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에 품격을 더하다
낭만주의 화풍이 지나치게 인간의 감성을 과장되게 자극하는 측면에 대한 반발, 해외 특히 동양 식민지 등에 대한 막연하고 비현실적인 동경 등에 대한 현실 인식 결여 반성 등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리고자 했던 화풍입니다. 역사적으로 현실을 충실하게 반영하고자 하는 사실주의적 태도는 여러 시대에 나타나는데 19세기에 일어난 사실주의는 자연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한 계몽주의 사상의 확대, 프랑스 대혁명을 통한 민주주의 사상의 출현, 산업혁명에 따른 자본주의의 폐해 등을 배경으로 사회 비판적인 작품들이 등장하는 시기였습니다.
(오르낭의 매장 / 쿠르베, 오르세)
위 작품은 현대 미술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미술사에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입니다. 전시실 한 벽면을 다 차지하는 엄청난 대작임에도 주제는 그냥 시골의 한 장례식 풍경입니다. 예수도 마리아도 국왕도 그 어떤 영웅도 없습니다. 거기에다가 기존의 회화에 있는 이데올로기, 즉 그림의 주된 인물과 배경, 조연으로 구분되는 권력관계가 최초로 해체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이랄 인물이 없는, 그림 속의 인물간의 권력, 위계 관계를 인위적으로 모두 없애버린 작품입니다. 중세는 물론이고 이전의 그림들은 모두 가장 중요한 인물을 가운데, 또는 제일 크게 그리는 등, 누가 봐도 이 그림의 주인공은 이 사람이구나 하는 구도를 유지했었습니다. 그러나 위의 그림을 자세히 보시면 딱히 누가 주인공이다라고 말하기 애매합니다. 심지어는 오른쪽 아래의 개의 모습이 다른 조문객보다도 더 눈의 띨 지경입니다.
(풀밭 위의 점심 / 마네, 오르세)
기존의 금과 옥조 같았던 원근법도 무시하고 매우 불손한(?) 여성의 나체를 과감히 화폭에 담았습니다. 기존의 여성의 나체는 최소한의 명분이 필요했습니다. 그리스의 여신이랄지, 태초의 이브여서 옷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랄지, 더욱이 표현되는 여자들도 최소한의 시선 처리는 필요했습니다. 수줍은 듯, 시선을 내리깔거나, 다른 곳을 응시한다던지, 적어도 (주로 남성) 관객들의 관음증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해주는 미덕이 필요했던 거죠. 그러나 이 그림의 여자는 관객을 빤히 쳐다보며 도발을 하고 있습니다. 이 시선에 당시 아카데미즘에 경도된 제도권 화가들과 관객들은 모욕을 당한듯한 불쾌한 감정을 숨김없이 표출하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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