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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준 Nov 03. 2018

유럽의 치즈 1

유럽여행에 품격을 더하다

치즈


제가 중학교 다니던 80년대 초반, 당시 미군 PX에서 흘러나오던 미제 음식들은 나름 사치품이었습니다. 지금처럼 치즈가 흔한 시절이 아니었지만 어머니가 가끔 도시락 반찬으로 미제 슬라이스 치즈 한 장을 끼워 넣어주곤 했는데 하루는 같이 도시락을 먹던 친구녀석이 밥 반찬으로 어떻게 치즈를 먹냐고 지적을 했습니다. 나는 좀 황당해서 그럼 넌 왜 햄을 반찬으로 먹느냐고 했더니 햄은 되고 치즈는 어색하답니다. 

그랬던 그 어색했던 치즈가 지금은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어서 더 이상 어색한 음식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일반 햄버거를 치즈 버거로 업그레이드 시켜주기도 하고 피자 위에서 쭈욱쭉 늘어나 주며 피자의 맛과 재미를 더해주기도 하고 샐러드 위에 고급지게 가루로 뿌려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햄버거에 들어가는 치즈나, 피자에 올라가는 모짜렐라 치즈나 샐러드 위에 뿌려지는 파마산 치즈 대부분이 가공치즈라는 것입니다. 가공 치즈(Processed Cheese)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치즈를 다른 재료와 처리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치즈를 말합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유럽은 거의 모든 나라가 치즈를 생산할 만큼 치즈에 익숙하고 또 그만큼 치즈를 사랑하는 곳입니다. 그런 유럽에서는 치즈라 하면 자연 치즈만을 말하는 것이지, 가공 치즈는 치즈 취급을 못 받습니다.

그러면 유럽 사람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자연 치즈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언젠가 미국의 슈퍼마켓에서 두부를 사는데, 영어로 Bean Cheese 라고 적은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것을 보고 무릎을 쳤었다.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했습니다. 두부를 만드는 법이 치즈와 별반 차이가 없는데, 우유에 효소를 넣어 단백질을 응고시켜 덩어리와 액체로 분리한 그 덩어리 또는 그것을 발효한 것이 바로 치즈거든요. 응고된 덩어리를 커드(Curd)라고 하고 남은 액체를 훼이(Whey)라고 합니다. 두부도 마찬가지로 두유를 응고시킨 덩어리이니 Bean Cheese라 불릴 만하지요.

치즈는 1,000 종류 이상이 있다고 하지만 (어떤 자료에는 2,000종 이라고도 함) 여행자 입장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치즈의 종류는 그리 많지 않으니 겁먹지 않아도 됩니다. 그 몇 종류를 간단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여러가지 치즈들 – 파리 프랑스)


우선 많은 치즈를 몇 가지 기준으로 분류해 볼 필요가 있는데, 발효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먹는 치즈를 Fresh Cheese라고 하며 대표적으로 이탈리아의 리코타(Ricotta) 치즈가 있습니다.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발효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꼬릿한 냄새가 없어서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습니다. 주로 샐러드에 올려서 같이 먹지요. 한가지 더, 절대 빼 놓을 수 없는 Fresh Cheese로 모짜렐라가 있습니다. 바로 피자의 토핑을 장식해서 길게 늘어지는 바로 그 치즈, 이 치즈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원조 이탈리아의 모짜렐라는 우유가 아닌 물소(Buffalo)의 젖으로 만든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지금은 이탈리아에서도 물소의 사육수도 줄고 생산성도 떨어져 우유로 만든 모짜렐라도 많이 쓰이고 있지만, 부팔라 모짜렐라(Mozzarella di Bufala Campana)라고 따로 표기하는 진짜 모짜렐라를 꼭 먹어보기 바랍니다. 훨씬 더 진하고 고소한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훨씬 더 신선한 느낌이 드는 우유 모짜렐라가 다른 재료와의 조화를 위해 더 선호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부팔라 모짜렐라 카프리제 - 모데나 이탈리아)


발효과정을 거쳐서 숙성시킨 치즈는 다시 연성치즈와 경성치즈로 나눕니다. 부드러운 연성 치즈의 대표로는 프랑스의 까망베르(Camembert)와 브리(Brie)를 들 수 있습니다. 사실 둘은 같은 치즈라 해도 무방해서 치즈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의 일반 여행자들은 구분하기도 어렵습니다. 브리 치즈는 파리 인근의 일드 프랑스 지역의 대표 치즈로 과거 치즈 제조는 수도원에서 비급으로 전해져 오던 매우 고급 기술이였는데 프랑스 대 혁명이 일어나 귀족들과 더불어 성직자들도 대거 학살 당하던 시기, 노르망드 지방의 까망베르 마을로 피난간 수도사가 자기를 숨겨 주었던 집의 부인에게 감사의 뜻으로 브리 치즈 제조 비법을 알려주게 되어서 까망베르 치즈가 탄생하였습니다. 원천 기술이 같으니 거의 흡사한 맛이 나지만 원유를 만드는 소의 생육과 목초, 기후의 영향으로 맛에 차이가 난다고 하는데 솔직이 구분하기 어려운게 사실입니다. 교과서적으로 해안 지방인 까망베르 치즈가 바다의 영향인지 더 진한 맛과 향을 갖고 있다고 되어 있으니 참고하면 될 것입니다.


까망베르와 브리치즈의 시식 포인트는 하얀 가루로 덮힌 건조한 겉과 녹듯이 부드러운 속의 깊고 진한 맛입니다. 겉의 하얀 가루는 숙성 과정에서 분무한 흰 곰팡이입니다. 이 곰팡이가 치즈를 발효시키면서 이렇게 고급스러운 풍미를 만들어 내는 겁니다.

곰팡이를 분무했다고 하니까 움찔하는 분도 있을 텐데 곰팡이를 활용하는 치즈는 의외로 많습니다. 하얀 곰팡이를 쓰는 까망베르, 브리와 달리 푸른 곰팡이를 쓰는 치즈도 있는데, 우리가 고르곤졸라 피자로 인해 그 이름은 잘 알고 있는 이탈리아의 고르곤졸라 치즈가 대표적인 푸른곰팡이 치즈, 즉 블루치즈(Blue Cheese)이고 그 외에 프랑스의 로크포르(Roquefort), 영국의 스틸톤(Stilton)도 같은 계열입니다. 다만 로크포르는 우유가 아닌 양젖으로 만들어 특유의 풍미가 더해집니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 한국에서 고르곤졸라 피자를 자주 먹어봤지만 푸른색은 본적이 없는데 무슨 블루 치즈냐 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우선 블루 치즈는 푸른 곰팡이를 입혔기 때문에 치즈 곳곳에 푸른색 곰팡이 부분이 보여야 정상입니다. 그래서 곰팡이가 발효시킨 자연상태의 우유에는 없는 특유의 독특한 시큼한 풍미가 있습니다. 고르곤 졸라 치즈를 정말 조금 넣었거나 아예 다른 치즈로만 만든 경우입니다. 유럽에도 고르곤졸라 치즈 피자가 있습니다. 주문해보면, 차이점을 대번에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 것처럼 짜기만해서 꿀을 찍어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피자 토핑 곳곳에 푸른 곰팡이의 흔적이 있어 특유의 풍미를 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참고로 유럽에서는 한국처럼 꿀을 주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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