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준 Oct 12. 2018

유럽의 굴요리

유럽여행에 품격을 더하다

굴요리


굴요리는 넣을까 말까 사실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왜냐하면 유럽에서는 딱히 요리라고 하긴 뭐하게 주로 날 것으로 먹기 때문입니다. 또한 카사노바가 즐겨 먹었다는 등의 흔한 얘기는 이미 다 알고 계시기 때문에 처음에는 뺄 생각이었으나 유럽사람들에게 해산물로서 굴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가 너무 크기에 따로 정리를 해 봤습니다.

유럽 사람들에게 굴이란 아주 고급 이미지입니다. (그래서 아예 못 먹는 사람들도 종종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유럽에서는 당연히 상당히 고가의 음식입니다. 굴을 워낙에 좋아하는 저는 외국인 손님들이 한국에 출장을 오면 노량진 수산 시장에 종종 데리고 갑니다. 가서 대략 20마리 정도 올라가는 석화 한판을 내놓고 이거 얼마인줄 알아? 하고 물으면 다들 쭈삣거리다가 제가 한 판에 5,000원 (대략 4 유로)이라고 얘기하면 다들 고개를 끄떡이며, 아 한 개 4유로… 이렇게 비싼거 먹어도 돼?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그러면 아니 한 개 말고 한 판에 4유로라고 라고 다시 정정해 주면 다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고 눈 똥그랗게 뜨고 목소리를 높여서 다시 묻곤 했습니다.

물론 그 다음은 서로 미친듯이 먹어 치우지요. 유럽에서는 상상도 못할 가격이니까요. 유럽 수산 시장 기준으로 대략 한 개에 1유로, 레스토랑에서는 12개 기준으로 최소 30유로 이상을 받습니다.


(생굴 – 파리 프랑스)


우리처럼 석화를 까먹다가 남으면 매운탕에 넣어 버리는 짓을 보면 유럽 사람들은 주먹을 휘두를지도 모를 일입니다. 한번은 독일 친구에게 우리는 김치에도 굴을 넣는다고 하니까 제 멱살을 잡더라구요. 물론 장난이었지만 그만큼 유럽 사람들에 굴이란 엄청나게 고급 음식인 것입니다.

먼저 굴은 따뜻한 지중해 보다는 차가운 대서양, 북해 바다에서 주로 양식을 합니다. 그래서 대서양을 면한 스페인, 프랑스와 북해쪽 네덜란드에서 많이 나옵니다. 양식 방법은 우리와 조금 다른데, 우리나라 굴의 최대 어장인 통영을 포함한 남해에서는, 줄에 매단 패각에 굴의 종패를 붙여 물 밑으로 늘어 놓은 수하식(水下式)을 쓰고 서해안에서는 갯벌에 돌을 던져놔서 돌에 종패가 붙게 만드는 투석식(投石式)을 쓰는 반면 유럽에서는 인건비도 비싸고 노동력을 얻기 상대적으로 어려워 수평망(水平網)식을 주로 사용합니다. 즉 그물망 속에 굴 종패를 넣고 넓게 펴서 물에 잠기게 하는 방법입니다. 물밑 깊숙히 잠기지 않기때문에 수확했을 때 껍질이 비교적 깨끗해서 손이 덜가는 방법입니다.

(수산 시장에서 바로 사온 수망식 네덜란드산 굴 – 프랑크푸르트 독일)


맛은 한국의 참굴(Pacific Oster)보다 상대적으로 순하고 미네럴 풍미가 좀 더 강합니다. 우리 굴의 비릿한 감칠맛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래도 중요한 정보이니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유럽에는 굴을 먹을 수 있는 기간은 R이 들어간 달 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즉, 9월(September)부터 다음해 4월(April)까지만 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도 아주 좋아하는 적절한 표현으로 사실 굴 뿐만 아니라 모든 조개류는 여름이 산란기라 자체에 독성을 갖게 되는 시기입니다. 가급적 여름철엔 조개류는 다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누구나 자기 나라에 대해서 다들 불만이 있는 법이지만 적어도 굴에 관한한은 대한민국은 정말 천국입니다.


#굴 #굴요리 #수하식 #투석식 #수평망식 #참굴 #굴먹는시기

작가의 이전글 유럽의 기독교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