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열매, 다시 맺기
글이라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17살부터 꾸준히 써오던 일기를 가끔씩 펼쳐보면
다양한 감정열매가 주렁주렁 걸려있다. 나란 아이는 어릴 적의 감정들의 순수함과 모든 감각과 호기심 어린 상상력이 많았다. 그러면서 글쓰기는 내가 만들어 낸 세계에 빠지기 좋았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면서 감정의 열매들은 하나 둘씩 떨어지고, 남는 감정은 불안, 두려움, 여러 복합적인 감정으로 부터 오는 불면의 시간과 잃어버린 나에 대한 고백들과 상상력은 사라져 버렸다.
더 안타까운 건 언젠가 부터 그 불안함이 방치되어, 열매로써 그 결실을 맺기를 멈추었다는 순간을 직시했다.
이 후 나는 많은 것을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예술을 하고자 했던 열망을 뚝 떨어뜨리고, 직장인으로서의 삶에서 어느 정도 이정표를 여기저기 찍다보니 내 삶은 더 정처없이 떠돌고 있었다.
장그르니에는 에세이 '섬'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나는 물결에 실려 앞으로 나아가는것 같았지만 그러나 밀려왔다가 다시 저 멀리 사라지는 물결은 결국 나를 제자리에 내버려 두고 있었다.
장그르니에가 말한 제자리가 부정의 요소를 뜻한다면 나에게도 그 부정의 의미로 제자리에 내버려 둔 것들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숙고할 여러점들이 있었겠지만 개인의 사소한 과거, 감당하기 힘들었던 일들이 내 삶에서의 "문제"라는 이름을 달게된 이 후로 시작되는 점이다. 그러나 언젠가 그 일들이 나의 일부였더라도 그것이 "제자리를 찾았기"때문이며 "이치에 맞게"되었기 때문에 삶의 통합이 되었다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부표"라고 부르고 싶은 트라우마는 다시 어떤 자리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모퉁이 불편하게 들러붙어 있었을 때 문제시 되었다. 결국 내가 원하고자 했던 것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둥글게 다듬어져 내 삶에 통합되길 원했다."
나는 처음엔 스스로 혁명하길 바랬다. 일기쓰기는 나의 의식을 성찰하고 내가 더 변화되길 바랬다.
더 다른 것, 다시 되돌이고싶거나 원상태로 가고 싶은 형태로, 불안과 공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두렵다는 이유로 몸부림 치고 싶지 않았다
우,연,히 보듬는 길에 들어서고 나의 무의식에 각인된 곳곳에 빛줄기들이 스며들기 바랬다.
그렇게 발견한 책이 있었다. "나를 돌보는 글쓰기"
저자에 대해서는 자세히 찾아보지 않았지만 저널치료를 오랫동안 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작가이자 심리치료사이다.
책을 펼쳐보니 글감주제가 눈에 들어왔었다.
- 불안의 이야기
- 빛줄기들
- 걱정 창문
나를 돌보는 글쓰기의 주제는 6일간 적고 한주를 돌아보는 구성으로 되어있었다.
글을 쓰는 것은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쓰고 싶지 않을 때는 멈추어도 좋다.
나는 잠자기 전 시간, 하루를 정리하기 위해 시작해보았다.
3주차가 되면서 짧게라도 5분, 10분씩 쓰면서 불안하다고 느껴지는 감각과 생각에서 이완하는 방법을
글쓰기를 통해 변화되고 있음을 믿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책은 주기적으로 명상분야에서 사용되는 기법들을 사용하고 있다.
- 의도
- 관심
- 접지
- 감각 접지 (감각 경험에 대해 시쓰기) 등등
- 터치 백
- 목록 시 (말 그대로 목록의 형태를 띠는 시)
- 이 방식은 흥미로운 병치와 반복이라는 시적 특징이 나타나는데 아직 그 방식이 익숙치 않아 계속 연습해볼 생각이다.
*잘 알려진 목록 시 중 하나가 조지 엘라 라이언의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Where I'm from"]이며
당신만의 목록 시 "내가 어디에서왔는지"를 쓰는 데 도움을 받고 싶다면 인터넷을 검색해볼 수 있다."
내가 어디에서 왔을까?
고양이 방울 안에서 울려퍼지는 구슬에서 왔을까?
빙빙 돌아가는 회전목마를 타고 아이들 품 안에 있는 인형의 속삭임처럼 왔을까?
탁.탁 불타는 가을 모닥불에서 빛을 품으면서 왔을까?
솜털 베개에서 부드러이 잠에 깨어나면서 왔을까?
글쓴이 - 이네숨 - 24.10.16
글감이 안내해준 내용을 종이에 생각나는 대로 적다보면
- 인생학교 정신 책 중에서 -
안녕하세요. 이네숨입니다. 글로 숨(Breath)을 내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에세이, 문학, 창작에 관련된 글쓰기를 하려고 합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