓였다. 혼자였으면 가능했을까? (가끔 고기 사진을 보낼 때도 있지만...!)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아프리카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돌이켜 보면 나는 그동안 빨리 가려고만 했던 것 같다. 욕심에 눈이 어두워 빨리 가려다 얼마 가지 못하고 포기했던. 더 이상 포기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내리지 않는 이상 멈추지 않는 기차에 올라타기로 했다.


새해 결심을 지키고 싶다면 조바심을 버리고 목표까지 함께 완주할 이들을 만나볼 것을 권한다. '영어 정복'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당신과 함께 달리며 결승선을 통과하게 도와줄뿐 아니라 기록까지 앞당겨주는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줄테니.




'시간이 없어서 못해'라는 말 습관처럼 하진 않나요? 내일은 소담한 하루 작가님이 '시간관리는 포기할 것을 적으면서부터 시작된다'라는 주제로 성장담을 공유할 예정입니다. 나이도, 직업도 다양한 7명이 펼쳐내는 성장 스토리. 매일 오전 8시 발행되는(주말 오전 11시) 성장의 비결이 궁금하다면 매거진 구독을 눌러주세요. 한 뼘 더 성장할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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