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에 품격을 더하다
또 한가지 한국의 커피와 눈에 띄게 다른 점은 카푸치노 거품 위에 거의 반드시라고 할 만큼 시나몬 파우더를 뿌리는 한국과 달리 유럽에서는 주로 초코 가루를 뿌려줍니다. 처음에는 제가 살았던 독일에서만 이러는건가 하고 생각했는데 유럽 생활을 하면서 다녀 본 모든 이웃 유럽국가의 카푸치노는 단 한잔의 예외 없이 시나몬 대신 초코 가루를 뿌려줬습니다. 물론 어딘가 제가 못 가본 시나몬 가루를 뿌려주는 곳도 있겠지만 적어도 한국처럼 시나몬이 대세는 아닌듯 합니다.
(카푸치노 – 라우터브룬넨 스위스)
(카푸치노 – 룩셈부르크)
(카푸치노 – 프랑크푸르트 독일)
카푸치노 얘기가 나온 김에 한가지 더 얘기하자면, 이탈리아에서는 카푸치노나 라떼같이 유제품이 들어간 커피는 오전에만 마신다고 합니다. 이걸 모르고 이탈리아 동료와 같이 오후에 커피만 마시기 좀 부족한 듯싶어 카푸치노를 주문하려다 한 소리 들었습니다. 독일 동료들 같으면 제가 뭘 주문하든 아무도 신경 안 쓰고 자기들도 별 생각 없이 먹을 텐데, 이탈리아 동료들은 먹는 것에 관해서는 자기들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지적을 합니다. 덕분에 실제로 살았던 독일의 음식들 보다 오히려 이탈리아 요리에 대해 더 알게 되었고 관심도 생긴 것 같습니다.
(아인슈페너 – 빈 오스트리아)
제가 대학을 다니던 90년대 초반에는 비엔나 커피라는 것이 유행이었습니다. 커피 위에 생크림을 얹거나 아예 아이스크림을 얹어주는 카페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한동안 인터넷상에서 실제 빈(비엔나)에는 그런 커피 없다는 글들이 한참 돌아다니고는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제가 빈을 다니면서 찾아 본 결과, 비엔나 커피라고 하는 메뉴는 분명히 없습니다만, 당시의 비엔나 커피의 모델이 아니었을까 하는 커피는 찾았습니다. 바로 아인슈페너(Einspanner). 커피 위에 생크림을 얹습니다. 잠시 대학 시절로 추억을 소환해 주는 맛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소개할 커피는 보리 커피(Barley coffee)입니다. 처음 메뉴판을 보고 보리 맛이 나는 커피인가? 보리 가루를 섞었나? 무슨 커피인지 도무지 상상이 안되어서 물어봤습니다. 보리를 섞은 것도 아니고 아예 로스팅한 보리만으로 만든 음료입니다. 즉 커피는 전혀 안들어간 순수한 구운 보리 음료인 것입니다. 그럼 왜 이런걸 마실까 물어보니 과거 2차대전 이후 물자가 부족하여 커피의 대체제로 널리 퍼져나갔다가 지금은 임산부등 커피를 마시고는 싶지만 마시기 어려운 상황인 경우에 마시는 커피 대용 음료라고 합니다. 호기심에 시켜보았는데, 얼추 커피 같은 맛이 나기는 하지만 곡물을 태워서 물에 내린 음료가 몸에 좋은 점이 뭘까 생각해보니 자주 마시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딱 한번 마셔 본 걸로 족합니다. 저는 커피를 마셔도 되는 사람이니까요.
(보리커피 – 몬테풀차노 이탈리아)
커피는 아니지만 제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민트 티(Mint Tea)인데, 반드시 마셔보길 권합니다. 한국에도 물론 민트 티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마실 수 있는 민트 티는 민트 잎을 말려서 티 백에 넣어 뜨거운 물에 우리는 형태잖아요 당연히 메뉴에 보이는 민트 티도 티백이려니 전혀 관심을 안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 겨울 날 식사 후에 따뜻하고 깔끔한 차가 마시고 싶어서 민트 티를 주문했더니 아래 사진과 같이 신선한 민트의 가지를 통째로 넣은 차가 나왔습니다.
(Fresh Mint Tea – 킨데르아칸 네덜란드)
어이도 없고 웃겨서 한참을 바라보다가 마셔보니 티 백과 비교할 맛이 아니었습니다. 그 이후로 유럽의 다른 나라를 다니면서도 민트 티를 자주 마시게 되었는데 한가지 주의할 점은 당연한 말이지만 티 백 민트 티도 많이 있습니다. 주문하기 전에 반드시 Fresh mint인지 티 백인지 확인하셔야 합니다. 실제 유럽의 시장에 가게 되면 신선한 민트 가지를 묶어서 파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집에서도 끓는 물을 부어 즉석으로 만들어 마시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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